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빌려온
요시타케 신스케, 결국 못하고 끝난 일
작가는 참 귀여운 성격을 가졌다. 모두가 찌질하고 별로인 면이 있지만 멋진 척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꽤 멋진 척하면서 사는 것 같은데, 가끔은 찌질하고 별로인 내 모습을 잔뜩 드러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오늘은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음식을 한 번에 다 먹지 못합니다.
나는 음식을 한입 먹고 저장해놓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고 몇입 먹으면 질리기도 하니 나중에 먹으려고 저장해놓습니다. 근데 나중에 먹으려고 하면 이미 누군가가 (내 남편) 먹어서 없던지 , 이미 누군가가 (내 남편) 치워서 그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은 “당신이 안 먹는 줄 알았어!” 하고 억울함을 표현하지만 나 또한 억울하긴 마찬가지예요. 남은걸 먹을 생각에 엉덩이를 흔들며 집을 갔는데 막상 그 자리에 없으면 그것만큼 허무한 것 도 없어요.
물건 관리를 잘 못합니다.
물건을 소중히 다루질 못합니다. 나에게 온 물건은 금세 헤지거나 닳는 것 같아요. 그럴 땐 네가 다른 주인을 만났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 하고 미안해지곤 합니다. 그래서 물건을 많이 안 사려고 합니다. 많은 물건들을 고통받게 할 순 없지요. 사람마다 가져야 하는 정도가 있는 것 같은데, 30년을 살아보니 저는 많은 양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어요. 적게 가진 채로 물건을 잃어버리지만 말자고 생각합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주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도망갔나 뭐 그런 생각도 가끔 드네요)
춤을 잘 못 춥니다.
어릴 때는 거울을 보며 아이돌 춤을 따라 춰본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거울을 깨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그건 잘 치고 못 추고를 떠나서 춤을 추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역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대학교 첫 엠티 때,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했어요. 비슷한 분위기에 아이들을 나누고 학과 선배들과 춤 연습을 하기로 했어요. 춤 좀 추게 생긴? 저는 섹시한 컨셉의 춤을 추게 됐습니다. 연습을 시작하자 저의 실체는 금세 탄로 나고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어요. 춤 잘 추게 생긴 걸 어쩌겠습니까 -
아직까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밖으로 내비치기 어렵습니다.
음식점에 가더라도 음식에 문제가 있거나 예의 없는 종업원을 만났을 때, 누군가는 항의를 할 수 있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냥 속으로 ‘정말 별로네’ 하고 그곳을 가지 않는 걸로 일을 마루리 짓습니다. 이런 저의 성향은 사람을 만날 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주거나 별로인 부분을 발견하면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관계를 개선하면 되지만 저는 관계를 끊는 걸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 습관은 아직까지도 일상생활에 그대로 남아있는 것 있네요. 어른이 되기엔 아직 멀은 것 같습니다.
적은 이야기 말고도 못하는 건 100개 이상이 된 답니다. 못하는 걸 잘하는 삶으로 살아보는 것도 한번 인생 사는데 꽤 의미 있는 일 아니겠어요? 한 번쯤 고쳐보려는 노력은 해보려고 합니다. 근데 또 너무 다 -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로봇이 아닌 이상 (아니 로봇도 못하는 건 참 맞죠.) 불가능한 일 아닌가 싶어요. 저는 이런 사람이랍니다.
이제 당신이 ‘못하는 것’은 뭔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