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30. 에필로그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Volume 30. 에필로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한 마디는 굉장히 완고하고 꼼꼼하며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 말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야구선수 요기 베라가 말했다. 시작은 언젠가는 끝을 마주하게 된다. 동시에 마주하게 된 끝은 새로운 시작을 찾길 마련이다. 달리 말하면 시작에서 끝으로 그리고 끝에서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는 게 여행이며, 동시에 인생이기 때문이다.
불과 일 년 전, 자아를 찾고 싶다며 뉴욕으로 이 작은 라이카와 가벼운 짐만 챙겨 떠났던 고집스러운 한 남자는, 어느덧 그때와는 조금 다른 시선을 지닌 채 -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이 라이카를 만나기 전보다 여유로워졌다는 것이다 - 동시에 스스로의 자의식에 관하여 한층 깊어진 남자가 되었다.
자의식이라는 말이 나온 김에 간단히 늘어놓자. 내 쪽에서는 대부분의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자의식의 성립이 늦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느린 시간만큼이나 고통스럽게 성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고, 그와는 반대로 딱히 무엇 하나 정해서 나의 인생을 맡기고 달려 나가는 건 또 싫었다. 꿈꿔왔던 그리고 나름 학구열을 불태웠던 직업을 생각나는 순서대로 나열을 해보자면 수영선수부터 패션 디자이너 - 예술대학을 준비한 첫 이유기도 했다 - 를 거쳐 목수, 영화배우, 영화감독까지 이 모든 것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일이었다. 꿈만 많았던 그래서 사춘기가 십년동안 이어져서, 가족과 주변 사람을 괴롭히기만 했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러한 고통스러웠던 과거는 아이러니하게도 돈으로 살수 없는 제법 소중한 경험의 과정이 되어준 듯하다. 덕분에 지금 현재 나의 자의식은 매우 단단하게 성립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나는 현재, 과거에 꿈꿨던 직업들과는 조금은 다른 형태의 두 가지의 직업 - 아트디렉터와 사진작가 - 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두 직업의 관계가 무척이나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사진작가로서 나는 연출되지 않은 순수한 비주얼을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만들고, 아트디렉터로서의 나는 꼼곰히 연출된 동시에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비주얼을 훌륭한 파트너들과 함께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예술과 상업. 완전히 극과 극의 상황을 직업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이러니다. 그렇다고 사진작가와 아트디렉터 - 나에게 있어 아트디렉터가 애증의 관계라면, 애정어린 쪽은 사진작가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을때의 나는 페르소나라는 가면을 쓴채 활동하고 있다. 마치 브루스웨인과 배트맨처럼 말이다 - 라는 직업을 단편적으로 어쭙잖게 비평을 시도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을 밝혀둔다. 단지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나는 아티스트적인 기질이 더 강할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 "인생은 여정이다" 란 말이 있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내가 찍는 도시의 사진은 나 개인의 존재, 즉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내 쪽에서는 여전히 이 질문에 간단 명료하게 답을 할 수는 없지만, 계속하여 존재의 고민을 할 것이다.
USA | NYC | 2016 | ©Hyunwoo Kim
뉴욕의 글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존재의 철학적 고민을 토픽으로 풀어 나갔던 성장기였습니다.
그동안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