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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Nov 10. 2024

I know that I know nothing

1. 가려진 장점, 감춰진 단점


-규모가 큰 회사에서 작은 곳으로 옮길 때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연봉, 복지, 동료, 위치, 출퇴근시간, 성과급 등등 어느 하나 고려하지 않을 요소가 없다. 근데 막상 조목조목 따져봐도 판단은 잘 안 선다. 어차피 세상의 이치라는 게, 얻으면  잃는 게 있고. 또 잃어야 비로소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작 에너지를 집중해서 고민이 필요했던 부분은, 큰 회사에 있으면서 가려졌을 나의 장점과, 큰 회사에 '있었기에' 감춰졌을 단점을 저울질하는 것이었다. 근데, 어렴풋이 '내가 뛰면 더 잘할 거 같은데?'라는 감은 있어도, 이게 결정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주변의 피드백, 메타인지를 총동원해 봐도, 결국 이성에 근거한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


-내가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나? 남의 떡이 너무 커 보이는 건가?를 넘어, 산업의 성장궤도 등 거시적인 요소의 향방을 한낱 개인이 예단할 수 없다. 세상은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엑셀의 참조함수 같다.  3년 전, 5년 전, 10년 전, 20년 전, 누구나 가고 싶었던 산업이나 회사, 직군은 늘 바뀌어왔다. 결국, 용기, 객기, 패기 무엇이든 동원하여 직관에 기반한 결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의 이직에 대한 결정은, 펀더멘탈을 빠삭하게 분석한 애널리스트나, 기술적 분석을 끝내고 타점까지 잡아낸 트레이더보다는, 이름이 예뻐 보여서 샀다던 동네 아줌마가 주식을 살 때 보인 의사결정의 방식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2. 큰 조직은 괴롭고 작은 조직은 외로움


-괴로움 : 큰 조직은 동상이몽이 많다. 굳이 일을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갈아 넣는 사람이 공존한다.

각자의 셈법에 따라 행동하는 유관부서, 같은 본부 내에도 복잡한 정치 역학은 덤이다. 그러니, 비효율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큰 조직에서 비효율을 지적하는 것은, 여름에 왜 덥냐고 불평하는 것이랑 같은 것이라 느낀다. 조직이 크면, 역설적으로 비효율이 효율적으로 돌아간다.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이 매일 볼멘소리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외로움 : 규모가 작으면 권한이 느니 책임이 커진다. 제한된 자원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이게 안 맞는 사람은 하루하루가 지옥일 것이다. 내가 속한 업의 특성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스타트업이나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들.. 큰 곳에서 작은 곳에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의 주요 감정은 외로움일 수밖에 없다. 시끌벅적한 데 있다가 작은 데서 와서 동료가 많지 않아 느끼는 외로움 한 스푼, 업무량에 비해 나의 부족함을 매일 마주하게 됨으로써 생기는 무력감 때문에 생긴 외로움 한 스푼. (+명함 줘도 설명을 ㅈㄴ해야 되는데 이게 되게 귀찮다. 더불어, 결정사가면 두 단계 정도 떨어질 수는 있다고 하더라.)


3.I know that I know nothing


-투자한 회사 중에, -85%를 가서 손절한 주식이 있고, 8배를 가서 분할매도 하고 있는 주식이 있다.(*개인회생에 이를 돈을 잃은 것도, 경제적 자유를 가져다준 돈을 번곳도 아님.)


전자를 크게 잘못 분석한 것도, 후자를 유달리 탁월하게 분석한 것도 아니었다. 개별 수익률은 결국, 산업의 방향성과 산업 내의 경쟁관계, 개별회사의 사업방향 및 수많은 unknown unknowns들이 총체적으로 빚어낸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원망하지도, 자만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떤 시점의 판단에 대한 평가는 일련의 시간이 필요하며, 미래의 결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인생의 모든 의사결정에 접목시켜도 크게 무리가 없는게 나의 배움이다


-보통 퇴사/이직 말할 때 제일 많이 드는 비유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것 같은데, 이를 빌려 오늘의 주절주절을 정리해 보면,


1) 우선 내가 절에 남고 싶은지 떠날지 아는 것을 분별하는 것,

2) 절이 싫으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하는 것, 절에 남기로 했다면 인정하고 머리를 밀 줄 아는 것.


모든 의사결정은 이 두 국면으로 나뉘는 것 같다. 이 원칙만 고수해도 인생은 알아서 잘 굴러간다. 어차피 세상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 지금은 맞지만 그때는 틀린 거 투성이. 무언가를 배우고 경험할수록, 내가 모른다는 사실만을 분명히 알게 될 뿐이다. 그러니 인생도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정답이라는 것을 알뿐이다. 그러니, 누군가 나의 결정에 회의를 가져도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되고, 나도 남의 선택에 가타부타할 필요 없다. 이상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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