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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Nov 03. 2017

어김없이 고통받는 수강신청

교환학생의 수강신청에 자유를...!



1. 한국에서의 수강신청


  개인적인 경험인데, 나는 3년간 재학하면서 수강신청을 제대로 성공해본 적이 거의 없다. 1학점으로 한 학기를 시작하여, 정정기간에 18학점까지 꾸역꾸역 채웠던 악몽 같은 기억이 있기도 하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수강신청 사이트를 드나드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이렇게 수강신청이 힘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학생들이 희망하는 과목의 강좌수가 적기 때문이다. 대체로 인기 있는 과목의 경쟁이 심한 편이며, 특히 내 전공인 경영학과에서 더욱 심한 양상을 띤다. 재학 중인 학생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부전공 및 복수전공을 통해 타 학과에서 유입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초교양, 전공기초, 전공필수, 졸업 필수와 같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과목이 꽤나 많다. 이러한 필수과목들에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졸업을 앞둔 고학번 학생, 재수강을 희망하는 학생 그리고 처음 수강하는 저학번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수강신청 시즌이면 매번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볼멘소리가 나오지만, 몇 년째 계속되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야겠다)


  아무런 근거 없이 떠들어 대는 소리지만, 나는 수강신청이 한 학기 학점 평점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다. 총 몇 학점을 듣는지, 어떠한 과목들을 듣는지, 공강시간은 적절하게 배분되어 있는지 등의 문제는 체력과 시간 안배를 하기 위한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또는 선배나 친구로부터 발표나 시험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이라면 좀 더 전략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수강신청 언저리에 깔린 이 모든 행동이 한 학기를 잘 보내기 위한 설계인 셈이다.




  한국보다 한 달 늦게 개강한 체코는 10월 1일부터 본격적인 학기가 시작했다. 동시에 수강신청은 그 전주부터 시작했는데, 나는 여기서도 수강신청으로 힘든 나날을 겪었다. 다만 한국에서의 수강신청 양상하고는 조금 다르다. 단순히 학생 인원수 대비 개설된 강좌수의 문제가 아니었다. 교환학생이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의 행정적 문제 때문이었다.



2. 교환학생 수강신청 제한요건


전공과목 9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전공 학점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모교와 동일하거나 비슷한 이름의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본교에서 기수강 했던 과목은 파견교에서 수강해도 전공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2번 조건이 가장 이해 안 되는 부분이다. 오로지 행정처리의 편리함을 위해 생긴 제도가 아닐까 싶다. 이것 때문에 파견교에서 수강할 수 있는 강좌의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본교의 전공에 맞춰서 파견교가 강좌를 개설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이 학교도 나름대로의 커리큘럼이 따로 있고, 교수진 특색에 따라 전공과목을 열어둔다. 따라서 2번 조건을 만족시키는 강좌수가 많지 않다. (행정처 입장에서 굳이 반박을 한다면, 교환학생 오기 전에 이미 공지했던 사항이기에 내 불찰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조건 때문에 해외 대학에만 있는 특색 있는 강의를 들을 기회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파견교인 체코의 까를대학교에는 European Economic Integration이라는 과목이 있다. 유럽이 유로존을 왜 만들었으며, 그 양상과 경제젹 효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이며, 현지에서 유럽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 더욱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번 조건 때문에 수강신청을 포기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내용을 배우려고 했는데, 모교 전공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공인정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모순적인 상황이다. 다양한 문화와 학문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환학생의 취지와는 정말 어긋나는 부분이다. 악법이라고 봐도 무방할듯 



3. 체코 대학 학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한국과 다른 체코 및 유럽 대학의 학제였다. 학사 4년, 석사 2년 과정인 한국과 달리 까를대학교는 학사 3년, 석사 2년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문에 현재 3학년 2학기를 재학 중인 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학사과정의 대부분은 이미 모교에서 수강한 과목들이었다. 결국 다른 강좌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모교의 전공과목과 매칭 되면서 내가 아직 수강하지 않은 강좌들은 대체로 석사과정에 편재되어 있었다(2번과 3번 조건 동시에 만족시키는 경우들).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나머지 나는 석사과정의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학생들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훨씬 높았다. 교수님은 학생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실용적인(practical) 내용들을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나는 해당 과목의 용어를 이해하는 동안, 교수님은 차트와 그래프의 해석을 요구하신다. 미쳐버릴 팔자다. 이것은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했어도 못 알아들었을 것이다.



4. 앞으로


수강신청 꼴을 보면, 한 학기 설계는 완전히 망한 것 같다. 출발이 전혀 산뜻하지 않다. 수강신청 기간만 고통받는 한국과 달리, 그 여파가 한 학기 내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겨우 12학점 듣는데도 불구하고 21학점 들었던 저번 학기보다 훨씬 힘들다. 높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F만은 면하려는 노력이 한국에서 A+를 받기 위한 노력보다 더 많이 들 것 같다. 투자하는 시간 대비 나아지는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머리털 다 빠져버릴 것 같다.  어디서 탈모도 산재로 인정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은데




창 밖의 프라하 야경을 두고 도서관에 박혀있는 처량함이란...


투덜투덜체로 쓰여진 한탄글입니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틴 성모마리아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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