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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식 Dec 26. 2019

달인을 향하여

왜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가? 

달인은 학문이나 기예의 어떤 분야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한다. 현대사회에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요즈음 같은 경쟁사회에서는 전문적인 지식을 선호한다. 


전문지식사회라고 하지만 의외로 우리사회는 전문가가 없는 사회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육제도나 회사의 인력육성에 투자가 없고 눈에 보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지식에 대한 인식이 없다. 특히 전문가 그룹이 없기 때문에 누가 전문가인지 검증능력도 없다. 여러 가지 자격증이 있지만 학위가 전문가에 대한 유일한 검증체계 이다. 그래서 신정아 사건 같은 것이 발생하였을 지도 모른다. 우리사회가 전문가집단이 있다면 이러한 터무니 없는 사건을 사전에 예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경험과 지식에서 오는 것이다. 경험이란 직접경험과 독서로 부터 오는 간접경험이라는 것이 있다. 최고의 학습은 실제경험이라도 한다 다만 수업료가 비쌀 뿐이다라고 하였다. 우리사회에는 유교의 영향인지 아니면 학벌사회인지 모르지만 시험이나 간접경험을 선호하는 편이고 경험이나 능력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는 풍토이다. 이제 조금씩 경력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으나 대부분은 거품들이다. 


그런데 TV에서 생활의 달인을 보면 사람들은 유쾌하여 한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데 에서 그들의 깊이와 역량에 찬사를 보낸다. 엄청난 짐을 다루는 사람, 신문을 귀신 같이 던져서 넣는 사람, 한번에 정확한 양을 감각으로 결정하는 사람 등. 이전에는 이러한 역량은 가치가 없고 무시하였던 기량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려면 그것에 미쳐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가나 달인 중에는 보통사람이 볼 때는 미친 것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서양에는 마니아(mania) 가 있고 일본에는 오타꾸(otaku) 그리고 한국에는 폐인(paein)이 있다.

약간의 성격은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정의를 정리하면 한국의 폐인은 매니아나 오타꾸에 비해서 전문적이지 않고 보다 대중적이며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또한 오타꾸는 자기만의 세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매니아나 폐인처럼 커뮤니티에서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IT지식사회에서는 이러한 달인을 구루(guru)라고도 부른다.  내가 미국직장에 근무할 때 한 미국인 동료가 주변에서 CAD구루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30대 초반인데도 불구하고 CAD라는 특정분야에서 최고수 라고 인정을 받았고 있었다. 나는 그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싶어서 그와 친해지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CAD의 기능적인 지식은 물론 CAD 환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던 유닉스 운영체계(Unix OS)에 대해서 깊은 지식이 있었다. 물론 어떤 부분은 나보다 모르는 것 있었지만 그의 CAD에 관련한 지식은 무척 부러웠다. 나는 그에 대한 관찰에서 그가 가진 역량하나를 발견하였다. 그것은 지식에 대한 전략이 있었고 나는 이러한 전략이 전무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병법을 가지고 자와 검법에 의존하는 자의 차이 같은 것으로 경쟁이나 전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명확하다. 


또 하나는 그는 우리와 다르게 자기의 지식을 아주 친절하게 나누어 주었다. 나는 진정한 전문가는 그 분야를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남이 초보적인 질문을 하여도 피곤한 기색이 없이 설명하여주는 것을 알았다. 얕은 지식이 있으며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은 자기지식이 남에게 추월 될까 봐 자료나 지식을 공개하는 여유가 없다.


