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권하는 냐옹이 Apr 16. 2023

가우디를 다시 만난 날을 기다리며

스페인과 안달루시아를 애정하는 스페인 러버

스페인에 대한 첫 기억은 어릴 적 한 광고에서다. 어느 브랜드 광고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100년 넘게 건설 중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가우디를 소재로 만든 광고였다. 아마 가우디의 장인정신과 같은 마음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내용이었으리라.



이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월드컵을 통해 스페인 축구를 접하면서 스페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승은 못하지만 축구 스타일이 좋았다(물론 스페인 축구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우승한다 내게도 찬란한 순간이었다).


축구가 연이 되어 스페인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분야가 넓어졌다. 스페인의 역사, 스페인의 미술, 스페인의 문화, 스페인의 건축까지. 당연히 나의 첫 해외여행은 스페인이어야 했고,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둔 다음날 마드리드행 대한항공에 몸을 실었다.


알면 알수록 스페인은 매력적인 나라고, 가보고 싶은 도시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 하지만 그 당시 지나치게 긴 여행은 어려운 상황이었고, 가장 핵심적인 도시인 마드리드, 세비야, 그라나다, 바르셀로나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즈음 트위터에서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스페인 친구에게 꼭 가봐야 할 장소를 추천받은 것도 알찬 여행의 한 요소였다.




스페인을 다녀온 후 스페인에 대한 애정은 더 높아졌고, 스페인에 대한 탐구는 더 깊어졌다. 스페인 편이라면 빼놓지 않고 보는 <EBS 세계테마기행>에 최근 스페인 편이 방송됐는데, 말하자면 가우디를 추앙하는 건축가인 이병기 님이 출연했다.


  '가우디.. 이병기.. 앗!'


몇 해 전 읽었던 가우디 전기(傳記) <GAUDI 1928> 번역가가 이병기 님 아니던가.


세계테마기행 화면, 출처 : EBS 다큐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1swoGS8Tnow


가우디를 상기하고자 책장에서 다시 책을 꺼냈다. 사실 이 책은 가우디가 사망한 후 출간된 최초의 전기이자, 가우디와 함께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설에 참여한 건축가들이 작성한 책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고하면 난해한 건축용어가 다수 등장하고, 이로 인해 일반인들은 책 분량 절반 가까이는 처음 보는 외국어를 보는 느낌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출간된 그 어떤 가우디에 대한 책 보다 가우디가 가진 철학을 가감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 가우디가 활동하던 당시의 사진 자료, 가우디가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던 시절의 스케치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중적인 책이 아니다 보니 현재 품절된 책이다)


다만 건축가로서 가우디를 다루다 보니 그의 성장기를 다룬 내용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는데, 전체적인 가우디의 생애를 접하고 싶다면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살림지식총서 - 안토니 가우디>나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가우디>를 권한다.


(얇아서 들고 다니기 좋은 살림지식총서)


(이 책도 현재 품절이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더 자세히 알고 싶고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접하고 싶다면, 미진사에서 출간된 <신은 서두르지 않는다. 가우디>, 지혜정원에서 출간된 <가고 싶다, 바르셀로나>도 괜찮은 책이다.






스페인 여행을 갔던 당시 스페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날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심장박동이 가장 고조된 순간을 고르자면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서 발라스케스의 <시녀들>을 본 순간, 세비야의 타블라오 El Arenal에서 플라멩코를 본 순간, 해 질 녘 그라나다의 산 크리스토발 전망대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전경을 본 순간,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우뚝 솟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본 순간들이다.


사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떨렸다


여러 웅장한 건물을 봤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정말 상상력의 극치였고, 인간이 건설했다고 하기엔 너무나 비인간(?)적인 모습이었달까? 내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 환상적인 빛의 황홀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여전히 건설 중이고, 그 이유 중 하나는 관광수입과 헌금에 의해서만 건설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당시 내가 낸 입장료와 엘리베이터 탑승비가 이 역사적인 건축물에 기여했다는 점이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예정된 바로는 2026년에 사그라다 파말리아가 완공될 예정이다. 아마 그 해에 바르셀로나 관광객(안 그래도 관광객이 많은 나라에...)이 엄청 몰릴 것이다. 나 또한 2026년을 노리고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이 않으리라. 내게는 스페인이 그러하다. 그리고 스페인의 일부(물론 가우디는 스스로를 카탈루냐인이라 생각했지만)인 가우디가 그러하다.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었을 때 그 모습은 얼마나 찬란할까. 십여 년 만에 다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마주한다면 내 심장박동을 어떠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지기(知己)의 지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수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