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혼다베이 가는 길(둘째 날 오전)
"어쩌지? 필리핀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
여행기간 필리핀 전역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위성영상까지 찾아서 날씨를 확인했다.
"일단 가서 생각해보자.. 동남아는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맑아지기도 한대.."
여행이 엉망이 될까 봐 걱정하는 나와 달리 누나는 쿨하다..
걱정해봐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여행 전에는 항상 날씨 걱정을 하는지..
숙소에서의 아침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비가 줄기차게 쏟아지고 있다. 비행기 탑승 후 잊고 있었던 일기예보가 비를 보고서야 생각났다. 결국 걱정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한 빗소리가 좋아 테라스에 앉아 한동안 여유를 즐겼다. 아마도 여행 그 자체가 나에겐 즐거움이었나 보다.
하늘도 그 마음을 읽었는지 그냥 맘껏 즐기라는 듯 비는 잠시 후 그쳤고, 조카들은 우리의 여행운은 최고라며 자신들이 경험한 여행들이 모두 안 좋은 날씨를 잘 피해 왔다며 한참을 즐거워했다.
우리의 첫날밤을 책임진 숙소는 입구에서 본 모습과는 달리 정원도 있고 입구를 지키는 경비도 있는 나름 잘 관리된 숙소였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잠자는 공간 이상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공항에서 10분 남짓 거리에 있고 시청도 가까워서 시내라고 생각하고 예약했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아무것도 없다. 꼭 시골마을에 온 느낌이었다. 저녁에 왔다면 그냥 숙소에만 있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처럼 잠만 자고 바로 이동하는 경우에 적합해 보였다.
란소네스의 발견
비가 그친 뒤 산책을 겸해 숙소 주변을 둘러보았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들은 없었지만 주변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열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열대지방임을 확인시켜주듯 작은 동네 상점이지만 과일 종류는 대형 마트와 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러 과일 중 처음 보는 과일이 있어 물어보니 '란소네스'라는 과일이란다. 맛이 궁금해 2천 원어치를 샀더니 봉지 가득 담아준다. 귤처럼 껍질을 까서 먹으면 되는데 보기와는 달리 달고 맛있어서 한번 먹고 반해버렸다. 먹기도 편하고 맛도 좋은데 왜 수입되지 않았을까?
란소네스는 반드시 맛봐야 할 과일이다
란소네스는 말레이시아가 원산지이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랑삿(Langsat)으로 불린다. 영양도 풍부해서 껍질과 줄기는 약용으로도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한다면 란소네스는 반드시 맛봐야 할 과일이다.
상점 중 한 곳은 여러 종류의 쌀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개별 포장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무게를 재서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TV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필리핀의 경제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혼다베이 가는 길
우린 아침을 졸리비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왔다. 졸리비는 필리핀의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으로 롯데리아 혹은 맥도널드 같은 체인점이다. 필리핀 곳곳에 있는 데다 햄버거, 치킨뿐만 아니라 밥도 함께 나오는 메뉴도 있어서 필리핀을 여행할 때 한 번쯤 이용해볼 만하다.
혼다베이 선착장은 공항에서 차로 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공항에서 멀지 않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항 근처에 숙소를 잡고 혼다베이 호핑투어를 하고 오기도 한다. 우리가 아침을 해결한 졸리비 팔라완점에서는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우린 아침에 비가 내린 탓에 배가 운행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아침을 천천히 여유 있게 즐긴 후에 출발했다.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국지성 폭우가 잦은 필리핀에서는 아침에 잠깐 내린 소나기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행 참고
1. 팔라완에서의 운전
팔라완은 공항 인근이 가장 붐비는 곳이다. 공항에서 10분 정도만 벗어나면 도로도 복잡하지 않고 차량도 많지 않아서 운전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다만 불법 유턴을 심심치 않게 하는 툭툭이들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