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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un Jul 14. 2020

제 취향입니다.

당신의 취향은요?

취향 :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어른이 되면서 바뀔 줄 알았던 내 취향은 더 뚜렷해지고 짙어졌다.
나는 여전히 같은 것을 볼 때 설레고, 손이 가고, 눈길이 간다.

누군가에게 '난 이런 것을 좋아해요, 제 취향은 그래요.'라고 문장으로 말할 수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찾으며, 나만의 취향으로 만들어가는 그런 소소한 부분에서 자신감을 갖는다. 생산적인 것이 아닐지라도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자신감. 
그 취향을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간직해온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첫 번째 취향, 사진

초등학교 때는 일회용 카메라를 들고 친구들 사진 찍어주길 좋아했고, 중학교 때도 친구들과 놀러 가는 날이면 사진담당은 늘 나였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오늘도 카메라야? 그만 찍어!' 라며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친구들도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내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인이 돼서는 피사체를 조금 바꿨는데, 살면서 못 봤던 풍경이나 세상을 담기 시작했다.

평소엔 별거 아니라고 눈길조차 안 주고 지나치던 풍경이나, 특별한 계기가 아니면 보지 못할 풍경과 순간들. 평범함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떠난다.


 
두 번째 취향, 글쓰기

중학교 때부터 사용한 다이어리들을 모아 두고 있다. 다시 보면 오글거리는 문장들도 있고,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은 하루를 적어둔 귀여운 일기도 있고, 눈물 흘린 하루를 적어둔 날들도 있다.
그때의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말들과 생각들, 작은 파도에도 휘몰아치던 어린날의 수많은 밤들이 그곳에 담겨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누구도 보지 않을 책에 헌신할 만큼 자신의 삶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꼭 특별한 날이 아니었을지라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을 만큼 나에겐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하루인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다이어리에 일기를 적고, 이젠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적는 노트도 생겼다.
그 노트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이 담겨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을 적기도 하고, 경험을 통해 느낀 점들을 적기도 하고... 어떤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적기도 한다. 글을 쓴다는 건 내 생각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고, 누구도 써주지 않을 나의 기록이다.


세 번째 취향, 빈티지한 것들

수동 필름 카메라, 다시 나오지 않을 오래된 빈티지 컵, 오래된 허름한 간판, 옛 정취가 느껴지는 다방, LP판, 비디오 캠코더...
내가 유독 보면 환장하는 그런 것들. 이런 나의 취향을 아는 지인들은 '이거 뭔가 너 스타일이야', '이거 네가 좋아할 것 같아' 라며 보여주곤 한다. 조금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아도, 손이 더 가는 그런 빈티지한 것들이 좋다.
이젠 일부러 만들지 않는 이상 보기도 힘든 그런 것들... 발견할 때마다 하나하나 수집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런 취향들이 하나 둘 모여 나라는 사람의 색을 만든다. 누군가 나를 떠올리면 '아 저 사람은 이런 걸 좋아했더랬지.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

이제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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