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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Nov 03. 2019

전주의 핫플, 덜 익은 사람들 그리고잘 익은 언어들

전주의 대표 동네 사랑방, 남녀노소 즐겨찾기로 등록해 둔 이 곳

로컬 책방 투어를 기획하면서 장소 선정은 나름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특히나 한정된 시간에 이동하는터라 교통 수단, 숙박까지 고려를 해야했으니. 가가책방지기님과 논의 끝에 공주와 1시간 거리인 전주를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전주는 지난 여름 공-전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2박 3일을 여행했던 터, 잠깐 방문했기에 아쉬움도 남았고 전주가 지닌 그 향기와 느낌을 다시 기억하고 싶기도 해서였다.  


여름 휴가 때 기획했던 공-전 여행 일러스트

바쁘신 대표님과 인스타그램 DM으로 약속 시간을 다시 확인하고, 추적추적 비 내리는 전주에 도착하여 찾아온 잘 익은 언어들의 책방은 외부 포스부터 다르다. 특히나 책방지기님의 개인 핸드폰 번호를 정면에 크게 공개해 놓은 점이 참 인상이 깊은 1인이었다 (사진 오른쪽에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책방지기님의 핸드폰 번호)


외부 미팅 때문에 나가신 대표님을 기다리며 책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세 벽면으로 가득찬 책들을 보며 역시 책이 있다는 것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구나 싶었다. 카메라를 여기저기 들이댄 곳들, 구석구석 책 글귀를 적어놓은 작은 액자들이며 책을 소개하는 작은 메모지 등은 책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책방을 방문하거나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이라면 적혀있는 메모지들과 글귀들을 읽으며 충분히 서성일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타이틀, 글귀들 하나하나 책방지기님의 느낌이 있다


 잘 익은 언어들, 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잘 익은 언어라..진지한 책방 주인장 이실려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가가책방지기와 지인 OS가 전주의 이 책방을 방문 했을 때 주인장께서 스케줄 때문에 알아서 결제하라며 후다닥 나가셨다는 에피소드를 듣고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했던 터. 



대표님은 안면식도 없는 우리에게 '동네책방' 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초면에 '밥을 사시겠다'는 감사한 말씀을 주셨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밥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의미이던가. 선뜻 밥을 대접하겠다는 대표님 말만으로 각박한 이 세상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반가운 인사로 대표님을 맞이하고 잘 익은 언어들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맛집 '산솔야' 에서 맛있는 일식을 주문해주셨다.  


그리고 나는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표님이 '진지함을 내면에 품은 유머러스한 이야기꾼'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20년 넘게 업계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을 하셨다는 대표님은 책방이 너무 하고 싶어 고향인 전주로 내려오셨다고.

2017년 10월에 오픈해서 2년 째 송천동 골목을 지키시고 계시는 대표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으시고 쿨하신 분이셨다. 길게 이야기 하지 않아도 인간미 뿜뿜 넘치는 스타일이시랄까.

일정이 촉박하여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지만 식사-커피- 책방 수다를 함께하며 느꼈던 점은 이렇다.


1. 잘 익은 언어들은 남녀노소 찾는 동네 사랑방이다

대표님이 동네분들에게 늘 하고 다니신다는 이야기는 이렇단다 '책 꼭 사주시지 않아도 되니 가끔 오셔서 책방지기 살아있나~ 얼굴 보러 오세요'라고. 초등학생 아가들부터 학생들, 학부모님들,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까지 모두 책방손님이라고 하니 그 케파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책방안에 비치된 책들은 가벼운 책들부터 무거운 책, 신간 책, 동화책 등등 각양각색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잘 익은 언어들의 인스타 그램 (@well_books)을 확인해보면 북토크부터 시작해서 초등학생 아가들과의 떡볶이 타임 등 수 많은 이벤트들로 책방 안이 북적북적이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그득한 이 곳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팔로우 하시라!


2. 대표님과 책방이 좋아 함께하는 크루들이 책방을 만들어 간다 


또 하나 참 부러웠던 점이 있다면 대표님을 따르는 몇몇 크루(또는 위원장이라고도 불리움)분들께서 함께 책방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찾아갈 당시에는 '전주 독서대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부스에 전시할 엽서와 사은품들을 대표님이 아닌(?) 크루분들께서 모두 제작하고 계셨다!

잦은 이벤트와 잘 나가는 대표님(밖으로 잘 나가는) 덕택에 책방이 너무 바쁘니 그럴 때마다 오셔서 손이 되어 주신다고. 예쁜 글씨, 일러 그림 제작 등 각자의 능력이 출중한 이 분들은 시간 날때마다 오셔서 책방의 일원이 되어 주시나보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큰 이벤트를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다들 어쩜 미모까지 뛰어나신지!


3. 잘 익은 언어들의 대표님은 '잘 익은' 분

비오는 오송제 생태공원을 한바퀴 같이 산책하다

대표님은 첫 만남부터 같이 동네책방이 살 길을 고민해주시고 책방 주변을 보여주신다며 직접 운전하셔서 좋은 곳에 데려가도 주셨다. 이동하거나 잠깐 짬이 날 때도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편하게 대해주시는 대표님의 모습이 참 좋았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 있지만, 많고 많은 사람들의 만남 속에서 대표님이 빛날 수 있는 건 '자연스런 대화를 이끌어가시는 내공 + 순수한 마음으로 대해주시는 태도 + 본인의 단점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보따리로 풀어내는 능력' 등이 아닐지.  


전주는 한옥이라는 키워드 외에도 '잘 익은 언어들' 이라는 책방이 전주 송천동 동네를 주름잡고 있다. 따뜻한 정이 그리운 자는 이곳을 찾으라. 책방에 들어가 서성이고 있으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잘 익은 대표님'이 반겨주실터이다.



*본 '잘 익은 언어들' 편은 '로컬 책방 투어 2019' 의 잡지에 내용에 실리게 될 내용의 일부 편으로, 추후 검토를 통하여 일부 내용이 변경 및 편집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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