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배경 속 가치의 대립과 혼성을 중심으로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인물들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다 다른 직업, 성정 등을 가지고 개성적인 사랑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또한 이들에 대한 묘사는 극단적으로 묘사되는 특징이 있는데, 그로테스크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콰지모도나 모든 남자를 매혹시키는 에스메랄다, 주피터의 외모를 가졌다는 페뷔스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학문에 대한 집착을 가진 프롤로 부주교 등이 그 예이다. 이런 극단적이고 다양한 인물들의 특징들이, 어떻게 작품을 관통하는 ‘숭고한 사랑에 대한 표현’에 알맞게 구성된 것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특징들이 대립되는 두 개의 개념과 가치로 분류 가능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에세이에서는 작품 속 인물과 배경의 특징을 이원론적으로 분석해보고, 소설 전개과정에서 대립되는 각 인물들의 특징-가치의 결합이 작품에 어떠한 효과를 주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작품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이 얼마나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알맞은지 알아볼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속의 인물과 공간은 미와 추, 선과 악 그리고 자유와 속박의 대비되는 개념으로 분류시킬 수 있다. 물론, 에코의 서술과 같이 추를 조화나 비례, 완전무결함으로 이해되는 미의 반대 개념으로 볼 수는 없지만 작품의 화자(빅토르 위고)의 미와 추로 분류되는 대상 각각에 대한 묘사를 보면 이를 분명하게 대립시킴을 알 수 있기에 이원론적인 분류에 사용하였다.
먼저 미와 추로 대비되는 대상을 보자. 인물의 외양에 대해서 꼽추 콰지모도를 추의 전형으로, 에스메랄다와 페뷔스는 미의 전형으로 묘사하고 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위고는 작품 전체를 통해 작품 배경속의 파리와 저술 당시의 파리의 건축을 비교하며- 단순히 비교한 것이 아니라 당시(19세기)의 건축물을 비판하고 15세기의 건축이 아름다움을 찬양하면서- 이들을 각각 미와 추로써 대비시키고 있다.
선과 악의 대비 또한 인물과 공간 두 부분에서 보여 진다. 성직자인 프롤로 부주교는 선으로써, 종지기 콰지모도나 집시 에스메랄다는 악으로써 대비된다. 프롤로 부주교는 콰지모도나 동생 장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근거로, 콰지모도는 외모로 인해 심술궂고 뒤틀려진 본래의 심성으로 인해 각각 선과 악으로써 분류하였다. 에스메랄다를 악으로써 분류한 이유는 작품 속 시대(15세기)의 집시에 대한 전반적인 두려움뿐만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저술 당시인 낭만주의 시대에 ‘악마가 모호한 분위기의 청년이나 관능적인 매춘부의 유혹적인 양상으로 나타남의 테마가 불경스러울 정도로 치달았다’ 는 움베르트 에코의 서술에 따른 것이다. 작품 공간의 선과 악의 대비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기적궁이다. 작품 속 공간에 대한 묘사로는-파리 그리고 파리 건축에 대한 전체적인 묘사를 제외하고-기적궁과 노트르담 대성당이 유일한데, 프랑스어로 성모마리아를 뜻하며 신성함과 ‘선’의 특징을 가지는 노트르담 대성당과 범죄자의 소굴이며 ‘악’의 온상의 대표 격인 기적궁은 그 자체로써 대비가 된다.
마지막으로 자유와 속박의 대비를 보자. 작품 속에서 서정시인인 그랭구아르와 집시 에스메랄다는 자유로운 인물로, 프롤로 부주교와 콰지모도는 각각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학문에 대한 탐구 또는 사람들의 추에 대한 박해의 이유로 속박되어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와 같이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인물과 공간의 특징이 이분법으로 나누어짐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인물과 배경의 이원성은 작품이 진행되고, 인물들이 사랑을 하면서 그 구분을 넘나들며 혼성되게 된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진행은 인물들의 사랑과 함께 전개된다. 주인공들의 사랑방식 또한 인물 묘사와 작품 속 공간과 같이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심리학자 A.J.LEE의 6가지 사랑의 분류를 사용하면 더욱 자세히 각 인물의 사랑의 특징을 밝힐 수 있으나 에세이의 통일성과 이후 서술될 ‘대립되는 가치의 혼성’을 위해 두 개의 대립되는 가치로써만 분류한다.) 사랑에 대한 가치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보통 의미가 없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속의 사랑은 화자인 빅토르 위고가 직접 가치판단을 하였으므로 이것을 따라 분류하였다.
위의 기준에 따르면 작품 속 아름다운 사랑은 에스메랄다와 콰지모도의 사랑이고, 아름답지 않은 추한 사랑은 프롤로 부주교와 페뷔스의 사랑으로 분류된다. 빅토르 위고는 에스메랄다가 페뷔스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리고 콰지모도가 사형 집행을 앞둔 에스메랄다를 구출할 때 그 사랑을 아름답다고 직,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에 반해 페뷔스의 사랑의 경우 그의 유희적인 사랑을 비판하면서, 프롤로 부주교의 경우 ‘가장 끔찍한 순간에, 악마의 웃음이, 인간이 이미 사람이기를 그만두었을 때밖에 가질 수 없는 그런 웃음이 신부의 창백한 얼굴 위에서 터졌다’라고 표현하면서 그들의 사랑방식의 추함/ 악마적임을 나타내었다.
