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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은비 Jul 20. 2023

[상담회기] 12회차

앞서 먼저 이야기하기 전에, 지난주 기록이 덜됐다. 나라에서 문자가 오면(안전안내문자 등) 녹음이 중단되는 것을 잊어버리고 확인 없이 계속 상담을 했다. 10분가량, 가장 중요한, 그날의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녹음이 중단되어서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조금 안타깝다. 슬프다. 그게 가장 슬프다. 어쨌든 그날의 회기를 남겨둬야 하니까. 찰나의 순간들이라도 담아보려 한다.


제주도를 다녀오느냐고, 이런저런 일정들 덕에 조금 길게 선생님을 못 봤다. 근 2주쯤이었나. 여행 중에 들었던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간단하게 여행일정들을 읊으면서, 제주도가 굉장히 큰 곳이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 길을 온전히 다 걸어낸 나 자신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져서 마음이 뭉클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친구들이랑 대화하는 단톡방에서의 이야기라던가, 내가 한 말로 인해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평소부터 불편했던 감정들을 이때서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없는 톡방에서 이야기했을 수도 있고, 자세한 방향은 알 수 없지만, 조심해야 할 부분은 확실했다. 상대방은 상대방의 사정으로 인해 나를 그렇게 생각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내게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까지였나를 생각해 본다면, 그것은 나를 배려해서였을까 아니었을까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나를 배려를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려고 마음먹은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에게 나란 존재는 거기까지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한주가 지난 지금에도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툭 던진 말에 누군가는 기분이 나빠졌고, 내가 질타를 받았다. 이것은 사실이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하는 말들이 불편했을 거고, 나는 늘  단톡방에서 하던 말들이었는데, 그사이 얼마나 불편하다가 말했을지는 알 길이 없다. 불편한 이야기가 오고 간다고 하니 미안해지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디렉트로 이야기하지 않음에 속상했다. 뭔가 불편했다면 나한테 직접적으로 말하지. 그러지 않았던 친구가 못내 서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좀 진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얕은 사이었나 보다.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다.


아마도 나는, 동호회에서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생각하기를 바랐다. 내가 어느 소속에 속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니까, 누군가 공동체에 들어온다면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싶어지는 마음이었다. 내가 겪은 어려움을 사람들이 겪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베푼 푼수 같은(?) 면모들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현타가 왔다. 뒤에서는 따로 말하겠구나 하는 느낌에도 현타가 왔다. 뒤에서 누군가 수군대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너는 그렇지. 늘 말만 하고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 사람 아니냐, 등등 내가 속으로 나를 비하하고 있던 것들을 친구들이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저 상상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누군가가 나를 향해 수군댄다면 이런 내용을 수군거리겠지 하며, 상상을 현실처럼 결론짓는다. 그것이 상상에 불과한 일인데, 어쩐지 불안해진다. 이럴 때 누군가를 만난다면 아마 나는, 사실이 아닌 나의 상상을 사실인 것 마냥 상대에게 말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생생한 상상이었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게 된다면 다행인데, 사람에 대한 어려움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변함이 없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제주도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비가 와서라고 날씨 탓으로 치부해 버리고 가볍게 넘겼다. 그래도 사람 관계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속상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저 친하게 지내려고 했던 노력이었는데, 내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된 거구나 싶었고,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되었다고 왜 이제야 말하나 싶었다. 그 모든 상황이 조금 서운하고 속상했던 게 맞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애써 뒤로 미뤄둔 감정이었는데, 실제로 이 감정을 마주하니 확실히 다르다.


믿었던 친구들에 대한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그 말이 맞았다. 동호회에서 내편이라 생각하던 사람들의 내편이 아닌 마음들이 서운했던 것 같다. 아쉽게도 나는 그 작은 일에 서운해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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