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들 seondeul Mar 27. 2023

겨울의 독서노트

겨울에 읽은 16권의 책


겨울 동안 읽은 건 영어 책 뿐이었다 느꼈는데, 조금씩 읽어온 것들이 모아보니 고여 남겨본다. 좋아하는 작가의 다른 책이거나 추천으로 접한 책이 많았다. 읽고 있는 다른 책들에게도 눈길을 줄 수 있는 정리가 되길 바란다. 따뜻한 봄에도 여전히, 마음이 어지러울 땐 움직이지 않고 접힌 종이 속에서 나를 기다리는 글씨를 읽을 것이다.  


https://brunch.co.kr/@chocowasun/113

로얄드 달의 마틸다 한국판, 영어판, 해리포터를 영어로 읽어주는 책,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영어판, 비밀의 방 미나리마 영어판을 함께 읽었습니다. 




 행복의 정복 _버트런드 러셀

스스로가 삶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인 태도, 거꾸로 내가 왜 행복한지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소인배들의 세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느린 변화의 섭리와는 지나치게 멀어진 세대, 모든 생명력이 마치 꽃병에 꽂힌 꽃처럼 서서히 시들어가는 세대가 될 것이다. (인스타가 떠올랐다)


러셀을 좋아하는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제목부터 러셀답다. 이 사람이랑 쇼펜하우어랑 소로랑 붙이면 어떻게될까... 다른 책들과 달리 할아버지의 애정어린 조언이 느껴진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인간미가 느껴지는 편의 이야기었다. 냉소도 사랑하기에 나온다. 관심이 있으니까 좋아하니까 들여다보고 말할 것도 생기는 거다. 


이런 사람들은 '쾌락'의 광신자가 된다. 그는 자신의 생명력을 줄여서라도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려고 한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나 다름없다. 술에 취해서 누리는 행복은 불행을 잠시 중단시키는 데서 오는 순간적이고 소극적인 행복이다. 


글의 논리나 정리해내는 깔끔함도 여전히 좋다. 회를 뜨는 것 처럼 날카롭게 분리해낸 주제들과 덧붙이는 여러 예시들을 통한 다방면의 분석. 그러면서도 시인에 가까운 점도 있다.


즉 인간은 쉬지 않고 애쓰고 있고, 만물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뒤에 오는 새로운 것은 앞서 사라진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얇게 뜬 레이어들을 겹칠 수록 굉장히 불교와 가깝다고 느꼈다. 불교 사상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떠올랐고,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았다. 걱정의 심리학 파트는 '가보자고!'를 우아하게 설명했다. 현대인들에게도 매운 회초리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_김영민
인생은 허무하다. 허무는 인간 영혼의 피냄새 같은 것이어서, 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선의 없이도, 희망 없이도, 의미 없이도,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상태를 꿈꾼다. (프롤로그의 일부분입니다. 빨리 다음 페이지로 가고 싶어지는 마음!)


새 책이 나올 때마다 사서 보는 교수님(왠지 강의록 같아서 작가보단 티쳐)의 신간! 중국 고전을 곁들여 삶의 허무에 대해 성찰하는 단계가 담겼다. 이런 좋은 내용을 잠옷 입고 내방 침대에서 볼 수 있다니! 깔끔하고 농축된 한 마디들이 있다. 한 챕터가 짧고, 고전 영화 그림과 같은 다채로운 비유가 많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밑줄과 필기로 가득 채우며 봤다. 


관점을 갖지 않는 존재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영화 컨택트!)
지상의 천국은 새해에도 오지 않을 것이므로, 자신의 사적인 평화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이제 시시포스는 자기가 알아서 바위를 산 아래로 굴리기 시작한다. 권태를 견디기 위해서 다시 일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공들인 노력, 그리하여 일상의 디테일이 깃든 작은 예술과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할거라는 말이다. 
삶이 정녕 법칙과 예측대로 흘러가던가. 모르겠다. 대체로 인간은 어쩔 수 없는 큰 흐름과 우발적 사건의 비빔밥 속에서 선택과 습관을 오가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지 않던가. 그러다가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죽을 때다. 


