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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우 Jun 16. 2016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Volume 27.  도시의 고독 - 상


Volume 27.  도시의 고독 - 상







Über allen Gipfeln                   

Ist Ruh,                                                     

In allen Wipfeln                               

Spürest du                                              

Kaum einen Hauch;                          

Die Vögelein schweigen im Walde,  

Warte nur, balde                              

Ruhest du auch.                               




모든 산봉우리에

정적이 감돌고,

모든 나뭇가지 끝에는

바람 한 점도

느낄 수 없네.

숲 속의 새들도 입을 다문 거야.

기다리게. 머지않아

그대도 또한 쉬게 되리.






도시의 고독



괴테는 <방랑자의 밤 노래>를 통해 사냥꾼들이 묵어가는 오두막집 나무벽에 이런 시를 남겼다 - 괴테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번 기억은 어디까지나 나에 철학에 견주어 개인적인 해석임을 밝힌다 - 이 시에 대한 주제를 나는 줄곧 고독이라 여겼다. 일전에 메모를 해 둔 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나열해보자면,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인생을 살고 있지만, 현재를 마주하는 방법은 모두 제각각이다. 우리는 모두 혼잡하기도 하며 적막하기도 한 이 도시를 (밤의 숲에서) 살아가며, 헤쳐 나가는 고독한 방랑자의 입장이다. 도시의 근간은 사람이고 그렇기에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쉬어갈 어떠한 곳이 필요하니까. 결국 '쉬다' 의 개념은 고독과 닿아있다는 생각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도시의 방랑자에겐 모두 고독이 필요하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 무엇보다 도시를 좋아하는 타입이다. 더불어 도시의 방랑자로서, 도시의 거리에서 만나는 타인과의 순간을 찍는 '거리 사진가' street photogrpaher라고 스스로를 정의 - 그렇기에 내가 도시를 좋아하는 것이 대단히 놀랄 일도 아니다 -  하고 있다. 내 쪽에서 도시를 좋아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도시의 고독에게 한 표를 던진다.  의례 고독이라는 단어는 '쓸쓸함'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나의 고독은 에드워드 호퍼 세계관의 그것. 과는 조금은 다른 정의를 두고 있는데, 무언가 은근하게. 드러나지 않은 고독을 말한다. 도대체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진을 보면 나의 고. 독. 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월 중순 오후 일곱시경이었다. 밤이 내리기 직전이었다. 어렴풋이 드러난 빌딩 숲에는 거센 비의 기운이 여전히 감돌고 있었다. 마침 빌딩에 불이 하나둘씩 들어왔다. 동시에 내리는 비가 멎기 시작했다. 비 내리는 센트럴파크 - 비 오는 공원을 우산을 쓴 채로 한가로이 걷고 있던 나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에서 바라본 도시의 고요함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이 순간의 고요함에 대한 질감의 감촉을 두 번 다시 느낄 수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이 사진은 단 한 번의 셔터를 누른 결과물이다. 때때로 나는 어떠한 분위기에 젖어 사진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험 - 이 순간이 그러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험은 결정적인 찰나의 사진을 찍을 때 밀려오는 희열처럼 온몸에 감각이 곤두선다 - 을 하기도 한다. 시공간에 대한 변화의 기류를 경험해서였을까. 내가 그 공백의 시간을 통해 제법 긴 시간을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덧 뉴욕이라는 도시는 밤이 되었다.



최종적인 나의 결과물이 타인의 그것과 달라 보이고 싶은 욕구 - 어떻게 하면 나만의 시선으로 타인과는 다른 것을 포착하는가.라는 고민으로부터 세상의 모든 사진가들은 자유롭지 못하다 - 는 분명 있지만, 특정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곳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나의 견해다. 그곳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자유로운 영역이다. 동시에 개인의 해석에 의해 저 마다 다른 결과물로 나온다. 다시 말해 그것은 사진가가 지닌 능력의 영역이기도 하다. 뉴욕의 마천루가 뉴욕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요소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단지 내 쪽에서 할 일은 그것을 <도시의 거리에서 만나는 순간>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도시의 모습을 나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만의 정체성이 반영된 거리사진이라는 작업물 - 예술사진의 장르를 규정함에 있어, 여행사진이라는 장르는 내 쪽에서는 이해 가능하지도 않으며,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의 인생이 곧 여정이자 여행인데, 인생사진이라는 장르는 조금 이상하지 아니한가. 하물며 leica도 LFI (Leica Fotografie International)를 통해, 그것의 성격을 travel photography가 아닌 street photography로 분류해 놓고 있다 - 들을 두고, 나는 최종적으로 이 두 가지 소재로 다시 나열한다. 이것은 고독한가. 고독하지 아니한가.




끝으로 수잔 케인은 고독에 관하여 이런 말을 했다.




고독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고독은 산소 같을 수 있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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