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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May 01. 2024

데카르트 인식론(4)

데카르트 인식론(4)


제5성찰 “De essentia rerum materialium; & iterum de Deo, quod existat” “물질적 사물들의 본질에 관하여; 그리고 다시 신에 관하여, 그는 현존한다는 것”


이제 데카르트는 보다 분명한 자세로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 5 성찰을 시작한다. 


먼저 물질적인 것들에 대한 데카르트의 생각은 ‘확장(expansion)’이라는 것이다. 즉 물질적인 것들은 반드시 특정 공간을 차지한다. 따라서 측정이 가능하다. 그것이 확장의 본질일 것이라고 데카르트는 생각하였다.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즉 자의적으로 사유한다고 해도, 그것들은 나에 의해 꾸며내지는 것이 아니라, 참되고 불변하는 그들의 본성들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삼각형에 대한 데카르트의 사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삼각형을 상상하는 경우, 내가 지어낸 것도 내 정신에 의존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삼각형에 관해 다양한 여러 특성들, 즉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은 두 직각과 같다는 것, 가장 큰 각에는 가장 큰 변이 대응한다는 것들이 증명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데카르트가 예로 든 것은 오늘날의 관점으로 본다면 조금은 분명하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본다면 앞 선 3 성찰의 신 존재 증명보다 더 신념에 차 있는 데카르트를 발견할 수 있다.


“산과 골짜기는 반드시 같이 존재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산을 사유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산과 골짜기는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신이 현존하지 않는다면 내가 신을 사유할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현존은 신과 분리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므로 신은 실제로 현존한다는 것이 따라 나온다.”


데카르트 특유의 논리 전개 방식이다. 즉 산과 골짜기는 반드시 같이 있으니 산만 사유해도 골짜기는 자동적으로 사유된다. 그와 같이 ‘신은 현존하지 않는다’라고 가정하면 데카르트가 신을 사유할 수 없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데카르트 자신의 현존이 모순에 이르게 된다. 즉 자신의 현존은 신의 존재가 확보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신은 분명하게 현존한다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이렇게 해서 나는 모든 지식의 확실성과 진리성은 오직 참된 신에 대한 인식에만 의존한다는 것을 똑똑히 본다. 그런 만큼 신을 인식하기 전에 나는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완전히 알 수 없었다.”

(제일철학에 대한 명상,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1997, 69~74쪽)


제6 성찰  “De rerum materialium existentia, & reali mentis a corpore distinctione” “물질적 사물의 현존, 그리고 정신과 신체의 실재적 구별에 관하여”


- 영혼과 육체의 구별(이원론적 사고) 외……


데카르트는 이제 물질적 사물들이 현존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시작한다. 


“물질적 사물들에 몰두하는 동안 상상능력을 사용한다는 것을 경험하는데, 이 상상능력으로부터 그것들이 현존한다는 사실이 따라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상상작용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보다 주의 깊게 고찰하면, 그것은 인식능력에 긴밀히 현존하는 물체, 그러므로 현존하는 물체에 대한 그 인식능력의 어떤 적용과 다름없다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이제 상상작용과 순수지성작용의 차이를 규명하려 한다. 그리고 이렇게 성찰할 것이라고 다짐한다. 


“내가 이전에 감각을 통해 지각한 것으로서 도대체 어떤 것들을 참이라고 여겼는지, 또 어떠한 근거들로 그렇다고 여겼는지 되돌아볼 것이다. 그다음에, 내가 나중에 그것들을 의심하게 된 근거들 또한 곰곰이 짚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그것들에 대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고찰할 것이다.”

(제일철학에 대한 명상, 데카르트 지음, 이현복 옮김, 1997, 75~84쪽)


- 데카르트의 성찰에 대한 비판들


데카르트의 제1 성찰이 발표되자 다양한 비판이 등장했다. 잘 알려진 비판으로는 Marin Mersenne(프랑스 성직자)과  Mersenne과 생각이 비슷했던 Thomas Hobbes, 그리고 Antoine Arnauld, 그리고 가장 유명한 Pierre Gassendi의 비판이 있었다. 


그 외에도 많은 신학자와 철학자들이 비판을 했으며, 특히 모든 것에 대한 회의懷疑의 태도를 비판한 père Bourdin신부의 비판에 사과바구니 비유로 그 비판을 반박한 것은 매우 유명하다. 


사과바구니 비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연히 사과가 가득 담긴 바구니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중 일부가 썩어서 나머지를 상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사과 바구니를 완전히 비운 뒤 사과를 하나씩 살펴보며 상하지 않은 사과만 선택하여 바구니에 담는다. 나머지는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철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마음속에는 다양한 의견이 축적되어 있다. 그리고 대다수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사실과 뒤섞여 모두가 불확실해지지 않도록 분리하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모두를 버리는 것보다 마음을 정리한 뒤(철저하게 의심한 뒤) 그것들을 차례대로 검토하여 사실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받아들인 사실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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