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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Jan 10. 2024

시작은 주변에 관심 주기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제니 오델


© Time

두 번째로 읽으니 이제서야 조금 새로이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때 결심했던 것들 중 이루지 못한 것들도 보인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진다. 첫 4개 챕터에서는 현재 사회에서 관심경제로 인해 우리가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항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또는 물러서서 생각할 시간과 거리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심을 의도적으로 기울이는 훈련을 통해서 주어진 프레임을 거부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뒤의 2개 챕터에서는 관심을 기울일 곳은 물리적 세계임을 이야기하며 생태지역주의를 대항마로 꺼낸다. 작가의 취미인 새 관찰하기부터 시작해서 작은 모임부터 큰 모임까지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깊게 관계 맺고 충분히 논의하여 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소셜미디어가 무분별하게 수집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이 데이터가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가는지를 문제적으로 보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들을 감시하고 제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급선무이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정부나 국회에서 시급함을 알아채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개인 단위에서부터의 어떤 움직임이 생기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도 있었다. 그래서 오델이 주장하는 생태지역주의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개인들이 정석적으로 밟아야 하는 방향인 듯 보이지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루어지면 너무 좋겠지만… (동시에 이것이 어쩌면 내가 개인주의라는 벽에 부딪친 새로운 세입자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나 역시 나를 둘러싼 물리적인 장소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도 깨달았는데 그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쓱) 작가는 오클랜드 이야기와 주변에 있는 공원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나 더 나아가 서울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 이미 친구인데 동네에 사는 사람 외에는 교류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 점에서 새를 관찰하거나 식물 이름을 알아보는 데까지 나아가진 못하더라도 동네의 역사 정돈 알아보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1980년대에 시작된 신자유주의가 지금의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자꾸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핸드폰을 내려놓자고 다짐하고, 온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게 된다. 최근엔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는데, 아름다운 화음도 좋고 연습하는 만큼 느는 게 보이는 것도 기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1-2시간씩 스크린을 보지 않고 몰입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심할 때마다 핸드폰을 집어들지 말고 잠시 핸드폰을 집어들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보자고 또 얼마 가지 않을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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