이런 사랑을 통해 각 인물들은 이원론적인 구분을 깨고 대비되는 가치와 혼성된다. 미적 아름다움을 가진 페뷔스와 헌신으로서 ‘선’의 특징을 가진 프롤로 부주교는 악한 사랑을 하고, 추한 외모를 가지고 ‘악’의 특징을 가진 콰지모도와 같이 ‘악’의 특징을 가진 에스메랄다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게 되는 것과 같이 단순히 선으로 분류된 사람은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악으로 분류된 사람은 추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들이 혼성되는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이란 공간에 속박되어 있던 콰지모도는 사랑의 진행을 통해 속박을 벗어나고 반대로 자유롭던 에스메랄다는 사랑으로 인해 노트르담이라는 공간에 속박되게 된다. 그리고 선과 악으로 대비되었던 노트르담 대성당과 기적궁은 작품 후반에 기적궁의 사람들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공격하면서 두 공간적 대립이 결합하게 된다.
이러한 대립하는 가치의 혼성으로 작품은 무엇을 얻게 되었는가. 바로 미술의 보색 대비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보색을 배치함으로써 이를 강조하는 것과 같이 대립되는 개념을 한 인물 속에 혼성함으로써 작품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정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갖는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를 관통하는 감정의 코드가 사랑에 대한 숭고함이라면, 콰지모도의 그로테스크함은 이를 더욱 강화시게 된다. 『추의 역사』에서 인용된 레싱의 『라오콘』처럼 다른 감정을 강화하기 위한 요소로서 형태의 추함을 사용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숭고에 대한 실러의 정의
숭고란 우리의 한계를 깨닫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가 모든 한계에서 독립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무엇
를 사용해서 해석해보아도 콰지모도의-그로테스크한-비현실적인 외모는 이것이 얼마나 현실에서 떨어져 있는지 알게 해주지만 그의 아가페적인-헌신적인 사랑은 사랑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서 숭고함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공간 노트르담 대성당, 그리고 15세기의 시대적 배경은 이 대립되는 가치의 통합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 얼마나 관련되어 있을까. 낭만주의는 문학의 자유주의라고 말한 빅토르 위고가 숭고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가난과 같은- 수많은 가치 중에 왜 ‘추’(그로테스크)를 사용하였을까. 사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대답은 알기 어려울 것이다. 위고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품 속의 모든 요소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정했는지, 아니면 그의 천재성의 산물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요소가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하고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의 공간적·시대적 배경과 ‘추’의 사용의 의미는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공간적 배경을 보면, 노트르담 대성당이 고딕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혼성이라는 점이 눈에 띌 것이다. 또한 하우저에 따르면 노트르담 대성당은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이 서로 다른 것을 표현하고 기술은 합리성을 형식원리는 비합리적인 성격을 띠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징이 위에서 설명한 ‘대립하는 가치의 혼성’과 일통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시대적 배경으로는 당시 어떤 묘사의 예술적 가치와 이념으로서의 가치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고방식이 생겨났다고 하니 그로테스크라는 예술적 가치와 숭고함이라는 이념으로서의 가치가 불일치하는 작품의 배경으로서는 딱 알맞은 셈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요 가치로서 ‘추(그로테스크)’가 사용된 이유는 쉽게 유추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움베르트 에코에 따르면 ‘추는 무질서의 정점에 있기에 굉장히 풍부한 현실성과, 그리고 넘치는 에너지들과 그것들 사이의 갈등으로 유발된 어떤 절박함이 존재’한다. 또한 ‘흥미로운 것과 개성적인 것, 또는 그로테스크한 것에 대한 추구는 비극적인 운명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흉측한 자들을 상상하도록 독자를 이끈다.’고 하니 이를 통해 보색 대비효과가 아닌 추 자체로서의 기능은 독자의 흥미를 끌기 위한 하나의 아이템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하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주제 ‘숭고에 대한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립되는 가치들을 혼성시키며 보색 대비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또한 시대적·공간적 배경과, 추의 사용 또한 위의 가치의 혼성이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분명, 작품속의 이분법의 효과가 혼성에 의한 대비효과 뿐은 아닐 것이다. ‘인간의 보편적인 사고와 행위는 있음과 없음, 선과 악 같은 이분법적인 사물인식에 기조하고 있다’라는 내용을 대입한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제 강조를 위한 방법으로 다른 결론이 나올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헴릿』과 같이 상반되는 개념과 가치들을 대립시킴으로써 우리의 사고와 행위의 본질을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결론일지도 모른다. 문학과 예술은 과학처럼 모든 분석에서 같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상반되는 결론을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고전문학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상상력과 문화>수업 발표 때, 그리고 지금 이 에세이를 쓰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를 각각 사랑과 이원론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필자가 얻은 것은 각 방법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방법으로 분석해 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었다. 아무쪼록 이런 경험이 다른 문학작품으로도 계속 이어져 본인의 사유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움베르트 에코, 『추의 역사』, 오숙은 역, 열린 책들, 2008.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백낙청 역, 창비, 2016.
아르놀트 하우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3』, 염무웅·반성완 역, 창비, 2016.
윌리엄 세익스피어, 『햄릿』, 최동철 역, 민음사, 1998.
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1, 2』,, 정기수 역, 민음사, 2005.
박세환, <the color wheel of love(1)>, 2016.12.07., <https://brunch.co.kr/@geistesfurst21/2>, 2016.12.19.; <the color wheel of love(2)>, 2016.12.07.,<https://brunch.co.kr/@geistesfurst21/3>, 2016.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