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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고신입 Feb 01. 2022

내부브랜딩 교육

일의 의미

교육팀으로부터 업무 요청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현장직에 대한 브랜딩 교육을 직접 진행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약간의 질타가 먼저 있었고 그 뒤에 구체적인 요청사항이 있었습니다.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분들에 대한 브랜딩 공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혐의를 부인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부끄럽고 죄송했습니다. 브랜딩 책임자라는 직책을 떠나 내부브랜딩의 중요성을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당사자로서 말입니다. 늦은 대신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자료 제작에 앞서 교육의 목표를 먼저 설정해야 했는데 '각자가 맡은 일의 의미를 이해한다'가 가장 적합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S사의 브랜딩을 이해하게 되면 S사가 추진하는 정책들과 그것에서 파생된 업무들의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영역에서조차 '브랜딩 적합한 방식'으로 업무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각자가 맡은 일에서 더 큰 보람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목표에 따라 작성한 목차와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부: 브랜딩이란]

-브랜드의 정의

-브랜딩의 정의

-브랜딩에 대한 오해: ⓐ마케팅과 디자인이 곧 브랜딩은 아니다. ⓑ브랜딩은 돈과 시간을 쓰는 작업이 아니라 오히려 절약하는 작업이다.

-타사의 브랜딩: 파타고니아


[2부: S사의 브랜딩]

-미션: 우리의 모든 업무는 이 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핵심가치: '건강'이 아닌 '맛'을 첫 번째 핵심가치로 두는 이유.

-업의 정의: 우리 스스로를 샐러드 전문점이 아닌 건강한 패스트푸드로 정의하는 다섯 가지 이유.


[3부: 브랜딩에 따른 의사결정]

-통밀빵 출시

-일반 탄산음료 미운영

-DIY 메뉴에 대한 홍보 축소

-지속적인 비건 메뉴 개발 및 출시

-친환경 봉투 유상판매

-환경단체 기부


[4부: 우리는 왜]

-소득분위별 기대수명과 건강기대수명

-우리의 메뉴를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을 즐겁고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


일단 목적을 설정하고 나니 교육 자료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 브랜드에서 했던 일, 하고 있는 일 또는 해야 할 일 중 몇 가지를 뽑아 정리하는 것이 전부였으니까요.


회의실에 들어가니 열 분정도가 저를 기다리고 계셨는데 은근히 긴장됐습니다. 교육 참가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니고 브랜딩에 있어 내부 교육의 중요성을 조직에 그리고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교육에 참가한 조직원들의 생각에 변화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면 브랜딩 교육 무용론이 등장해도 할 말이 없겠죠. 물론 브랜딩 교육이 진짜 쓸모없을 리는 없고 저의 역량 부족이 원인이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약 한 시간에 걸친 교육이 끝나고 몇몇 분들께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대체로 우리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담당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올라갔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점주님들의 협업을 더 잘 이끌어냄으로써 S사의 브랜딩을 현장에 입힐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보이셨습니다. 신입사원 대상 교육도 추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따라 지금까지 약 1년 간 신입사원 브랜딩 교육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타사의 사례로써 소개된 파타고니아의 상품을 구입하신 분들이 생겨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입니다.


구체적인 교육 내용이 얼마나 오래 기억되었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아마 거의 다 잊혔겠죠. 그러나 적어도 한 두 개의 키워드 혹은 느낌은 마음속에 불씨처럼 살아남았을 것이고 이것이 S사의 조직문화, 상품 개발, 디자인, 마케팅, 가맹점 정책을 접할 때마다 다시 군불로 되살아났으리라 믿습니다.


'이 군불은 다시 다양한 정책 기획 및 수행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브랜딩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을 것이다'라고 하면 너무 과장일까요. 브랜드 아래 다양한 요소 간 통일성과 일관성이 담보된다면 아마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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