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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선 Dec 15. 2016

 ‘가:출’

함께 살기, 매일매일이 배움이 삶

 나는 인천 검암 지역에서 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의 줄임말)라는 청년주거공동체에 살고 있다. 한 집에 여섯에서 여덟 명의 또래들이 함께 밥을 먹고, 앞으로 어떻게 삶의 비용을 줄이면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실험하는 곳이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우동사에서는 ‘가출’이라는 공동주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말 그대로 살던 집을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가볍게 시도해보자는 의도에서 ‘가벼운 출발’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3개월간의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함께 살던 친구들과 본격적인 공동주거를 하게 되었다. 성격도 취향도 식성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기에 불편한 점이 많다. 야행성인 사람과 아침형 인간이 섞여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육식파가 있고 나처럼 채식 지향인 사람도 있다. 빨래걸이에 널어둔 빨래를 며칠 때 그대로 일 때, 먹고 난 컵이 테이블에 몇 날 며칠 놓여있는 것을 볼 때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도 있다. 


 이렇게 다른 점들은 서로에게 불편감을 일으키곤 한다. 한번은 오랫동안 여행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방이 너무 어지럽혀져 있었다. 평소에도 룸메이트가 청소를 잘 안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피곤함이 겹쳐서 감정이 폭발했다.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며 혼자 방을 치웠다. 자고 있던 친구가 일어나더니 “좀 있다가 내가 청소하려고 했는데”라며 청소를 거들었다. 우리는 청소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그동안 불편했던 점을 꺼내어 조목조목 따졌고, 그 친구는 내가 그렇게까지 불편해하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다며 앞으로 신경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화가 전혀 풀어지지 않았다. ‘말만 그렇게 하지 별로 달라지지 않을걸’ 하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반응을 살핀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서 이런 삶을 사는 건 함께 잘살아보자고 하는 거 아냐? 청소는 함께 좁혀가면 되는 일이라 큰 문제가 아니고, 청소를 계기로 그런 마음이 사라지거나 미워하는 마음으로 바뀐다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치올라왔던 감정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았다.  


여전히 청소는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제다.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나는 삶을 공부꺼리로 받아들였다. 우리 사이의 좋은 관계를 목적으로 세우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함께 사는 삶은 하루하루가 갈등이고, 그만큼 하루하루가 배움이다. 


* 본 글은 월간 <좋은생각> 12월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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