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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Sep 17. 2020

코로나 소강상태를 틈타 다녀왔던 1박 2일 빅토리아

코로나 시대의 여행 (1)

애초에 나의 워킹홀리데이 목표는 단 두 가지, 영어 그리고 여행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날이 풀리는 봄날에 아무것도 못 한 것이 아쉬워서 코로나가 약간 잠잠해졌던 여름에는 가까운 곳으로 열심히 놀러 다녔다. 처음으로 1박을 했던 건, 여름날의 빅토리아. 지금은 토론토에 사는 친구가 워킹홀리데이를 보냈던 곳이고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그 친구가 캐나다에 살고 싶어지도록 만든 동네가 궁금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밴쿠버에서 빅토리아는 당일치기로도 다녀온다고 하지만, 나는 뚜벅이인 데다 아주 많이 서두르고 싶진 않아서 1박 2일을 택했다. 결론은, 1박 2일도 약간 아쉽다. 좀 더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던 빅토리아.


BC주 의사당의 야경과 밤 분위기만으로도 1박의 가치는 충분했지


싼 호텔로 잡았다고 잡았는데 의사당 바로 옆이어서 오가며 아주 많이도 보았던 BC주 의사당. 소문대로 예뻤고, 솔직히 이 뷰 하나 보러 빅토리아 온다고 해도 인정. 밴쿠버와는 또 다른 분위기에 마음이 들떠 사진을 잔뜩 찍었다. 날씨도 반짝반짝, 아주 좋았다네.



여행 루트는 심플했다. 딱히 관광지를 가고 싶은 것은 아니어서 Butchart Garden은 포기(뚜벅이로 가기엔 약간 멀었다). 도착하자마자 유명한 피시 앤 칩스를 먹었고 다운타운을 걸으며 동네 구경을 했다. 친구의 친구가 일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Dallas road로 바다를 보러 갔다. 같은 태평양인데 밴쿠버와는 또 다른, 파랗고 진하고 깊고 거친 바다가 반가웠다. 절벽 아래에 넓디넓게 펼쳐진 바다를 한동안 바라보았는데, 지금 바다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인데도 정말 오랜만에 바다를 만난 기분이라 마음이 벅찼다. 

여기서 바라보는 선셋이 참 예쁘다던데, 그럴 것 같았다.



한동안 바다를 보고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설명하자면 이 한 줄이 다인데 정말 재미있었다. 바다 최고 최고 자연 최고 최고 여행 최고 최최고



저녁에는 1박 하길 잘했다 싶은 뷰를 바라보며 친구의 친구와 같이 바에서 술을 한 잔 했지. 여행을 같이 간 친구도 사실 원래 알던 친구의 룸메로,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된 사이라 '친구 친구 여행'이라고 속으로 혼자 이름을 붙였다. 웃기게도 두 사람을 소개해준 나의 두 친구 모두 MBTI 과몰입자였는데, 더 웃기게도 우리 셋 다 ENFP였다. 서로의 친구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토론토 친구와는 영상 통화도 했고 MBTI 얘기도 신나게 하면서 그날 저녁을 보냈다. 1박 하길 진짜 잘했지.



둘째 날은 알차게 다운타운을 돌아다녔다. 유우우우우우명하다는 Blue Fox에서 에그 베네딕트와 프렌치토스트를 먹었고 (기다릴 가치가 있는 맛이었다.) Russell Books에서 한참을 책과 굿즈 구경을 하다가 스누피를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 선물을 샀다.(마침 그날이 생일이었지.) 친구가 존맛이라고 추천해주었던 맞은 편의 Crust Bakery에서 디저트를 왕창 사고(스모어 비주얼에 홀렸지만 너무.... 너무 달았고, 크렘 브륄레가 진또배기) 또 친구가 추천해준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의사당 앞에 피크닉 매트를 펴고 앉아 노래를 들으며 디저트를 먹었다. 


와, 이렇게 별 거 없는데 이렇게 즐거워도 되나. 잔뜩 신나 돌아올 땐 거의 파김치가 되었지만 떠나기는 아쉬웠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한껏 기대했는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즐거웠고 행복했던 빅토리아 여행. 이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 적어둔 메모들을 나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종종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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