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감당하고 살아가야 할 사연 하나 쯤은 품고 산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데, 혼자 감당하기에도 벅찬 아픔을 천진난만한 세상이 자꾸 쿡쿡 찌른다. 하지만 내가 찔려봐야 아픈 걸 안다. 그리고 혹시 내가 뱉은 말에 상대가 찔리는 것은 아닐까, 조심하게 된다. 아이가 없는 결혼 10년차 부부에게 자녀 계획을 묻지 않고, 서른 다섯 미혼 남녀에게 결혼을 하라 마라 참견하지 않고, 모녀여행을 떠난다는 딸에게 왜 아버지와는 가지 않느냐 꼬치꼬치 캐묻지 않게 되는, 그런 것. 눈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욱 조심스러워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