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 권하는 냐옹이 Feb 17. 2023

ESG를 이해하는 첫걸음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춰

모름지기 ESG라는 말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ESG가 미디어를 통해 점차 확대되던 초반과 달리 이제 ESG라고 하면 Environmental, Soaicl, Governance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이며, 각각의 단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대략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졌다. 




그런데 이 세 가지를 대략 '어떤 느낌적인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지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둔다면 ESG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 우리 일상과 연관성이 높고 기후나 자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도 그 현황을 비교적 쉽게 파악할 수 있는 Environmental이나, 사회적경제부터 소셜벤처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Social에 비해 Governance는 상대적으로 관심도나 이해의 폭이 더 낮은 게 사실이다(최소한 나는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가치 측정이나 사회문제 관련 리서치 기관인 CSES에서 EGS핸드북 시리즈를 발간한다는 걸 알게 됐다. 기회가 닿아 올해 1월에 발간한 <G in ESG> 핸드북을 접하게 됐고, Governance의 개념부터 ESG에서 거버넌스가 중요한 이유,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플레이어의 활동에 대한 지식을 높이게 됐다.

본 핸드북에서는 Governance를 '지배구조'로 번역하지 않고 '거버넌스' 그 자체로 사용한다. 'ESG 투자'에서 기업을 '소유하고 통제한다'는 의미의 지배구조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만, 지속가능경영과 일반적인 ESG 영역에서 거버넌스는 '기업 운영과 비즈니스의 모든 구조와 체계, 프로세스, 이해관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고 실행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개념상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유라고 할 때는 주주나 이사회 등 기업과 직접적인 연결성이 있는 주체가 떠오르지만, 이해관계나 지속가능성이 연관될 때 해당 기업의 활동이나 결과로 영향을 받는 모든 주체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 개념이 핸드북 내용처럼 '거버넌스'로 전달될 때 왜 G가 E, S와 연관되며 지속가능성을 위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는데, 모순적이게도 자본주의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어느 정도일까. 여전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확실한 개념은 학창 시절 배웠던, 기업의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렇듯 개인과 사유재산을 바탕으로 주주가치를 중요시하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는 환경과 사회문제의 원인이 됐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그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유럽식 이해관계자주의(stakeholderism)다. 단순히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과 유익을 증진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고, ESG의 가치와도 연결된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과연 가능한 시스템인가 싶다. 심리학 도서에서 많이 언급되는 '최후통첩 게임'처럼 두 사람만 모여도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는가. 하지만 인간은 탐욕스러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해법을 찾아가는 지혜가 있다고 믿는다. 그 증거를 책 속에 가득 담긴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활동으로 접할 수 있다.


이렇듯 거버넌스에 대한 역사적 배경, 발전 과정, 사례까지 두루 담겨 있어 ESG 경영 실무를 담당하는 기업 담당자에게는 보물과 같은 책이다. 아울러 ESG 측면에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기관 담당자, ESG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은 창업가나 일반인 모두에게 책상 위에 놓아둘 가치가 있다.


<출처 : svhub.co.kr>




거버넌스와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가 어원에 관한 내용이다. 거버넌스의 어원은 '배를 조종하다’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동사 ‘Kubernáo’에 근간한다고 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를 잘 조종하기 위해서는 배 자체의 크기나 성능, 배의 선장이나 선원 개개인의 역량 등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항해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무쌍한 환경을 잘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로 기업이 가진 자원과 역량만이 아닌 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 요소와 이해관계자와 잘 융합할 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거버넌스는 어제오늘 제기된 개념이 아니다. 거버넌스는 1961년 『독일상법전』에서 이미 논의된 개념이고, 기업 거버넌스가 학문적으로 정의된 건 1984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기업 거버넌스가 정의된 지 약 40년, 40년 간 우리는 많은 경제적 풍요를 누렸지만 그 부작용은 이제 임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40년 전부터 미래를 위해 이해관계와 지속가능성에 비중을 뒀다면 그 멀티유니버스의 2023년은 어떤 모습일까?


한편으로 책을 읽으며 희망을 발견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거버넌스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점점 체계화되고 있고, 이미 환경 분야에서 추앙받고 있는 파타고니아 외에도 ESG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경영과는 거리가 멀었던 소비자나 시민들도 기업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주주로 참여, 불공정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등 거버넌스에 필요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ESG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현상은 아니다. ESG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ESG의 근간이 되는 거버넌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지속가능성을 위한 첫 걸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지트가 필요하다면,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