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은비 Jun 05. 2023

[상담일기] 8회차

외로운데, 혼자 있고 싶어요.


선생님과 아주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지난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내가 왜 도대체 상담을 하면서도 선생님을 배려하고 있고, 오히려 좀 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어떤 경계에 서있는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을(명확하게 이해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 스스로 말이라던가, 온전하게 누군가를 믿는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떠오른 사건들이었다. 아마도 나의 초중고 시절에 겪은 일들 덕에, 지금의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고 페르소나를 갈아 끼우면서까지 혹은 무리해 가면서 까지 상대방을 배려하기를 애쓰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한 주간 이 이야기는 꼭 선생님에게 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이 이야기가 나의 변화의 물고를 틀어주진 않을까 하는 바람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말을 융통성 있게 하지 못했던지라, 내가 생각 없이 뱉었던 말이 친구들 사이에서 상황을 모면하는 정도가 되어버렸고, 양쪽 친구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겨버렸던 적이 있다. 이쪽에서도 혹은 저쪽에도 박쥐 같은 사람이 되어버렸고, 내 입장에서는 양쪽 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양쪽의 상황을 이간질시켜버린 사람이 되었던 이야기들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전 남자 친구가 정말 친한 친구랑 결혼하게 된 사건이라던가, 그 이후에 주변 친구들이 내게 보인 모습이 내게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 덕에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히 두는 걸 잘하지 못하게 된 것이 아닐까. 물론 단순히 이것만이 나타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친구랑 틀어지게 된 결과 등등 사람들이 나를 불편해하는 느낌들을 자아내게 되어서 그래서 조금씩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방향으로 내가 해결하려고 애쓴 것만 같다. 역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는 전제조건이 늘 깔리게 되니까, 그러다 보면 잘 보이고 인정받고 싶어서, 애쓰고 애쓰고 또 애써왔던 환경이었겠구나 싶었다.

그럼 나는 이런 나를 믿어주고 조금 괜찮다고 바라봐줘야 하는데, 이게 무턱대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아마 사람들은 상담을 안 받았겠을 거다.


 사람을 못 믿고 있는 상황이 불편한가는 질문에, 불편하지는 않다는 대답을 했다. 다만 이 사람을 온전히 믿어보려고 애쓰는 게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다는 말을 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일들이 상대방이 내게 먼저 나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선빵필승처럼 호의를 먼저 내보이는 것으로 나의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유독 무료함을 무척 많이 느꼈던 한 주. 그래서 그냥 쉬었어요. 공부도 안 하고 자고(?) 게임만 하고. 뭐 이렇게 잘 지나가겠지 하면서 또 그렇게 보냈다. 우울감이라던가 무료함을 많이 느끼던 날들이었는데 그 감정들이 그대로 흘러갈 때도 나쁘지 않다는 걸 스스로가 좀 알아차려주면 좋겠다. 무기력감이 조금 벅찬 한 주였다. 연애도 하고 싶었다가 안 하고 싶어지고, 완벽하지 않은 삶을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지난주에 했는데, 정말 막상 그렇게 살아보니까 확실히 그런대로 흘러간다는 걸 알게 된다.


이번주 선생님이랑 이야기해 볼 부분, 그러니까 생각나는 대로 마구 적어둔 글도 살짝 담아둬야지.

- 내가 하는 말이 너무 까랑까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고 사람이 좀 무던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아닐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강한 목소리였구나 알아차린다.
- 이게 사람의 기억이고 추억인지라, 왜곡된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기억이 온전하지는 않은데,
- 단톡방의 나는 어쩐지 내가 주인공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담일기] 7회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