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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ul 10. 2024

태생이 중2로다.

59 걸음

'몇 분이나 내 글을 읽어주셨을까?'


가끔 통계를 볼 때가 있다. 오늘로써 누적 조회수 11,000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총 발행한 글 수가 217개니까 대략 나눠보면 평균 46회 정도의 조회수가 나오는구나.


보기에 따라선 굉장히 적을 수도 적당할 수도 혹은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브런치가 아닌 다른 곳에도 글을 올리고 있는데 웹소설의 경우 올렸던 글의 누적 조회수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니 브런치 보다 적었다.


"역시. 안 되는 건 빨리 접으라니까?"

"..."


인기 글의 경우를 비교하면 맘은 아프지만 그래도 목표는 높게 잡아보자. 인기글은 1화당 최소 10,000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거 보면 책을 안 읽는다는 요즘 분위기와 달리 의외로 글 읽는 사람이 많네?


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쇼츠 하나를 봤다. 대략적인 내용은 오프라인에서 가게를 오픈했다 치고 [하루에 유의미하게 방문해 주는 고객이 얼마나 될까?]에 관한 내용이었다.


업종과 기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20명 정도 방문도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


문득 삼촌 가게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났다. 오픈 첫날 우리의 바람과 달리 10팀도 안 왔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애가 탔지만 그런다고 손님이 오는 건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눈치 빠른 분은 알아채셨겠죠?


"놀려요 지금? 바쁜 시간 쪼개서 읽어주는 거에 대해 감사할 줄도 모르는 이 오연한 아저씨 같으니라고!! 다시는 오지 않겠다!"


죄.. 죄송합니다!!!


짤 올리는데 뒤늦게 재미가 들렸나 보다.


"그럴 시간에 글이나 잘 써요."

"넹."


여하튼 글 하나를 아이템이라고 보고 독자를 손님으로 본다면 46명의 유의미한 방문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가게도 들어와서 금방 나가거나 구매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내 글도 중간에 읽다가 이상한 소리 써놓은 거 보고 정이 뚝 떨어져 허겁지겁 창을 닫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헛소리를 써놔도 읽어주는 분께 압도적으로 감사해야 할 일 아닌가?


지금 조회수 적게 나온다고 불평불만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살면서 만 명 정도의 사람에게 관심을 받아 본 적이 있었나?
전혀요.


그렇다. 기껏해야 몇 십 명. 그것도 주목받으면 덜덜 떨면서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던 사람. 그런데 감히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구낫!


글은 쓰기만 한다고 누구나 관심 가져주는 게 아니다. 영화나 음악도 마찬가지겠지만 누군가의 취향 또는 감성의 결에 맞는 장르가 있다.


비록 음악이나 영화 같은 걸 만들어 본 적도 만들 생각도 없기에 잘 모르지만..


"모르면 섣불리 말 안 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왠지 글쓰기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은 많이 해본다. 상상은 자유니까.


"안 읽는 것도 자유라는 거 명심하시길요."

"..."


처음 글을 써서 올릴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그동안 왜 글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안 했는지도 함께 떠올랐다.




잘 쓴 사람의 글만 읽은 게 문제였다.


보통 일반적인 책이나 글이 내게 전달되기까지의 수많은 과정이 있었을 거다. 지인의 추천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마케팅의 힘, 우연에 의한 발견 등.


심해 어딘가에 파묻혀서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책이 얼마나 많던가. 어딘가에선 "나 좀 읽어줘요!"라며 절규하는 글도 한 무더기 이상은 되겠지.


그렇게 엄선된 나름의 과정을 거쳐 내게 도달한 글을 읽다 보면 깨닫는 것이다.


"아..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구나."


쓰고 나니 자존심이 상한다.


보통 쓰기 전에 머릿속에서 구상할 때는 모든 게 괜찮아 보인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만 존재할 때 어쩌면 더 빛을 발하는지도 모르겠다. 바닷속에서 신비로운 빛깔을 뽐내던 해양생물을 배로 건져내자마자 영롱한 빛깔은 사라지고 쓰레기 수거장에서 본 거 같은 비닐 봉지 모양의 생물체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느낌이랄까.


10번 쓰면 10번 다 삭제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혹시라도 누가 읽을까 봐 두렵다.


'맞춤법 지적하면 어쩌지.. 덜덜.. 비문인 거 같은데 이해가 될까?.. 덜덜.. 국어공부 안 한 티가 너무 날까?.. 덜덜.. 평소 책 좀 읽을 걸.. 덜덜.'


자존심..? 글쓰기를 하려면 버려야 할 가장 큰 적이다. 하지만 버리질 못하겠어.


초조함


우여곡절 끝에 글을 써서 발행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사위만 던졌다 그냥. 이제는 뭘 해야 하나. 올린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인디언 기우제라도 지내야 하나.


"아니.. 그런데 글 읽어주면 뭐가 달라지는 거지?"


그러게 말이다. 왜 그토록 다른 이의 관심을 갈구하게 됐을까?


[관종 중 가장 큰 죄악은 40대에 무렵의 아저씨에게서 발현된다.]


20-30대 때엔 뭐 하다 40대가 돼서 뭘 그리 이목을 끌어 보겠다고.. 쯧쯧.


열심좌


이상하긴 정말 이상하다. 내가 뭐라고 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지. 초연해지자고 신신당부를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이 불안하게 만들 뿐.




조회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주식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처음엔 차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할 듯 쳐다본다고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는 것도 아닌데 수시로 째려봤다.


요즘은 무던해졌지만 국대 축구 경기하는 날이면 일부러 시청을 피했다. 내가 보면 지고 안 보면 이긴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관심을 가지든 아니든 그런 것과 무관하게 알아서 흘러가는 일이 세상엔 참 많다. 물론 글은 내가 직접 써서 만들어 낸 부산물이기에 좀 더 애정이 듬뿍 담기긴 하나 그렇다고 이미 손을 떠난 글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발행을 했고 읽어주는 분이 생겼다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다. 조회수에 연연하는 모습도 어쩌면 [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와 생각 때문은 아니었을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과연 내게 글쓰기의 본질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의 소중한 기억의 일부를 떼어내 어딘가에 놓아주는 것. 그리고 다시 새로운 기억을 받아들이는 일.


살아있는 한 고이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글을 써낼 수 있을 테고.


"캬.. 중2력 대단하네요. 40대에 중2병 걸린 아조씨라니."


괜찮다. 싸이월드도 꿋꿋이 써 본 경험이 있는 나다. 그 감성 그대로 브런치에 계승됐을 뿐...


중2스러운 모습도 아저씨 같은 모습도 상관없다.


"우린 상관있습니다. 그런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 그렇겠죠?"


조회수에 연연은 하지 않지만 조회수가 잘 나오려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2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줄 시간에 좀 더 유익하고 잘 쓴 양질의 글 하나를 생산해 내는 것. 그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이 감정은 어쩌지?


40대에 마법처럼 찾아온 사십춘기를 지독히 겪고 있는 아저씨는 오늘도 광광 울며 조회수 1을 올리기 위한 글을 조심스레 발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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