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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여 Mar 21. 2022

출근길 휴대폰 대신 책을 보는 이유


출근길 죽상이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오르고 때로는 의지가 서리기 시작했다.

출근길에 읽는 책 덕분이다.




나는 원래 책을 좋아한다. 책을 지지리 싫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책이 좋아져 몇십 권씩 읽게 된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책은 집에서나 한 번씩 들여다보는 정도였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너무 재밌는 게 아닌가. 그래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졌고 점점 마지막 장이 다가오는 게 아쉬울 지경이었다. 언제는 지하철에서 내려 카드를 찍기 직전까지 책을 놓지 못한 적도 있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마치며 출근길에 휴대폰 대신 책을 들여다보는 게 익숙해졌고 누군가 재밌다더라- 한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읽는 책들이 늘어날수록 몰입하는 일이 몸에 익기 시작했다. 지하철이 흔들리던 시끄럽던 눈앞의 텍스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책의 내용을 잘 파악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시간은 내게 일시적인 해방감까지 안겨 주었다. 마치 영화관에서 스크린 속에 빠져드는 것처럼 말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펴는 순간 나는 골치 아픈 일이나 막막한 고민처럼 나를 괴롭히는 것들로 자유로워졌다. 월요일이 되면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며 애써 주말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월요일과 출근의 존재 자체를 잊은 채 지금 눈앞의 것들을 완전히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해방이 아닌 회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피면  어떤가? 책은 긍정적인 회피 수단이다. 아침부터 부정적인 말들이 가득 쓰인 마음속 노트를 읽는 것보다 말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미국의 한 조교사가 마약사범들에게 말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주는 과정을  에세이를 보는  훨씬  재밌고  정신건강에도 좋으니 말이다. 그래서 출근길에 책을 읽으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와도 기분 좋게 내릴  있었다. 한번 달리고 나면 굳었던 몸이 풀리는 것처럼 머릿속도 리프레시되니까.


숙제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는 날도 있다. 하지만 책을  장씩 넘길수록 묘한 성취감을 느끼며 책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한다.




나의 출근길을 알차게 만들어준 책들을 뽑아봤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출근길 책 읽는 즐거움을 전할 수 있기를.


소설 <채공녀 강주룡>

한국 최초로 고공 농성을 펼친 여성 노동자, 강주룡에 대한 실화 소설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북한의 강계 지역에서 태어나 독립운동에 노동운동까지 참여했다. 지금보다  가부장적이었던 사회임에도 주체적인 삶을  그녀가 존경스럽고 삶의 궤적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처음에는 북한말이 낯설었는데 어느새 편안히 읽는 나를 보며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 갈라져 살고 있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빠른 전개와 생생한 캐릭터로 흡입력 있는 작품이다.


에세이 <하프 브로크>

작가의 직업은 말을 다루는 조교사다. 우연한 계기로 형기를 마칠 때까지 농장에서 일하게  죄수들에게 말을 다루는 법을 가르치게 된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반성 끝에 다시 일어서려는 이들과 상처받았지만 인간에게    기회를 주는 말들의 이야기. 말이 이렇게 예민하고 영민한 동물인 줄은 처음 알았다. 풍경과 인물에 대한 세심한 묘사 덕분에 나도 일원이   깊이 공감할  었고 꽤 여운이 길었던 작품.


자기 계발서 <왜 일하는가>

삼성이 10년간 신입사원에게 추천한   권의 책이라고 한다. 작가는 망해가는 회사에 입사해 회사를 일으키고 본인 사업을 시작해 일본 경영계의 전설이  인물. '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성공했다!' 이야긴데 뻔하지 않고 재밌었다. 마구마구 팩폭을 날려서 아프지만 동시에  멱살을 잡고 같이 일하자고 응원해주는 느낌.


인문사회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촛불을 들었고 세계가 감탄한 정치 민주주의를 이뤄냈다. 하지만 사회, 경제, 문화 면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럴까? 나치를 청산하고 성공적으로 통일했으며 사회 전반에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독일의 사례를 살펴보며 한국 사회를 분석하는 . 읽을 때마다 놀랍고 공감이 가서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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