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쓰는 법 1탄
독서 노트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필사부터 시작해보자. 필사란? 베끼어 쓰다는 뜻이다. 나는 필사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한 번 살펴보자.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내용을 국어책에 받아 적은 기억이 나는가?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아도, 우리는 수많은 문장을 받아 적었다. 독서노트를 처음 쓰는 초수들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따라 쓰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정확히 따라 쓰는 것이다! 초수는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고르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꼭 책을 읽지 않아도 유명한 문장이나 시를 따라 적는 것도 추천한다. 많이 적는 것이 어렵다면 문장을 작게 나누고 나누어서 한 문장 필사부터 시작해보자.
필사라고 해서 꼭 문장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적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작가의 문장을 간단하게 요약해서 적어도 되고, 나의 문체로 바꾸어 적어도 된다.
예) 원래 문장: 제 에버노트에는 ‘일으켜준 말들’ 이라는 노트가 있습니다.
바꿔 쓴 문장: ‘일으켜준 말들’ 이라고 적힌 에버노트...
예전에 샤프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 나무 샤프에 내 이름이 영어 필기체로 살짝 파여서 예쁘게 각인되어 있었는데, 그 글씨체를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만년필에도 각인이 되어 있다.
각인된 것은 마음대로 쉽게 지울 수 없다. 누군가는 시계에, 누군가는 반지에 각인을 하지만 나는 독서노트에 각인을 한다. 돈이 들지도 않고 한 문장만 정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시간과 내 손과 내 마음이 허락하는 한 무한정으로 각인할 수 있다.
깨끗한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된다. 내가 읽은 책 중에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문장을 고른다. 그리고 한 문장 한 문장 정성들여 적는다. 많이 적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내 마음에 깊게 새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힘들면 쉬어간다. 내일 다시 적는다. 세월이 흘러 각인된 문장이 옅어지면, 다시 한 번 더 적는다. 처음에는 내 마음에 새긴 문장이 내 마음 한복판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필사한 문장을 자주, 다시 읽는다. 독서노트를 쓰기 전에 앞 페이지를 들춰보면 된다. (마음에 들면 들수록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점토가 합쳐지는 것처럼 이 문장의 내용이 내 마음이 되어버린다.
내 마음대로 삶을 바꿔갈 수 있다니. 정말이지 유리한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