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주는 흥미로움
고백하건대, 카메라는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자신만의 퍼스널리티로 파인더를 통해 뭔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고, 다시 흥미로운 것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이러한 단순한 과정을 통해 작업물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단순한 행위로 기록을 하는 것은 분명 나의 이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 순간, 나도 모르는 내 안의 무언가로 인해 셔터가 찰칵. 하고 울리는 것이 아닐까.
흑백사진에서 명암은 렌즈에 의해 보이는 영역에 반사된 빛의 양으로 만들어진다. 어두운 부분은 밝은 부분보다 반사하는 빛의 양이 당연하게도 적다. 흑백사진을 찍을 때면, 이상하게도 끊임없이 의식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단순하게 보고 싶고 진중하게 보고 싶을 뿐인데, 이 흑백 사진이라는 것이 마음과는 달리, 스스로를 더욱 의식의 한가운데로 내 몰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를테면 붉은 티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입고, 파란색 바퀴의 스케이트보드를 손에 든 남자가 채도가 짙은 회색 바닥에 서 있다. 무엇보다 물에 비친 빛의 찰랑거림까지 이 모든 색의 대비를 컬러로 찍으면 명암의 차이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겠지만, 흑백 - 그렇다 바로 위의 사진처럼 -으로 찍으면 무언가 밋밋한 회색톤의 사진- 냉면으로 예를 들면 평양냉면 같다고나 할까 - 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의식적으로 빛의 농도를 바라보며 빛과 어둠의 질감을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만약 여행책자를 보노라면, 흑백사진을 구경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컬러사진이 흑백사진보다 정보를 더 많이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흑백사진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다.
흑백 사진의 효율적인 목적성까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내 쪽에서는 흑백사진의 매력이 아마도 이 것이라는 생각이다. 개인의 고유한 특성, 즉 퍼스널리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컬러사진도 이러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흑백사진은 사진가의 심리상태나 어쩌면 정치적 견해까지도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작업물로 표현될 수도 있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충분히 느끼고 있다.
나는 얼마 전 런던을 베이스로 한 해외 패션지로부터 나의 시각으로 본 뉴욕 사진을 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내 사진은 제법 좋은 인화 퀄리티의 흑백사진 - 이 프로젝트는 다음번에 상세하게 다루기로 하자. 그 내용이 제법 길어질 테니까 -들로 오롯이 게재되었다. 다행히 내 흑백사진의 고유한 특성을 알아봐 준 관계자들로 인해, 이러한 상상을 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날씨 좋은 날, 파리에서 우연히 집어 든 매거진 속에 내 사진들을 보고 있는 멋쟁이들을.
FRANCE | paris | 2016 | ©Hyunwoo Kim
https://www.instagram.com/hyunwookimstreetf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