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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Jan 10. 2024

네이버 추천 앱으로 본 한국인의 삶

네이버가 규정한 한국인의 인생사.


이 글은 중앙일보 기자 블로그인 [ J plus ]에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썼던 글이다.

[ J plus ]는 중앙일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자 블로그 운영을 멈추면서 폐지되었다.

옮긴 글 중 몇몇 글은 제목과 내용을 약간 수정했다.


[ 네이버 추천 앱으로 바라본 한국인의 삶 ]

입력 2015.03.23 02:08

J플러스로 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18705247 복사


네이버가 운용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앱 장터는 원스토어로 통합된 뒤 2016년 12월 9일 자로 종료된 서비스이다.


네이버는 한국인의 디지털 세상을 얼마나 지배하고 있을까요? 사실상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습니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커진 모바일 세상에서도 맹주로 자리하기 위해 네이버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구글플레이와 같은 앱장터를 만들어 놓고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네이버 앱스토어에 재미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당신의 나이를 입력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있는 메뉴입니다.
여기에 나이를 적은 뒤 결과보기를 누르면 그 나이에 알맞은 앱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나이를 적으면서 보니 네이버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인생주기가 보입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그 나이 때라면 이런 것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네이버는 보고 있나 봅니다.

먼저 8살을 적어 봤습니다.
그랬더니 10개의 앱을 추천해 주더군요. ‘우리 아이들이 찾는 앱’이라는 제목이 뜹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찾기보다는 부모가 찾는 앱 인 듯합니다. 10개 모두 교육부문 앱이었습니다.
한글, 영어, 영어동화, 한자, 색칠공부, 어린이용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앱입니다. 그리고 유치원 혹은 어린이집과 연결해 각종 공지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앱이 한 개가 있네요.
선행학습이 성행하고 있는 한국교육 현실을 보여주듯 어린이들에게는 무조건 각종 교육만이 대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살부터 12세까지 같은 결과 값을 보여줍니다.



13살을 적었습니다.
총 13개 앱을 추천해 줍니다. 이 결과 값은 13세부터 18세까지 같습니다.
청소년들이 관심 가질 만한 앱들이 많이 보입니다.
절반 가까운 6개 앱이 음악 관련 앱입니다. 당연히 동영상 관련 앱도 있습니다.
아프리카 TV 같이 개인방송을 보여주는 앱도 있네요.
스마트폰을 꾸미기 위한 앱과 함께 사진 관련 앱이 2개 있네요.
촬영뿐만이 아니라 찍은 사진으로 꾸미기를 할 수 있는 앱입니다.
 
‘학생이세요?’란 제목이 있으니 당연히 교육 관련 앱이 많을 것 같지만 교육 관련 앱이 단 두 개뿐입니다. 그런데 분류는 교육으로 해놓았지만 학습용이 아닙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급식정보를 알려주는 앱입니다.
다른 학교와 급식내용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급식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네이버가 관심이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결국 청소년기에는 학습보다 음악, 동영상, 사진촬영 같은 오락에 가까운 앱을 추천하고 있군요. 재미있는 점은 게임 앱은 추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세를 적었습니다.
‘새내기에게 필요한 앱’이란 문구가 나타납니다. 14개를 추천해 주었네요.
한마디로 대학생을 위한 앱입니다. 19세부터 24세까지 같은 결과 값입니다.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는 앱이 맨 처음 나타나네요.
아무래도 대학에서 공부는 고등학교 때와 달리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앱을 추천해 준 듯합니다. 교육 관련 앱은 2개를 추천했습니다. 이것과 함께 스터디를 함께 하거나 문제를 바로바로 풀어보는 앱이 있습니다. 이 앱은 고등학생들에게 더 유용하겠지만 문제를 풀어주거나 하면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된다는 점이 특이하네요.
 
비즈니스 앱이 두 개 있는데 모두 아르바이트 구하기 앱입니다. 그리고 원룸, 오피스텔 등을 구하기 위한 앱도 보이네요. 고단한 대학생 삶을 엿보는 듯합니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건강을 챙기라고 건강운동 관련 앱도 하나 있습니다. 네이버가 추천한 것이다 보니 캘린더, 오피스, 소셜네트워크 관련 앱이 네이버에서 만든 것들입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 사용이 많아지면서 배터리 소모도 많아지니 배터리 관리앱도 하나 추천해 놓았네요.
 