스타로 만들어준 '추석이란 무엇인가' 같은 글이 궁금하시다면 '오래 살아 신선이 된다는 것은' 파트를 읽어보시길. 전체를 밑줄 치고 싶었던 파트는 '정신승리란 무엇인가'와 '좋은 의도의 정치' 파트.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전 책이 더 좋다. 알쓸신잡에 나와주세요! 새해 원고처럼 거절하실 것 같지만… 





철학책 독서모임 _박동수

클래식 음악의 세계와 같은 철학. 늘 문을 두드리지만 통로만 서성이다 돌이켜지는 발걸음이 전부인 날들이다. 이 책이 통로의 많은 문들을 여는 문고리가 되길 바란다. '철학 듣는 밤'이 여행 지도라면 이 책은 여행 에세이에 가깝겠다. '고유한 생각을 가진 매개자'인 편집자의 태도로 셀렉을 거쳐 대화까지 압축된 독후감이다. 한병철의 책들과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 정도에 머물러있던 철학 공부였는데, 여기 나온 철학책들을 읽으며 뻑뻑해진 머리에 기름칠 해줘야겠다. 읽을 리스트를 많이 쟁여두었다. 


'들어가며'를 읽으며 이미 좋았고, 우리에 대한 설명이 있는 3장 또한 좋았다. 숲은 생각한다 파트에서는 아바타 나비족이 생각났다. 코비드부터 돈룩업까지 아주 최근의 이야기들도 많아 어려운 내용을 즐겁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책의 만듦새가 책과 닮아 좋았다. 작고 튼튼한데 간단하고 예쁘기까지 하니, 생각의 소스가 부족할 때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천사의 탄식 _마종기

오랫동안 보아온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분명 새로운 이야기들인데 마무리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아닌 밤 중에 눈물을 삼키며 마저 읽었다. 왜 이렇게 슬프지... 글자들에 목구멍이 콱콱 막힌다. 이별과 마지막, 남겨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떠나간 사람들에 대해 말한 3장부터는 얼굴을 흠뻑 적시며 봤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김환기의 그림이 떠오른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 더 큰 울림이 있겠다. 


 좋아하는 작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감사함을 더 느낄 수 있게, 5년만에 나온 이 시집의 그 다음 시집도 꼭 보고싶어요. 




불편한 편의점 _김호연

한국+일상+어려운 현실. 교과서로 한국소설을 배운 나에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조합이다. 초반까지도 덮어말아 하면서도 끝까지 읽은건 엄마 추천 덕분이다. 인류애 상실의 시대에 판타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꼭지씩 한 명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쉽고 따뜻한 이야기다. 최근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소재가 많아 나중에 교과서에 참고 자료로 나올 것만 같은 무드가 있다. 이 책의 표지가 이런 류 디자인의 원조였다는 사실도 알아간다.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_김진혁

미술관에서 일하는 작가가 미술 감상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풀어냈다. 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곳, 각자가 하는 역할, 관람하는 방법 등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평소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한 번 쯤 읽어보면 좋겠다. 




묘사의 기술 _마크 도티

감각적 세계를 타오르는 사명감에 기술적으로 옮기는 법. 페이메르의 그림처럼! 시와 그림은 창작하는 입장에서 비슷하다. 시인의 노트에는 그림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외국 책이기에 예시가 외국 시라 아쉬웠다. 이 책의 후반부가 좋았다면 김소연 시인의 사전 시리즈를 추천한다. 얇아서 비로소 베이는 종이같은 한국어가 거기에 있다. 




일하고일하고 사랑을하고 _최지인

남자 시인인지 모르고 샀다. 환대와 우리에 대한 철학색을 읽고 읽은 터라 '크로키'라는 시의 '너는 내가 될 뻔한 사람이다'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다리는 사람'은 쓸쓸하고 따뜻하고 가난하고 부진한 사랑 이야기이고, '이번 여름의 일'에 나오는 식의 리얼리즘은 내 취향은 아니다. 이 시집을 요약하는 페이지가 필요하다면 '동시대 문학'에 나온 이 구절을 읽길 바란다. 





아티스트 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_줄리아 캐머런

안 읽어도 되게 요약해 드리겠다. 일찍 일어나 감사 일기를 써라/ 잘 들어서 창작의 원천을 찾자/그리고 걸어라. 이런 내용을 원한다면 리베카 솔닛의 '걷기의 인문학'을 열배 더 추천하겠다. 


좋아하는 작가의 추천으로 구매했으나 이런 제목과 내용에 의심을 가지는 편이다. 다르겠지 하고 본 것인데 예시 뿐인 지문이다. 일종의 시크릿이다. 이런 책 정말 안맞는다. (물론 잘 맞는 사람도 있겠쥬?) 열심히 보다가 허탈해서 쓱쓱 보고 넘겼다. 다시 팔아야지. 정말 새-책입니다. 




일인 회사의 일일 생존 습관 _우현수

북토크를 다녀온 친구가 추천하여 보게 되었다. 스스로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경험들이 녹아있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_벨라마키

책으로나마 달리는 기분에 대해 알고 싶어 시작했으나 우울증과 병명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많아 아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습관이 된 새해목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