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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냥 Mar 21. 2021

한 점 쉼표와 어울리는 느리게 책방

한 점 쉼표와 어울리는 공주 원도심의 보물

공주에서 한달 살기를 했었던 가까운 언니가 느리게 책방에 적힌 문구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그대여, 나도 그럴 수 있고 당신도 그럴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용기 내보자.



그렇다. 살면서 어떤 공간은 그저 바라만 봐도, 그곳에만 있어도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나에게, 그리고 공주를 찾은 우리들에게 느리게 책방은 정말 그런 곳이다.


1호점 책방에 이어 바로 생긴 독립서점이라 어떤 분일지 궁금했는데 알면 알수록 책방이랑 참 어울리는 분이다.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깔깔’ 하고 웃는데 고등학생 적 내 친구처럼 소녀스럽다.



우리는 그렇게 햇살이 좋은 카페에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아래는 책방에 관해 궁금했던 점을 정리해 본 것.


Q. 어떻게 책방을 여시게 된 거예요? 공주에서 여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제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라 심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 대전의 <구름책방>을 방문해 마음의 위안과 휴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책방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주 원도심은 공주대학교 재학 시절에 원도심으로 나들이 오게 되면 제민천 주변 마을이 조용하고 고즈넉 해서 종종 왔었어요. 사실 대전에서 가게를 열려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우연히 공주를 다시 찾았는데 제민천의 매력에 빠져 원도심에서 책방을 열어야겠다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 너무 좋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제민천에 반한 분들이 역시 한둘이 아니구나)


Q. 그러셨군요. ‘느리게 책방’이란 이름, 고즈넉하고 느린 원도심이랑 잘 어울려요. 어떻게 짓게 되신 거예요?


책방 이름을 <느리게>로 짓게 된 것은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 남들과 비교하고 그들의 속도에 따라가느라 많이 버거웠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남들과 비교하기 보다는 느리더라도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의 울림이 있어 책방 이름을 <느리게>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진행하고 계신 모임이나 활동 계획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려요.


<헌책 X 동물보호단체 기부 프로젝트>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헌책을 기부받아 책 상태에 따라 3~5천원으로 판매하고 그 금액이 어느 정도 모이면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합니다.


(마음이 따뜻하신 사장님은 책방 한켠에서 기부할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책방 근처의 고양이들에게 먹이도 주시는데, 이전에는 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입양도 직접 시켜주셨다고..그 취지가 너무 예뻐서 가가책방에서도 몇 권 가져다 드릴 예정이다)

세마리 길고양이 입양을 보내주신 사장님.



Q.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시는 책이 궁금합니다!


1. 그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우선 연애시절 지금의 남편이 생일선물로 주었던 책이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책입니다. 제주를 사랑한 작가가 죽음 직전까지 제주의 이 곳 저 곳을 사진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돈이 생기면 필름을 먼저 사는 작가의 모습에서 자신의 소명이라고 생각하는 어떤 일을 간절한 마음으로 해 나가는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제주에 <김영갑 갤러리>라고 폐교를 개조하여 작가의 사진을 전시한 공간이 있어 제주 여행을 계획한다면 들러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2. 달라이 라마의 고양이/ 데이비드 미치

달라이 라마를 찾아 고민을 털어 놓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고양이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재밌게 그린 책입니다. 겉으로는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유명인들에게도 삶의 고충이 있고 고양이의 시각에서 그것을 객관화하여 보니 잠시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도 큰 일이 아니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3. 정신과 박티팔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관찰의 기술/ 박티팔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작가가 자기 딴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비법에 대해 쓴 책 입니다. 임상심리사로서 근무했던 경험과 자신의 가족과 주변인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상을 임상심리사의 시각으로 바라 본 점이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통해 관계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이렇게도 풀어갈 수 있구나 하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조명으로 예쁘게 장식된 내부도 좋지만 배우신 프랑스 자수로 책의 섹션을 나눈 것도 귀여웠다.



대표님이 애정하는 가게들도 소개 받았다.


1) 고기촌:

*충남 공주시 먹자 3길 5-1


CNA 문구점 골목에 위치해 있는데 삼겹살이 특히 맛있습니다. 영업하신지 오래 되어 공주토박이들에게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곳이라고 해요.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시고 후식으로 주시는 살얼음 동동 떠 있는 매실차가 꿀 맛 입니다.

2) 홈바운드

*충남 공주시 대통 1길 72-1
 공주우체국 인근에 위치해 있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감각있습니다. 공주 토박이인 사장님도 친절하세요. 개인적으로 쑥라떼가 맛있어 추천 드립니다. 현재는 리모델링을 하고 있어 4월 중에 다시 오픈한다고 합니다. 아마 산성시장 쪽 골목으로 옮길거예요.


작년에는 독립 출판물인 <'제주' 살래요> 이리나 작가님의 북토크를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토크의 주제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오늘을 잃지 말자>라는 것이었는데 북토크에 참여해주신 손님 분들께서 많이들 공감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달에 한번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는 ‘마음의 위로와 쉼’ 이라는 주제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신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때문에 약 6개월 간 쉬었지만 2021년도부터는 거리 수칙을 지켜가며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요.


햇살 좋은 봄 날, 제민천 가를 거닐다가 마음에 쉼을 주고 싶은 공간이 가보고 싶다면 방문해보세요.



공주 원도심의 두번째 독립 책방 '느리게 책방'

주소: 충남 공주시 우체국길 24

운영시간:  오후 1시~7시, 매주 월화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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