26세입니다.
대학졸업과 함께 취업전선에 나설 때입니다. 총 12개 앱을 추천했는데 이중 교육 관련이 4개 있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외국어로 한국에서 영어는 기본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인지 말하기 문법, 영화와 미드, 팝송을 이용한 영어 관련 앱이 3개입니다. 오락도 영어를 이용하라는 뜻이군요. 나머지 하나는 시사, 상식, 면접족보 등 취업스터디에 관한 앱이네요.
 
과반을 넘는 8개가 취업에 관련된 앱입니다. 공채일정, 취업, 연봉계산기 같은 앱들입니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나요?’라는 문구가 보입니다만 요즘 현실은 대학졸업 후 취업이 꿈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시절입니다.

30세를 적었습니다.
12개 앱을 추천했는데 30세면 취업을 했다는 전제로 추천한 듯싶습니다. 가계부 앱이 3개가 보이고 처음으로 명함관리 앱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도전하는 당신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보입니다. 취업 이후 더 높이 가기 위해 도전하라는 뜻처럼 보입니다.
30세부터 39세까지 같은 결과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30세에는 취업을 한다고 네이버는 보고 있나 봅니다.
 
40세를 썼습니다.
뜬금없이 ‘응답하라 90년대’라는 제목이 뜹니다. 이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때라고 네이버는 생각하나 봅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호텔 찾기, 맛집, 항공권예약, 환율계산 등 여행 관련 앱이 7개가 나옵니다. 총 12개 중 7개이니 이제 간간이 쉬면서 과거를 생각하라는 뜻인가 봅니다. 또한 쇼핑 앱도 하나 추천해 놓았군요. 돈도 좀 벌었을 테니 쓰라는 뜻이겠죠.
교통 관련 앱 2개도 내비게이션과 버스정보 앱입니다. 40세부터 49세까지 같은 결과입니다.
 
50세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아도 ‘젊은 감각의 당신에게 추천’하는 앱입니다. 10개를 추천했네요.
예전 동창, 혹은 지인들과 온라인 수다에 적합한 앱을 제일 먼저 추천했군요. 전화번호검색과 함께 맛집 소개도 하는 앱을 세 번째로 추천했습니다. 쇼핑앱을 3개나 추천했네요.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가 있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요즘 들어 늘어난 스팸, 스미싱 등 악성전화나 문자를 차단해 주는 앱도 하나 추천했습니다. 카메라 앱 하나와 방송사 앱 하나를 선정해 놓았네요.
 
60세
은퇴를 했다고 보는군요. 그래도 남은 생을 즐기며 살자고 합니다. ‘재미있는 인생을 위하여’ 10개 앱을 추천했습니다. 나이 들면 무엇보다도 건강이 최고입니다. 등산, 자전거, 걷기, 요가, 그리고 질 좋은 수면을 유도해 주는 앱과 같이 건강 관련 앱이 절반인 5개입니다. 돈 많이 들고 먼 해외여행보다는 가까운 국내여행과 축제상황을 알아보는 앱이 2개 있네요. 그리고 날씨앱이 하나 있네요. 뉴스도 간간이 알아둬야 하니 연합뉴스 앱을 선정했습니다. 기억이 예전 같지 않아 가물가물 할 때 검색해 보라고 네이버 앱을 추천해 놓았습니다. 60 이후는 99세까지 똑같습니다. 이제 남은 삶은 그저 건강하게 살면 된다는 뜻인 듯합니다. 쇼핑앱도 없습니다. 돈 쓰지 말고 건강 챙기면서 남은 생 재미있게 살자는 말이지요.
 
결국 네이버가 보는 평균적인 한국인의 삶은 이렇습니다.
어려서는 부모의 반강제적인(?) 교육에 몰입합니다. 청소년기는 반항의 시절인지라 공부보다는 음악 동영상 사진 찍기에 빠집니다. 그러다 대학 가서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하고 취업준비 합니다.
졸업 후에도 취업준비에 힘써야 하고 30이면 취업을 하게 됩니다.
40이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되고 해외여행도 하게 됩니다. 50세면 과거 동창, 지인들과 수다도 떨고 온라인쇼핑도 하면서 젊은 감각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갑니다. 60이 되면 건강이 최고입니다. 돈은 적게 쓰면서 그저 건강 챙기면서 남은 생 즐겁게 살면 된다고 보는 것이죠.



PS : 거의 10년 가까이 되는 예전의 글인데... 현재의 한국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달라졌나? 그대로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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