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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포토크 Feb 09. 2016

[그토록 소담한] #6

맛있게 커피 내리는 방법 '어바웃 커피'

나는 혼자 마시는 커피보다 함께 마시는 커피를 좋아한다. 잘 내려진 커피 한 모금의 감흥을 어떤 형태로든 함께 나누는 것이 좋다. 맛없는 커피라면 그것대로 공감할 수 있으니 꼭 맛있지 않아도 괜찮다. 단, 예외가 있다면 내가 누군가를 위해 내리는 커피는 맛있었으면 한다.


엊그제 소노 유지 <ABOUT COFFEE>라는 일러스트북을 읽었다.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커피 그림책'. 담백한 그림과 간결한 글이 소소한 일상처럼 와 닿았다. (참고로 이 책은 페이지 넘버링을 생략했다.) 작가는 서두에 질문을 던지면서 커피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다. '당신에게 맛있는 커피는 무엇인가?' 나에게 맛있는 커피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함께 마시는 커피'다. 작가는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호하는 커피는 사람마다 제각각. 그리고 때에 따라 마시고 싶은 맛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눈부신 햇살 아래서 즐기는 모닝커피와 부슬부슬 비 내리는 저녁에 마시는 커피는 전혀 다르지만, 둘 다 좋다."


비 오는 날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바람 솔솔 부는 테라스에 앉아 코 끝에 스치는 커피 향을 음미하면 마음이 행복해지며, 눈 내리는 창가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모금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커피의 매력은 나를 둘러싼 공기와 분위기, 내 안의 감정을 타고 그때그때 다른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닐까. 실제로 커피는 누가 어떻게 내리고 마시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특히 핸드드립 커피는 그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손으로 직접 커피를 내린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개성이 잔 속에 오롯이 담기는 일이다. 대범해 보이더니 의외로 조바심을 내는 그녀, 조급한 줄 알았는데 진중한 어르신, 같은 커피라도 누가 내리느냐에 따라 그 맛은 전혀 달라진다. 이런 점이 좋다."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마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책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는 방법과 팁, 커피를 고르고 내릴 때 유의할 점 등에 대해 소개해놓았다. 일상적으로 마시고 내리다보니 잊고 있던 점들을 상기시킨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커피는 있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드는 커피야 말로 가장 맛있는 커피일 테니, 마음을 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커피는 반드시 마셔야 하는 음료는 아니다. 하지만 맛있는 커피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미건조한 일상에 한 모금 위로가 전해진다. 나의 취향대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 그를 통해 하루하루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나는 매일 아침,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

저울로 잰 24g의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갈면 사르락 사르락 소리와 함께 잠도 조금씩 부서져 내린다. 원두 향이 틈새를 비집고, 물이  온몸을 부딪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두 개의 찻잔과 곁들일 디저트를 준비한다.


커피내릴 때 클레버 드리퍼를 사용하는데, 커피가 고여있다가 떨어지는 식이다. 30초 정도 뜸 들인 후 물을 붓고 20초 정도 기다려 서버에 올린다. 뜸 들이고 커피로 내려지기까지 1분 남짓. 클레버 드리퍼는 자칫 고여있다 커피의 쓴 맛이 짙어질 수 있으므로 30초, 20초의 시간을 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끔  딴생각을 하다 시간을 놓칠 때면 그만큼 쓴 맛이 올라와 단맛, 신맛, 감칠맛이 반감돼 버린다.


종종 저녁에 일과를 마치고 남편과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하는데, 하루를 잘 보낸 안도감이 커피 향과 함께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달래 준다.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어쩐지 마음을 놓이게 한다. 카페에서 마시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 오로지 소중한 가족, 연인, 그리고 나를 위해 준비한 커피이기에."


핸드드립 커피를 집에서 마시게 된 건 작년 9월 경. 지금 집으로 이사하고 나서다. 이전 집에는 손님을 초대하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새집에 이사 오면서는 이 공간에 사람들을 초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감사함이 컸고,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표현할 수 있는 길이 '함께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든 집에 오면 원두를 갈아 커피를 대접한다. 친구, 지인뿐 아니라 두 달에 한 번씩 오는 정수기 아주머님, 보일러 수리 기사님, 가전 A/S 기사님 등등. 어떤 이유로든 집을 방문하는 분들은 소중한 손님이니까. 가족과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는 것... 내게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다.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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