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에 선 듯한 끝자락

13 - 막바지

by 고성프리맨

글쓰기 수업이 후반을 향해가고 있다.

'과연 이번엔 끝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처음보다는 나은 상태인 거 같다. (여전히 다니고 있으니)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건 어렵다.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다른 사람도 똑같이(혹은 더 심하게) 힘들어하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는 점일까.


아직 인성이 덜돼서인지,

다른 이가 힘들어하는 모습 속에서 위로받는 나 자신이 조금 못마땅하다.


여하튼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모임에도 참석 중인 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한동안 고민이 많았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벗어난 이후로는 도통 '결여된 사회성'을 회복하지 못할 것만 같았달까.

이렇게 말했다해서 사회성이 좋아졌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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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에서 내가 맡은 역할은 ‘침묵’이다.

단순히 나이차 때문만은 아니고,

그 시간만큼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단답에 가까운 대답,

무뚝뚝해 보이는 태도가 누군가에겐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히 설명으로 시간을 쓰느니, 한 자라도 더 적고 싶었다.

닿지 못할 걸 알면서도 글에 마음을 담고 싶었으니까.


글 속에서는 사회성이 어떻든, 말을 잘 못하든 상관없다.

그게 내가 계속 쓰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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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듣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면 일장연설을 늘어놓던 내 모습이 늘 괴로웠다.

줄이자 다짐했지만, 막상 입을 열면 언제나 내 얘기가 앞섰다.

다른 사람의 말은 흘려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글은 돌파구였다.

하고 싶은 말은 글에다 두고,

사람 앞에서는 차라리 침묵하며 귀 기울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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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글 쓴다면서요? 혹시 어디에 올리세요?”


수업 중, 한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내게 물었다.

첫 시간에 스쳐 지나가듯 말한 걸 기억하고 계셨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브런치에요. 거기가 제 공간이에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부끄러움이 터져 나왔다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간 괜히 혼자 벽을 쌓고, 무게를 잡았던 건 아닐까.

혹시 침묵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억측들이 줄줄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정말 글쓰기에 온 힘을 쓰고자 침묵한 걸까?]


쉬운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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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수업은 끝을 향해 가는데,

왜 나는 이제 막 시작점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오만도, 침묵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테지만…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쉬움이 더 짙어질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나는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침묵 속에서 말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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