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증명해보자
일주일이 지나고 회기 녹음본을 듣는데 지난주의 내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선생님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고 내담자가 판단하거나 생각할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 아차 싶었던 부분이었다. 오늘은 내가 무얼 잘하고 있나를 고민하고 걱정했는데,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스스로 위안이면서 나는 왜 누군가에게 마음을 편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가. 그게 조금 아쉬워지고는 했다. 회사이야기들 잠깐 하기도 하고 회사 업무가 버거워지는 느낌도 있다는 점들, 그리고 회사 복지가 썩 좋지 않고, 칼퇴를 하지 못하는 내가 되어서, 그래서 자꾸 어려워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걸 선생님과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회사 업무가 너무 버거워지고 삶이 자꾸 버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애를 먹었던 한 주였다. 말을 하면서 사람은 역시 수다를 떨어야 된다는 생각도 하면서, 선생님이랑 대화하는 시간이 정말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나 하고 고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사람이 계속 나가게 되고, 사람들이 들어오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고 놀랍다. 그런데 업계 동향을 생각한다면, 그게 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분석사는 3년 터울로 일을 배우고 다른 곳들로 이직한단다. 그러니 또 당연히 이 사람의 그 능력치를 생각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생각이 든다. 그것에 대한 생각과는 별개로, 가장 지금 최선이라 생각하는 것은 조기 재취업 수당을 받기 위해 조금 더 다니면서 준비할 부분들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일정대로 가능하다면 조금 났지 않을까. 적어도 워라밸만 잘 지켜지고 퇴근 출근 시간만 잘 정해져도 내 삶은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업무들이 조금 버거운 면이 있긴 하다. 알려주는 분과 나랑 성향이 맞지 않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업무들을 굳이 그렇게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다는 마음이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지 못해서, 화를 내는 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어서, 뭘 적었는지 모르겠다던, 무슨 일을 해낸 건지 잘 모르겠다던 그 사람의 말에 주눅이 들어서, 몹시 불편한 마음이 크다. 일이 힘들면 일을 쳐내면 되는데, 사람이 힘들어지면 사람을 쳐낼 수는 없으니, 사람을 대할 때 내가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생각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적어도 녹음본을 들으면서 제삼자의 입장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면이 가장 좋은 부분이지 않나 싶다. 상담이 미친 듯이 스펙터클한 효과를 낼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나는 극적인 효과들을 바라고 있는지 모르겠다. 휴. 아주아주 조금의 변화도 정말 변화인데, 왜 변화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나. 상담자의 비위를 맞추려고 할 필요가 없다. 여기서는 조금 더 나를 내려놓아도 된다는데, 그게 마냥 쉽지 않은 것 같다. 안 그러고 싶어도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내려놓는가.
웃기게도 이 상담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바라보고 있는 나로서는, 상담하고 싶을 때 상담사 선생님과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까먹어서 이야기하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적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삶의 중간중간 내가 어떤 생각이 들 때마다 적었다. 그걸 어딘가에는 저장해두어야 할 것 같아서 쓱 정리해 둔다. 상담에 가기 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쓱 정리하면 가서도 이야기할 것들이 많겠다. 게다가, 나열해보다 보니 나의 생활들의 문제들을 발견한다. 정말 쓸데없는 생각들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똥을 싸면 배가 들어갈 줄 알았다
나는 기록이 주는 힘을 믿는다
단톡방에서 내가 주인공이어야만 하는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싫은 이야기를 하는 게 싫다.
타인과 감정적 마찰이 일어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초등학생처럼 떠다 먹여줘야 할 정도로 덜 배운 사람일까.
나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걸까.
내 생각 딴에는 도움이 된다고 한 행동이었는데 상대가 받아들일 때 도움이 아니라 귀찮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혹은 선 넘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이 착한 사람만 존재하지 않고, 일을 알려줄 때도 그렇더라
초등학교 때 교회친구들이랑 싸웠던 이야기를 꼭 해야겠다. 내가 한 말이 와전돼서 시작된 이야기. 그러면서 시작된 싸움 때문에 중간에서 난감한 상황이 되기 싫은데, 어느 순간 이야기하다 보면 저는 그렇게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있음. 말을 제대로 잘하지 못하는 불안감은 그런 부분에서도 나오는 듯..
꾸준히 뚜벅뚜벅 걸어가며 축적해 나가자. 시간이 지나면 발산으로 보답받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 마음가짐이 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나는 될 거라는 자기 확신. 메모장에 버킷리스트도 적고 사람이 좀 여유롭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정도를 적어뒀지만, 실제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시간들이 많아서 이것보다 더 훨씬 많은 생각들을 했다. 완벽주의는 성격적인 부분인지라, 강력한 부분이라, 쉽지 않게 바꾸어야 하는데, 덜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떤가 하는 방향성을 스스로 세워두고, 이번주는 덜 완벽한 삶을 살아보고자 애를 썼다. 이게 맞나 싶지만, 마음은 평안했다. 어쩔 수 없다면 얼추 대충 즐겨보는 방향정도로 생각해야겠다. 버틸 수 있을 때 버티는 것이 진정한 내가 아닐까. 또, 내가 해냈다. 혹은, “세상 멋진 나야. 내가 또 해냈구나 “라고 외쳐주면 된다. 나는 자랑스럽고 잘 해낼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으니까. 나는 나를 믿어주면 되는 거다. 나의 삶을 조금 더 루즈하게 살아도 되지 않나. 그래야 하지 않겠나. 조금은 루즈해도 되지 않나.
아참, 학교 앞 편의점 핫도그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