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앱이 왜 클라우드를 논하는 거지? - 야놀자

특이기업 뜯어보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2024년에 하고 싶었던 시리즈로, 제가 관심가는 기업을 좀 뜯어보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 첫번째 주자는 야놀자입니다. (대상 선정은 그냥 제 마음대로). 굳이 기준을 들어 보자면, 생각치도 못한 면면이 있는 기업을 찾아본달까요. 가령 테슬라는 세상 모두가 알 듯 전기차 제조사이지만,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인슈어테크 기업으로서 자동차 보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죠. 이렇듯 좀 다른 면모를 가진 회사를 주로 보고자 합니다.

지난 몇 년간 야놀자는 점점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제 마음속의 야놀자는 아직도 순수 토종(?) 기업인데요. 대체 뭘로 해외를 나간다는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하고 있더군요. 그 중심에는 단어도 어려운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클라우드, SaaS (Hospitality Solution, Cloud, Software as a service …뭔가 좋은말 대잔치 느낌) 라는 용어가 있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호스피탈리티 솔루션이란?


저는 처음에 호스피스(Hospice) 로 이해하고 아.. 말기 암환자 분들을 위한 사업을 하시는건가.. 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만… 음 아니었고요.

호스피탈리티의 뜻은 우리말로는 환대사업이라고 합니다. 관광업, 호텔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네요. (솔직히 저만 몰랐을 거라고 생각치 않습니다. 다들 알고 계셨나요 덜덜)

그냥 단순한 호텔 예약 시스템 정도를 있어보이게 부르는거 아닌가, 야놀자가 자사를 크게 보이려고 뻥튀기 하는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꽤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을 동일하게 정의하고 솔루션을 내고 있더라고요. 대표적으로 오라클, 알카텔 루센트등의 IT 대기업들이 관련 솔루션을 내며 경쟁중이었습니다.


스크린샷 2024-03-24 143122.png 오라클의 호스피탈리티 홈페이지


야놀자에서는 호스피탈리티 솔루션을 아래와 같이 구분하여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1) PMS(Property Management System) : 호텔, 부티크호텔, 리조트, 펜션 등 호스피탈리티 공간의 객실, 부대시설, 인력 등을 모두 자산(프로퍼티)으로 지칭하며, 이를 관리하고 운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입니다. 기업의 ERP (전사적 자원관리)와 비슷합니다. 과거 수기로 하던 예약장부, 객실 운영관리 등을 디지털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솔루션입니다.

(2) 클라우드형 키오스크(Kiosk) : 온라인 예약 채널과 자동 연동되는 언택트/셀프 체크인 솔루션입니다. 플랫폼에서 예약 시 생성된 QR코드를 통해 5초 이내로 객실키 발급이 가능하며, 체크인에 소요되는 고객의 시간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3) CM(Channel Management) : 여행 예약 사이트, 온ᆞ오프라인 여행사, 각 사업자의 홈페이지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인입되는 고객 데이터를 사업자에게 통합된 정보로 제공하는 솔루션입니다.

(4) RM(Revenue Management) : 수요와 주변 공급 현황에 계절, 대규모 행사 등의 외부 환경과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효과적인 객실 판매를 돕는 솔루션입니다.

(5) IBE(Internet Booking Engine) : 각 호스피탈리티 인벤토리를 예약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창구로, 고객이 접근할 수 있는 예약 페이지를 말하며 최근에는 모바일 기반의 예약 플랫폼, OTA 등 다양한 예약 창구가 늘어남에 따라 호스피탈리티 사업자에 맞춰 홈페이지, 모바일 플랫폼 등을 제작ᆞ운영ᆞ관리 하는 솔루션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리 저리 공부해 보니, 야놀자가 말하는 호스피탈리티 클라우드 솔루션이 이제 좀 이해가 갑니다.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이용하던 인터넷 호텔 예약도, 생각해보면 뒤에서 할 일이 엄청 많은 것일테니까요. 제가 호텔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일단 호텔 홈페이지를 비롯한 수많은 예약 채널을 관리하는 것 부터가 엄청난 일입니다. 호텔 객실별 사진과 방의 정보를 올리고, 업데이트하고.. 시즌별 프로모션이라도 하게 되면 그 많은 예약채널을 일일히 다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말이죠. 전산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전산화는 호텔별로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 SaaS 로 제공이 가능한 것이죠. (기존에는 설치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제공되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전세계 시장에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이를 활용한 SaaS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스크린샷 2024-03-24 152444.png 야놀자 홈페이지. 글로벌 SaaS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SaaS 사업확대로 이룬 성과


여러 인터넷 예약 사이트들이 이 시장에 도전했지만 글로벌 진출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야놀자의 약진이 대단하긴 합니다. 50개의 해외 오피스, 5개의 R&D 센터를 통해 190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단기간에 진출국가수가 늘어난 것은 해외 유수의 솔루션 사업자를 인수하며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네요. 이지 테크노시스(현 야놀자 클라우드 솔루션), 산하정보기술, 인소프트, 고 글로벌 트래블(GGT)와 같은 국내외 유명한 솔루션 기업을 인수해 솔루션 원천기술과 여행 인벤토리 등을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인수를 통해 확대만 한 것은 아니었고, 또한 숙박 예약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고 SaaS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실제로 이지 테크노시스는 야놀자가 인수한 이후 매출 250%, 영업익 280% 이상 늘어나기도 했죠. 클라우드 사업에선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24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고, 당시 글로벌 사업 바탕으로 흑자를 기록했는데 해외사업 영업이익률이 40%을 보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네요.



마치며 : 승부처는 아마도 영업력.


공부해보니 야놀자의 해외사업진출은 상당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국내 IT 기업이 해외에 솔루션 만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는 어마무시하게 많죠 ㅠㅜ) 국뽕을 조금 타서, 이런 진출은 응원하게 되네요.

또한 호스피탈리티 솔루션의 특징을 고려하면 이 사업이 범상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한번 솔루션을 사용하면 바꾸는게 너무 어려워서 강하게 Lock in 된다는 거죠.(이른바 스위칭 코스트)

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 하듯 솔루션 교체에는 대규모로 시간과 인력이 들어갑니다. 고객채널 변화로 인해 고객들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고요. 가장 문제는 내부 인력들을 재교육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시장은 한번 영업해서 들어가면 (빨대를 꽂으면) 오랫동안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습니다. 여러 IT 기업들이 탐낼만 합니다. 이대로 해외시장 점유율을 높여간다면 공고한 해자를 파고 오랫동안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시장점유율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호스피탈리티 솔루션 시장 자체는 수요가 분명한 SI시장입니다. 영업력을 바탕으로 얼마나 점유율을 가져가느냐가 향후 시장성을 가르는 키가 될 것입니다. 야놀자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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