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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Apr 27. 2023

[상담일기] 5회차

선생님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요

오늘은 아무런 생각 없이 갔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그저 그런 일상들 속에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갔더랬다. 하루의 삶이 그저 그렇게 가볍게 평안하게 지나갔기 때문에 그랬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지나간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했다. 회사 업무가 잘 정리가 되고 마무리가 되었다고 이야기했지만, 녹록지 않았던 순간들이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런 걸 말하는 것들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 라는 생각들이 간혹 들고 있긴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되려 내 마음에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나간 이야기들이 나를 만들어낸 것이라서 그렇다. 내가 어린 시절의 첫 만남이 부모였기 때문이고, 여러 가지 관계를 맺는 일에 부모님이 그래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처음 만난 관계에 대한 학습이 평생을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들을 뒤돌아보고 다시금 들으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정말 내가 그랬던가 검열할 것만 같았는데, 듣고 있으면 이런 내가 부끄럽기보다 안쓰러워진다. 지금은 괜찮아진 것들이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나.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고 싶어 했던 상황들도 들으니까 그럼 지금이라도 해내면 되는 건 아닐까. 누군가를 탓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본다. (아 이게 검열이려나) 별생각 없이 갔던 상담회기에서 나는 무엇을 말했나. 이렇다 할 어떤 주제가 있지 않았던 날이라, 마음이 그냥 그러해서 한 이야기들이라서,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어서, 그냥 이런 날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 본다.


다음 주의 나는 괜찮을까. 이제 어느덧 절반은 한 기분인데, 나는 이 상담을 통해서 어떤 결과물을 내어야 했나. 이런 생각마저 성급했던 걸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마음은 시원하고 답답함이 해소되는 느낌은 있는데, 이것이 과연 맞나 싶다. 평생 선생님이 나랑 오래 함께해 줄 것이 아니니까. 나는 나 스스로 서있을 줄 알아야 하는 사람 이어야 하니까. 이걸로 조금 더 건강한 마음을 갖게 되는 부분이긴 한데, 그러면서도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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