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開或花蕾 꽃 피었거나, 꽃 봉우리거나
春風今時吹 (춘풍금시취) 봄바람 이제 막 불어,
花開僅僅準*(화개근근준) 꽃들 겨우 겨우 필 준비.
且衆蹟終消 (차중적종소) 사람들도 보였다가 사라지고,
靜密宙入出 (정밀주입출) 고요한 시간은 오고 갈 뿐.
2025년 3월 12일 오전. 1 교시 수업을 끝내고 이 봄을 조용히 생각해 본다. 이번 주에야 비로소 온풍이 불더니 이제는 황사가 밀려온다고 한다. 봄이, 봄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마도 수 천년이 넘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정말 봄이, 봄이 아니다. 보였다가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일인데, 모든 사람들을 이토록 힘들게 하니 참으로 답답한 ‘봄(視)’이다.
* 주세붕의 武陵雜稿무릉잡고 2권에 서화담을 만나러 가는 장면을 묘사한 시에서 이미지를 용사함. 주세붕은 조선 중종 연간의 유학자이며 서원을 창시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처음 세운 서원은 백운동 서원인데 나중에 소수서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