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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녁s토리 Nov 03. 2017

프라하 스카이다이빙 리얼 후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란






17.10.15 에 뜀.



스투비 플래너라는 한국 여행 에이전시를 통했고, 프라하의 Sky walker라는 업체를 이용했다. (광고 아님) 아무런 사진, 영상 촬영 없이 스카이 다이빙만 한다면 2900CZK(약 16만원)인데, 영상 촬영을 하는 순간 가격은 5100CZK(약 26만원)으로 뛴다. 근접 촬영까지 추가하면 추가적인 더 비용이 든다. 나는 비디오를 남기는 데에 그만한 가치를 못 느꼈고, 그냥 점프만 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옅어질까 봐, 이렇게 후기를 남겨 생생하게 기억하고자 한다.



1. 비행장 도착 및 탑승 대기


프라하 시내에서 1시간가량 셔틀을 타고 경비행장으로 이동했다. 드넓은 초원에 있는 짤막한 건물 한 채가 오피스였다. 그곳에서 직원들의 안내와 간단한 교육을 받고는 준비를 시작했다. 제공해주는 슈트를 내 옷 위에 덧입고, 간단한 장비를 착용한 후 차례를 기다렸다(체육복 같음. 슈트라 부르기도 이상하다). 앞선 참가자들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스카이다이빙에 대한 기대를 안고 기다렸다. 분명 사람인데 하늘 높은 곳에서는 그냥 점처럼 보인다.


 긴장이나 걱정하지는 않았다. 평소에 롤러코스터나 자이로드롭 같이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즐기는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싶어서 자처했기 때문이다. 어떤 기분일까 그저 궁금하기만 했다.



2. 경비행기 탑승 후 이륙


40분가량을 기다리고 난 후, 우리 차례가 되어 이동했다. 비행기는 생각보다 작고 협소했으며, 조그마한 공간에 12명가량이 빽빽하게 탑승했다. 4명의 체험자와 영상 촬영 담당 직원 또는 함께 뛰는 안전요원들이었다. 곧바로 비행기 시동이 걸렸고, 이륙했다. 약 4000미터 상공까지 올라가는 데 체감상 15~20분가량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비행기 소음이 심해서 옆 사람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고, 그냥 멀어져 가는 땅을 바라보며 곧 뛰어내릴 것을 실감할 뿐이다. 자동차가 개미같이 보이기 시작할 때즘...다 올라왔다 싶었다. 그런데도 한참을 더 올라간다. 정말 높히 올라간다. 사람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높이를 초월해버린다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다. 그냥 까마득해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한낱 경치로 느껴질 뿐이다.



3. 낙하 준비


비행기가 고도를 계속 높이며 올라갈 동안, 나와 함께 뛸 다이버는 아이팟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다. 여유로워 보였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목표 고도에 다달으자, 그는 아이팟을 집어넣고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버클을 채우고, 본인의 몸에 내 등을 밀착시켜 점프할 준비를 했다. 이제 낙하할 준비가 된 것이다. 업체 직원들이 경비행기의 문을 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체스판처럼 생겨먹은 푸른색 육지가 아래로 보였다. 여태껏 긴장이 안되다가도 문이 열리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높은 고도에서 오는 긴장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비행기 바깥으로 몸을 내 던진다는 것 자체가 공포스러웠다. 상상만 하던 것이 바로 눈 앞 현실로 닥친 시점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TV에서 번지 점프할 때면, 무서워서 쉽게 뛰어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가슴 졸이면서 점프를 망설이는 것 마저 스릴을 느끼는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스카이다이빙에는 그러한 해당사항이 없다. 그냥 차례가 오면 확 뛰어 버린다. 왜냐하면 본인의 자의에 따라 뛰는 게 아니라, 함께 점프하는 다이버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내 앞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내 차례가 되어 문 쪽으로 이동했다. 나도 곧바로 발을 비행기 밖으로 내고, 고개를 들어 낙하 자세를 취했다.



4. 점프 그리고 자유낙하


쌀을 먹지 않는 민족이라 그런가. 뜸 따위는 들이지 않는다. 진짜 심호흡할 시간도 없이, 낙하 자세를 취하자마자 바로 뛰어내렸다. 인정사정없었다.