내가 근무한 경험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삼성항공에서 CAD 전문가 그룹을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CAD 인증제도를 만들어서 임원부터 신입사원까지 교육을 실시하였다. 처음에는 임원들이 교육을 들어오지 않았으나, 개발사업부장이 열외 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모두 교육을 받았다. PDM의 성공은 모두 사용자가 적어도 CAD를 열어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터넷에 들어가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열어 볼 수 있듯이 PLM에 들어가서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고 CAD자료를 볼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백날 PLM성공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소용이 없다. PLM의 긍극적 성공을 잘 사용하는 것이지 잘 구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초기 군용항공기를 개발할 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였다. 대부분은 3D 설계 경험이 부족하고 설계지식도 없었다. 결국 관리자는 낮에는 설계 그리고 밤에는 교육이라는 무식한 방법을 택하였다. 곧 사람들이 지쳐갔으며, 설계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각 설계분야별 그리고 CAD 분야별로 전문가를 선정하였고 그들에게 비전과 꿈과 자존심을 만들어 주었다. 기술리더 들을 모아서 서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고 비전도 심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우도 해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CAD 능력도 뛰어나지만 설계역량도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그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피곤해도 CAD관련이야기만 하면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통영의 마리너 특급호텔에 워크샵을 하였다. 참석한 설계자가 각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설계자이기 때문에 팀장들이 모두 반대하였다. 그러면서 회사 내나 가까운데 에서 하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회사의 방침을 전달하는 워크샵 이나 회사 내에나 연락이 쉬운 장소에서 워크샵을 할 바에는 하지 않는 것이 더 났으며, 회사가 힘들고 일이 많을 때, 좋은 장소에서 워크샵을 하여서 기술자들의 사기를 오려주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설득하였다.


1997년 11월 IMF로 위험했던 국산전투기F/ T-50개발 사업이 1998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개발에 필요한 CAD,CAM,CAE, PDM  전산화된 개발 인프라였다. T-50 모든 개발 팀장이 우리 워크샵을 반대했다. 초기 바뻐 죽겠는데 각팀의 키맨들을 몇일 동안 워크샵을 한다고 개발 센터장에게 절대 불가하다고 읍소했지만 나는 개발 센터장에 가서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의 항공 설계자들이니 최고로 좋은 리조트에서 워크샵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개발센터장 장전무가 회사 근처에서 하면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고 설득했지만, 내 사비를 써서라도 휴양지에서 요트 타면서 하겠다고 우겼다. 사실 제주도 중문에 가서 하고 싶었지만 IMF 시절이라서 통영의 마리나 리저트에서 했다. 한국기업이여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면 엔지니어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줘라.. 이 바보들아... 어찌 하였던 T-50 개발 사업이 우리 워크샵하는 며칠 동안 정지 되었다.   


시기적으로 거의 불가능 하였지만 그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CAD 전문가들의 힘으로 우리는 이틀 동안 기술적인 워크샵을 성공적으로 하였다. 여기서 젊은 설계 전문가들은 CAD에서 구조, 유압, 전자, 전기, Wire harness, Material data, 도면관리, CAM 분야 등 개발분야와 Surface. 3D 모델링, Kinematics, DMU 등 CAD와 PDM 분야 등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지식을 교환하기 시작하였다. 각 벤더의 영업이나 기술지원 인력하고 도 소통을 하였다. 그리고 돌아갈 때 즘에는 엔지니어들은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원하여준 소속 팀장들과 회사에 대해서 가슴속으로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더 이상 자신이 도면을 생성하는 부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들과 만다면 그때의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이 워크샵을 작게는 이 사업에서 PDM정착의 성공 그리고 크게는 전체 사업의 성공원천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초보자들은 빨리 전문가가 되고 싶어한다. 한 일년 만에 전문가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점은 여섯 가지 정도의 장애가 있는데, 첫번째는 능력의 부족, 두번째는 노력의 부족, 세번째는 기회의 부족이라고 생각된다. 이 세가지는 초보자에게서 발견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중고참에게 필요한 나머지 세가지 이유이다. 이것은 첫번째는 관리의 부족, 두번째는 전략의 부족, 세번째는 평가의 부족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이 노력에 비해서 성취가 적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면 이러한 3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는 접근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진정한 달인은 3가지 역량이 있어야 한다. 지식은 물론 비전과 전략이다. 비전은 자신을 지속적으로 즐겁게 전념할 수 있는 정열을 가져 다 준다. 두번째, 전략은 어떤 사람은 요령이라고도 하지만 달인들은 일하는 순서와 강약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세번째는 지식은 자기의 다루는 대상에 대한 지식과 주변지식의 결합에 대한 지식이다. 


그러나 개인 전문가는 국가의 경쟁력 차원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전문가가 그룹을 형성하면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익하며 막강한 경쟁력이 된다. 우리사회도 이제 산업 분야에 전문가 그룹이 생겨서 활동하여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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