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ume 29. once upon a time in america
Volume 29. once upon a time in america
특정한 장소가 부각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언제나 드는 생각 - 이 경우에는 영화의 스토리는 뒷전이 된다 - 은 저곳으로 얼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 쪽에서 만의 경우가 아니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물어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러한 반응을 보였기에. 우리가 예술로부터 얻는 영감이 어디 영화뿐만이겠는가. 문학도 그럴 것이며, 사진도 그럴 것이고 심지어 음악도 그러한 여행의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러한 까닭으로 이번 기억의 기록은 내게 뉴욕이라는 장소에 대하여 가장 큰 예술적 영감을 준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한 개인의 성장을 뉴욕을 배경으로 1920년대, 30년대, 60년대의 시대적 흐름과 함께 서사로 풀어간 시나리오로서, 뉴욕이라는 도시를 고찰한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 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부터이다. 기억을 소환하기에 앞서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두려움에 관한 해석의 영역 - 일전에 나는 이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말한 적이 있다 - 과도 관련된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이 사진은 영화라는 예술로부터 받은 영감에 대한 예술적 도전 의식일 수도 있고, 일종의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에 대한 오마주 일수도 있다.
나는 오래전 <뉴욕, 라이카로 본 시선> '뉴욕의 겨울 그리고 연기' 편을 통해 Once Upon a Time in America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뉴욕의 뒷골목을 돌아다녔었다는 말을 진작에 했었다.
"..... 뉴욕에서 나는 하이에나처럼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내 쪽에 인생에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이다........ 이 영화는 작년에 드디어 리마스터링 되어서 나왔다. 자그마치 4시간 10분의 러닝타임으로 말이다. 덕분에 이 영화를 오롯이 이해하게 되었고 - 영화의 연출, 인물, 촬영기법, 그리고 음악을 애써 논하지는 않겠다. 내 쪽에서 그러한 걸 말하지 않아도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영화에 대한 이해와 모든 감정의 표현은 고스란히 전달되니까 - 그중 1930년대 브루클린의 거리에 대한 인상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에 그치지 않고, 내 쪽에 깊숙이 각인됐다........"
브루클린을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 혹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내가 찍은 이 사진을 보면, 무언가 익숙한 구도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뉴욕에 자리 잡은 브루클린 덤보를 가면 누구나 이러한 구도 - 이렇게 맨해튼 브릿지가 걸리는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는다 - 아래서 셔터를 누른다. 그렇다. 바로 이 굉장한 현실세계의 비주얼은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이 장소에서 로버트 드니로와 친구들의 소년 시절, 브루클린 거리가 자주 묘사 - 영화 포스터에도 나온다 - 되어졌고 동시에 내쪽에서는 이 것이 브루클린을 찾은 가장 큰 영감이기도 했다.
과연 나는 어떠한 모습으로 이 거리 위 순간을 기억 - 남과는 다르게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눈으로 - 하고 싶어 했을까. 나는 우선 카메라를 어깨에 두른 채 이 광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꼽고 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OST 중 Friends를 들으면서 말이다. 후일담이지만 이 사진은 memory of city 사진전시회를 통해서 공개되어졌고, 사진을 더욱 빛내줄 음악을 선곡하던 중 이 영화의 OST - 사진과 함께 갤러리를 찾은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았다- 를 선택하였다.
다시 이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거리의 사람들의 행위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피사체의 다양성' 사실 이것이 내가 거리 사진을 찍는 가장 큰 이유 중 한 가지 이기도 하다. 웨딩 스냅을 찍는 포토와 신랑 신부들, 연신 셀피를 위해 이리저리 각을 잡아보는 사람들, 여행자로서 이 곳을 추억하기 위한 배경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실제 이 영화 같은 장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앞서 언급한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나의 집 앞이 늘 사진을 찍는 이들로 하여금 시끌벅쩍한 동시에 허락되지 않은 공간의 침범을 매일 감내해야 하기에 - 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이 이 공간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
노을이 질 무렵까지 아내와 난 덤보를 걸었다. 노을 지는 순간의 스토리를 담고 싶은 마음이었다. 동시에 무엇을 찍어야 하는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구하지 못했던 까닭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이 곳은 오후 일곱 시경이었고 맨해튼으로부터 노을이 지고 있었다. 순간 어떠한 집에 문이 열렸고,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걸어나왔다. 순간적으로 이 말도 안 되게 멋진 장소에 살고 있는 남자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그리곤 셔터를 눌렀다. 바로 우측에 벤츠 SUV를 타는 저 사람에게 말이다. 그리곤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고,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이 소란스러움에 익숙한 듯 머쓱해하며 나의 질문에 담대하게 답했다. 그의 어조에는 네거티브함이 다소 담겨 있었지만, 그의 태도는 쿨하고 유머러스했다.
끝으로 나는 에세이를 통해 내가 찍은 사진을 애써 꾸미고 싶지 않다. 사진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사진의 의도를 말하고 싶다고나 할까. 부연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 진실된 기억에 바이어스가 끼게 되는 것 같아서 하지 말자라고 다짐했었기 때문이었다. 내 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의 의도이다. 왜 이 사진이어야 했는가. 그러한 맥락에서 말하자면, 사진과 글이 함께하는 이유야말로 나의 의도를 보다 딥하게 전달하기 - 내가 피사체와 교감한 것을 타인과 나누기 위해 -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므로 만약 이 장소에 어떠한 사람도 없었다면, 나는 결국 셔터를 누르지 않았을 것이다.
USA | NYC | 2015 | ©Hyunwoo Kim
https://www.instagram.com/ben_sprezzat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