점프한 직후에는 비행기와 하늘을 바라보며 거꾸로 낙하한다. 내가 뛰어내린 비행기와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것을 느끼며, 진짜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느껴보는 낙하 속도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끄으윽'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에 힘이 쫙 들어갔다. 한 없이 떨어지는 그 '불편한' 상황을 멈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근육이 긴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 안전 손잡이를 꽉 잡거나, 원심력 반대편으로 힘을 주어 몸이 튕겨나가지 않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만약 그 상태로 계속 떨어졌다면, 스카이 다이빙은 최악의 경험으로 남았을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떨어지다가, 곧네 몸을 뒤틀어 아래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래쪽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 더 안정감 있었고, 꽉 잡고 있던 버클을 놓으면서 힘을 풀 수 있었다. 그리고 팔을 벌려 온 몸으로 바람을 만끽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리에도 긴장이 풀렸고 낙하하는 그 순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공중에서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공기의 저항을 느끼는 기분은 꽤나 좋았다.


동시에 공기와의 마찰은 정말 대단했다. 압축 에어건 1000개가 사방에서 쏘아대는 느낌이랄까나.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어 보기도 하며 그 순간을 느꼈다. 다만 귀를 스치며 지나가는 공기는 사알~짝 시리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시야는 조금 흐렸다. 고글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빠르게 떨어지는 나머지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때까지는 전망을 구경할 겨를조차 없었다. 그냥 떨어지고 있다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물론 신기하며 재미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입을 벌리면 공기가 왕창 들어간다. 혹시나 영상까지 찍고 있다면 굉장히 추한 모습이 연출될 터이니, 입은 꼭 닫고 낙하하자.


1분 가까이 자유낙하를 하고 낙하산을 펼치는데,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시간이다.



5. 낙하산 펼친 후


낙하산이 펼쳐지는 순간 몸이 붕 뜨면서 뒤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사지를 감싸고 있던 안전 끈과 버클에서부터 압박이 느껴졌다. 그리고 휴...하는 안도감이 한 번 찾아온다. 숨 쉬기가 비교적 편안해졌고 하늘에서 관망하는 경치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태껏 엎드린 자세로 떨어졌다면, 이제는 대롱대롱 매달려서 하강한다. 다리를 흔들흔들 하는 것도 재미있다. 육중한 내 몸을 버티고 있던 두 다리에게 해방을 선사한 기분이었다.


낙하산을 펼치면 붕붕 떠있는 느낌과 함께 사뿐사뿐 내려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속도가 조금 늦춰졌을 뿐이지 꽤나 빠른 속도로 내려온다.  "이 속도로 가다간 땅에 처박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듣던 파트너 다이버의 짬을 믿기로 하고 그냥 즐겼다. 스카이다이빙에서 쓸데없는 생각은 정말 금물이다. 즐거움이 악몽이 되어버리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냥 평범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크게 원을 그리면서 내려오는 점이다. 비행기 탑승하기 전,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이 빙글빙글 내려오는 것을 볼 때는 재미있어 보였는데, 직접 타보니 제일 빡센 부분이었다. 일반 놀이기구에서 느껴지는 회전력이랑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낙하산이 회전을 하면서 바람이 잡아당기는 느낌과 함께 원심력으로부터 오는 중력까지 확 느껴진다. 그리고 높은 고도에서 방향을 틀기 때문에 지평선 끝까지 보이는 지구 전체가 팽글팽글 도는 것처럼 보인다. 말 그대로 세상이 돌아버린다. 진짜 끝내주는 스릴임은 분명한데 멀미까지 동반한다는 점은 무시 못 하겠다.



6. 지상에 안착


땅에 가까워질수록, 이동 방향을 육지와 수평으로 만들며 속도를 줄인다. 그리고 다리를 90도로 들어 엉덩이로 안착한다. 엉덩방아를 찧는 것은 피할 수 없는데, 그래도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한다. 숙련되지 않은 참가자가 그냥 직립으로 랜딩을 하게 될 경우 다리가 부러질 수 있다고 한다.


여하튼 스카이다이빙은 끝났다. "이건 대체 뭐지?!"라는 흥분과 "와...끝났다" 라는 안도감이 교차한다. 어안이 벙벙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가 돌이켜보기도 하고, 땅을 쿵쿵 내디뎌 보면서 잘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해보기도 했다. 잠깐 3~5분 사이에 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한 것이라곤 정말 하늘에서 떨어진 것밖에 없는데 그냥 지친다. 멀미기가 살짝 느껴져서 앉아서 휴식을 취해주었고, 단 것이 먹고 싶어서 콜라랑 에너지바를 하나 사 먹었다. 프라하 시내로 돌아오는 셔틀에서는 그냥 눈 감고 기절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감했다.



7.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면?


공짜라면 한다. 내 돈 내고 한 번 더 하라고 한다면..? 경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대신 그 한 번의 경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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