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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Jan 16. 2024

컴퓨터 배웁시다. 코딩 배웁시다.

게임만 하는 소비자, 게임 만드는 생산자


이 글은 중앙일보 기자 블로그인 [ J plus ]에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썼던 글이다.

[ J plus ]는 중앙일보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기자 블로그 운영을 멈추면서 폐지되었다.

옮긴 글 중 몇몇 글은 제목과 내용을 약간 수정했다.


컴퓨터를 배웁시다. 코딩을 배웁시다.

입력 2015.10.24 00:40

J플러스로 보기 http://news.joins.com/article/18924672 복사


내가 개인용 컴퓨터, 그러니까 흔히들 PC라고 부르는 물건을 처음 본 것이 1986년 겨울이었다. 군대를 다녀와 3학년으로 복학한 때였다.
복학 후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동기, 후배들과 함께 사진 관련 외국 책을 번역했다. 번역 후 책으로 몇 권 만들어 동아리사무실에 비치할 생각이었다. 당시 타자기를 이용해 편집(?) 아닌 편집을 한 뒤 마스터 인쇄 (일종의 복사)를 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이때 산업공학과에 다니던 대학동기가 타자기 말고 컴퓨터로 하면 더 좋다고 말했다.
집에 가보니 당시로서는 거금 (지금도 거금이지만) 200여만 원을 들여 XT급 컴퓨터와 부수 장비를 구비해 놓은 것을 보게 됐다.(녀석은 구입자금 모으느라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허리가 빠졌다고 엄살 아닌 엄살을 부렸다.) 14인치 크기 배불뚝이 브라운관 모니터와 도트 프린터도 함께 있었다.

동기가 보여준 보석글이라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오타가 나도 백스페이스를 치면 간단히 수정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타자기로 한 땀 한 땀 찍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프린터를 통해 죽죽 뽑혀 나오는 글을 보니 내 눈에는 엄청난 물건으로 보였다. 
결국 녀석은 자신이 보여준 PC로 인해 책 한 권을 타이핑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삼보컴퓨터가 출시한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보석글'의 초기 화면.

삼보컴퓨터가 1985년 출시한 보석글은 MS-DOS 운영체제에서 사용한 한글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데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보석글은 티메이커 리서치(T/Maker Research)라는 외국회사가 만든 것을 한글화 한 것이었다. 물론 후에 나온 아래아 한글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순수 국산 워드프로세서로 자리를 잡게 된다.

졸업 후 중앙일보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입사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신문제작과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일일이 활자를 뽑아 만든 뒤 인쇄하는 과정이 컴퓨터로 만든 문서파일을 전달하는 것으로 변했다. 결국 활자를 뽑던 분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조판작업에 적응하거나 퇴직하게 되었다.

이 과정 초기에 취재기자들에게 도시바에서 만든 XT급 노트북을 회사가 지급했다. 컴퓨터에 적응해 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물론 다 준 것은 아니었다. 취재부서에 희망자 위주로 주었는데 새로운 기기에 거부감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실내흡연이 말도 안 되지만, 담배 한 대 입에 물고 원고지에 글을 쓰는 모습이 일반적인 편집국 내 모습이었다. 당연히 원고지에 익숙한 기자들에게 노트북이란 이상한 물건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사진기자인 나에게도 노트북을 사용할 기회가 생겼다. 인기가 있는 물건이었다면 사진기자인 나까지 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노트북을 받은 뒤 나는 MS-DOS라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배우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PC통신 세계로 들어가 온라인 세상을 알게 됐다. 요즘은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도 접속할 수 있지만 당시는 PC통신에 접속하는 사람도 일부에 불과했다. 이렇게 컴퓨터 관련 지식을 쌓으면서 집에는 286급 PC를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이 프로그램은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회사 내에 생긴 프로그래밍 동호회에 가입해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명령어를 외워야 하는 과정이 질리고, 바쁜 회사 일로 빠지기도 하면서 내가 할 분야는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었다. 

그런데 이제 컴퓨터 사용뿐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교육이 시작됐다.
미국은 이미 프로그래밍 교육이 일반화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뒤늦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교육의 큰 이점이다. 정확한 논리에 의한 과정을 세우지 않으면 동작하지 않는 컴퓨터 특성 때문에 발생한 이점이긴 해도 상당히 중요하다. 

“휴대폰으로 놀기만 하지 마세요, 그것을 직접 프로그램하세요.” 美대통령 버락 오바마
“ 이 기술들은 나의 미래를 바꿨습니다. 그 재미는 더할 나위 없어요.” 루나 중학교 1학년
“컴퓨터 과학은 세상의 가장 큰 기회를 열 수 있다.” 사티아, 마이크로소프트 CEO

위에 적은 말들은 https://code.org/ 초기화면에 나타나는 글이다.
이곳은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려는 전 세계 학생들을 위해 만든 사이트이다. 자바스크립트라는 인터넷 환경에 특화된 컴퓨터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내가 배우던 시절과 달리 이곳에서는 수많은 명령어를 배울 필요는 없다. 물론 나중에는 이런 명령어를 배워야 하겠지만, 초기단계에는 굳이 알 필요가 없도록 만들었다.
블록모양으로 구성된 각각의 명령 단위를 체계적으로 쌓기만 하면 화면에 그 명령이 수행되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논리적인 사고를 키워주게 만들었다.

"정부는 2018년부터 SW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중학생이 배우는 선택과목 ‘정보’가 34시간 이상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바뀌고 2019년부터 초등학교 SW 교육이 12시간에서 17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중앙일보 2015년 10월 22일 목요일 24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8909549


위 기사를 취재하기 위해 금양초등학교를 찾아갔다. 3학년에 불과했지만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의 원리를 깨닫고 있었다.  https://code.org/ 에서 알려주는 과정이 게임처럼 펼쳐지면서 학생들은 놀이처럼 빠져들고 있었다. 학습이 빠른 학생은 집에서도 접속해 스스로 배워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놀 정도였다.

학생들이 만든 게임 명령어가 왼편 화면에서 실행된다. 오른편은 이 게임을 진행하기 위한 명령어 블록이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배워보려던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교육환경이라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학생들 중에 몇몇은 전문적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컴퓨터 프로그램이 우리 세상을 얼마나 변하게 할지 그것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렇게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된 아이들이 자라서 비논리적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는 우리 사회를 또 얼마나 변하게 할지 그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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