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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Jul 01. 2024

붉은 노을을 보며

사진 강무성

過越(과월) 지나가다.(붉은 노을을 보며)


太古有能遊*(태고유능유) 오래전에는 노닐 수 있었다는데,

似風當雷聲 (사풍당뢰성) 바람처럼, 번개소리처럼.

甫然且紅色 (보연차홍색) 겨우 잠깐 붉은색이니,

外擾無空寂 (외요무공적) 겉은 복잡하지만 실체 없음도 없음이라.  


2024년 7월 1일 저녁, 2024년 하반기 첫 시를 짓다. 며칠 전 '뉴스 사천'의 '강무성' 편집국장의 노을 사진을 보고 시를 놓아도 좋다는 허락을 얻고, 그날 몇 자를 썼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문득 결구를 채우니 참으로 둔하고 느리다. 


『장자』 ‘외물’에 이르기를 “오직 지인至人이라야만 마침내 세상 안에서 유유자적 노닐면서도 사욕邪欲에 빠지지 아니하고 사람들의 장단에 맞추면서도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는다.”(唯至人 乃能遊於世而不僻 順人而不失己)에 기대어 노을이라는 실체를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와 상황, 그리고 이제 유유자적을 잃은 지금의 나와 세계를 한탄한다.


제목을 ‘지나가다’(過越)로 한 것은 붉은 노을도, 사람도, 삶도, 시간도 그리고 우주도, 심지어 없음도, 모두 지나가는 것이기에 문득 이렇게 정했다. 


*공적空寂: 공공적적空空寂寂의 준말. 불변하는 고유한 실체가 없는 상태. 공적空寂하다에서 ‘공空’은 이차별離差別, 즉 차별을 떠남을 뜻하고, ‘적寂’은 이변화離變化, 곧 변화를 떠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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