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안 읽는 시대, 수집이라도 해봅시다.
이 글은 중앙일보 기자 블로그인 [ J plus ]에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썼던 글이다.
[ J plus ]는 중앙일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자 블로그 운영을 멈추면서 폐지되었다.
옮긴 글 중 몇몇 글은 제목과 내용을 약간 수정했다.
[책을 봅시다. 그리고 보관합시다.]
입력 2015.05.20 16:25
J플러스로 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18704726 복사
훈민정음해례본이 얼마 전 뉴스에 나왔다. 지난 2008년 상주에서 발견되어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이라 불린 책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 뒤 한글을 만든 원리와 함께 사용법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은 발견과 함께 도난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되었던 책이다. 그 뒤 소유자 집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화재로 소실된 것인지 확인된 것은 없으나, 귀중한 문화유산이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1504071740541&pt=nv
훈민정음해례본 이야기를 한 것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꺼냈다. 책이 갖는 중요한 점은 과거의 생각과 지식이 후대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사용되던 문자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문자로 남겨진 과거유산은 시간이 걸려도 대부분 해석되고 있다.
인쇄술의 발달은 책이 범람에 가까울 정도로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그 책에 담긴 정보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인류의 지식기반이 넓어지고 깊이를 더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다.
IT기술의 발달과 함께 지식이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라는 검색포털이 지식을 가두리 양식처럼 관리하기 시작했다. 강력한 검색엔진인 구글도 어찌 보면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런 현상에 기름을 부어 더욱 확산시켰다. 이제는 손바닥 안에 있는 작은 화면 속에서 지식이 관리되고 있다. 물론 그 질적 수준은 사람마다 다른 책을 고르듯 스마트폰 사용자마다 다를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쉽게 검색되고 관리되는 듯이 보이는 지식들이지만 여기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일단 기기를 동작시킬 전원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근원적으로 지식이 저장되어 있는 서버가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전원문제이든 해커에 의한 오동작이든 아니면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이든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더욱이 한 곳에 모든 자료가 집중되는 시스템이라면 더욱 치명적이다.
이와 달리 돌에 새겨진 고대글자는 부서지긴 했어도 일부라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책도 만들어진 순간 1권 정도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훈민정음해례본 상주본도 이렇게 전해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화재로 소재가 불명확해지긴 했지만...
제21회 서울국제도서전이 오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예전보다는 그 힘이 약해진 듯 하지만 여전히 책은 중요한 지식의 전달매체다.
이 행사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등이 후원한다. 행사에 앞서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고영수, 이하 출협)는 광복 70주년 특별기획전 ‘다시 찾은 우리말, 우리 책, 세계가 읽는 우리 책’에서 전시할 150여 권의 도서를 선정하고 20일 일부를 공개했다.(아래 사진)
출간 당시 많은 부수를 만들었겠지만 이제는 몇 권 남지 않은 책들이다. 그래서 당시와 달리 또 다른 가치를 가진 책이 되었다. 흔한 잡지였다 해도 지금은 지난 시간을 대변하는 매개물이 되었다.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투입 혹은 빼앗기는 시대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 한 권쯤은 구입해 보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책 내용이 좋아서 혹은 표지가 예뻐서, 아니면 작가나 저자가 좋아서, 그 이유야 상관이 없을 것이다. 먼 훗날 남은 그 책이 이 시대의 일부를 전달하는 상징이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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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보도자료에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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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투쟁
최현배 | 정음사 | 1958
외솔 최현배(1894-1970)는 이 책에서 한글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한글은 우리 배달겨레의 최대의 산물이며 세계 온 인류의 글자문화의 최상의 공탑이다. 이는 우리의 자랑인 동시에 또 우리의 무기이다. 이를 사랑하며 이를 기르며 이를 갈아 이를 부리는 데에만 우리의 생명이 뛰놀며 우리의 희망이 솟아나며 우리의 행복이 약속된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 정음사 | 1955
시인 사후에 출간된 유고시집으로, 1941년 19편이 완성되어 시집으로 펴내려던 것을 일제의 검열을 우려해 발간되지 못했다. 1948년 정음사에서 유작 30편을 모아 같은 이름으로 펴냈다. 표제작은 한국인이 가장 널리 사랑하는 시가 되었다.
진달래꽃
김소월 | 숭문사 | 1951
1925년 처음 간행된 김소월의 시집. 소월이 생전에 발간했던 유일한 시집으로 127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 ‘진달래꽃’은 1922년 7월 ‘개벽’ 제25호에 발표되어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응축한 시작품으로 널리 사랑받아왔다.
자유부인
정비석 | 정음사 | 1954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뒤 간행되어 5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국문학 교수 장태연의 부인 오선영은 남편의 제자 신춘호와 춤추러 다니면서 가정 파탄의 위기에 처하고 장 교수는 타이피스트 박은미에게 접근한다. 전쟁 직후 퇴폐풍조와 전쟁미망인의 직업전선 진출 등 당시의 사회 단면을 파헤친 문제작으로, 성윤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영화로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학원(창간호)
대양출판사 | 1952.11
1952년 11월에 창간된 이 잡지는 전쟁 직후부터 1960년대까지 중고교를 다닌 세대가 널리 애독했다. 장만영 시인을 주간으로 1952년 11월에 피난지 대구에서 창간되었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서는 기라성 같은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김용환 만화 ‘코주부 삼국지’, 정비석 소설 ‘소년홍길동전’, 김내성 추리소설 ‘검은 별’, 김성환 명랑만화 ‘꺼꾸리군 장다리군’, 조흔파 명랑소설 ‘얄개전’ 등이 대표적인 인기 연재물이었다.
특히 1954년 8월호는 8만 부를 발행했는데, 당시 국내 최대 일간지 발행 부수가 5만 부 정도였다. <학원>은 창간 때부터 독자투고와 학원문학상을 통하여 많은 학생 문인을 배출했다. 최인호, 김병익, 유경환, 정공채, 마종기, 황동규 등 많은 문인들이 <학원>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신태양(1952년 10월호)
신태양사 | 1952
1949년 3월에 창간되어 1959년 6월 통권 80호로 폐간되었다. 소설, 수필, 희곡 등 문학작품뿐 아니라 시사, 정치, 경제 등에 관한 다양한 구색을 갖춘 종합잡지였다. 창간에 참여한 소설가 유주현이 주간을 맡고, 변영로⋅마해송 등의 글을 실어 광범위한 독자층을 확보했고 6⋅25 전쟁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충실한 내용과 꾸준한 발행부수를 유지한 대표적인 종합 잡지였다.
큰사전
한글학회 | 을유문화사 | 1957
한글학회에서 편찬한 한국어 사전. 1929년 조선어사전편찬회가 창립되어 편찬 작업을 시작하였으나, 1936년 조선어학회가 이를 인수하여 1939년 출판 허가를 받았다.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사전편찬 관계자들이 투옥되어 중단되었다가 광복 후 다시 착수, 1957년 완간되었다. <큰사전>은 단순한 사전이 아니라 이후 모든 한글사전의 바탕을 이룬 값진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