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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앨런 Jan 09. 2024

"깨어나요 용사여"...누구보다 고독한 사카이 진 서사

'고스트 오브 쓰시마 : 디렉터스 컷' 뒤늦은 리뷰

2023년 제가 제일 길게 플레이했던 게임은 '고스트 오브 쓰시마 : 디렉터스 컷'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플레이스테이션에서 보내주는 '연말정산'서 확인한 결과,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45시간으로 플레이타임이 제일 길었습니다. 용과같이 스튜디오와 불태웠던 2023년이었지만 용과같이 제로부터 시작해 유신 극!, 7 외전, 저지 아이즈, 로스트 저지먼트 등 여러 시리즈를 플레이해 단편적으로는 고오쓰가 1등을 했던 거 같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가 1등! 저지아이즈, 로스트저지먼트도 정말 재밌게 했지만 정말 어렵게 해서 잊고 싶었던 엘든링과 와룡도 눈길을 끄네요.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우리나라서 '대마도'라 부르는 쓰시마섬의 항()몽골역사를 다룹니다. 카미카제가 등장한 시대적 배경인 '원나라의 일본원정'을 일본의 시점에서 본 작품인데, 지상최강으로 알려진 몽골의 침략에 대항한 한 사무라이의 일대기를 첨예하게 그려냈습니다. 평소 경험해볼 수 없는 다른 나라의, 한 사람의 시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게 게임의 순기능인 거 같습니다.


일차원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은 한 사무라이가 몽골에 맞서 싸우는 일대기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한 합(合)만으로도 버겁던 최종보스 '코툰칸'이지만, 주인공 사카이 진이 쓰시마 섬을 탐험하며 겪는 다양한 시련과 수련을 거친 다음 최종적으로 제압하는 게 게임의 큰 줄기입니다. 다만 그 사이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일본 신분제의 문제점 또는 한계, 사무라이로서 지켜야 할 가치, 한 남자로서 따라야 할 숙명 등이 게임을 더 다채롭게 만듭니다.


저는 무엇보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를 통해 지금은 느낄 수 없는 당시 쓰씨마 섬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만든 제작진의 배려가 정말 인상깊었는데요. 구글 맵스와 비교했을 때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형지물뿐 아니라 뛰어난 그래픽을 기반으로 재현한 쓰시마 섬의 곳곳 풍경(온천, 산 정상의 풍경, 갈대밭 등)은 기본 과제인 복수에만 집착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잠시 쉬어가게 만드는 안식처가 되기도 합니다.

플레이하며 멈칫했던 순간들. 구현을 너무 잘해낸 나머지 10분 정도 멈춰 풍경을 감상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45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평소 게임을 통해서 다른 삶을 체험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로서는, 그때 시대적 배경의 쓰시마 섬을 구현해낸 이 게임에 감사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신없이 몽골군을 베어 나가면서도 명상이나 피리 스팟에서 자연경관을 둘러보게 되고, 곳곳에 마련된 온천에서 사카이 진과 동화돼 생각에 잠기게 되고, 그가 겪는 고뇌에 공감하는 등 여러 정신적인 콘텐츠가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서 '화(和)'로 귀결되는 일본 문화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는 점도 제게는 큰 시사점이었습니다(마주치는 NPC들이 "나으리, 소인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고 주구장창 외치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의 주인공인 사카이 진의 모습에서 젤다의 전설 주인공인 링크의 모습이 보인 점도 제게는 흥미요소였습니다. 야생의 숨결부터 시작해 왕국의 눈물로 이어진 링크의 서사시는 하이랄 제국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능력을 받아들여 마왕 가논을 물리치는 게 주된 골자인데요. 마찬가지로 쓰시마 섬을 구원하기 위해 '1:1 일기토가 기본'인 사무라이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없던 암살(꼼수), 지형지물 활용, 도구 이용 등 능력을 이용해 몽골군을 물리치는 점이 링크와 사카이 진의 공통점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사카이 진은 링크와 달리 계속해서 '이게 맞나...?' 고민했다는 게 차이점이긴 하지만요.

"뭐 어쩌라는 겨"...사무라이로 정도(正道)를 강요받으며 쓰시마를 구하라는 임무를 맡은 사카이 진과 플레이방식을 고민하는 점도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 입체적인 면을 더합니다.

결국에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히지 않고 깨어난 점이 사카이 진은 링크 같은 '용사(勇士)'의 길을 걸었다고 판단할 근거로 생각합니다. 쓰시마 섬을 구하기 위해 대의명분이 아닌 실리를 택했다는 점에서 사카이 진은 기존의 사무라이와 달리 한 걸음 더 나아간 캐릭터였던 만큼, 제게는 더 입체적이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추후 스토리를 다룬 DLC까지 플레이했던 입장으로 엔딩 이후 사카이 진의 행방이 궁금해 '고스트 오브 쓰시마 2'가 나오길 기대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 거 같네요(너무나 완벽한 엔딩 탓...).


그때 당시의 일본 배경을 잘 구현해내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주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잠시나마 일본이 추구하는 전통적인 가치를 경험하게 해준 '고스트 오브 쓰시마'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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