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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여 Mar 02. 2022

제주도 빗소리

괜히 잠들기 아쉬워 침대에 누운 채로 휴대폰 앨범을 뒤졌다. 그러다 발견한 작년 여름 제주에서의 기록. 휴가 첫날, 우리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포도호텔이라는 곳에서 1박을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꼭 포도송이처럼 생겨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했다. 짐을 풀고 얼마 되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행을 가면, 그것도 제주 같은 휴양지로 여행을 가면 비는 늘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신기하게 그날은 굵어지는 빗줄기가 밉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객실 앞 작은 정원 너머가 보이지 않을 만큼 뿌옇게 낀 안개,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짙어지는 잔디 냄새, 툭툭 비칙적으로 나는 빗소리까지- 여행을 오느라 바쁘고 설렜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오히려 좋았다. 


빗소리


겨우 세음절에 불과하지만 가끔은 쉬운 단어도 어색해 보일 때가 있으니까. 그래서 네이버에 '빗소리'를 검색했더니 연관검색어로 '제주 빗소리'가 나왔다. 뒤이어 아이폰 빗소리, 빗소리 야영장, 빗소리 asmr 등이 떴고.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 사람들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모닥불 영상을 본다고 했다. 별 거 없이 정말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나. 그럼 모닥불 영상처럼 사람들이 빗소리를 찾아 듣는 걸까?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휴식처가 되어주는 제주의 빗소리를 찾아 듣는 건가, 제주도 빗소리는 좀 다른가? 이런 생각을 하며 참 낭만적이다 싶었다. 다음날 출근을 앞둔 직장인의 가슴에 설렘이 잠시 스몄다.


설렘은 찰나였다. 김이 팍 샜다. 사람들은 제주의 빗소리를 찾아 듣는 것이 아니었다. 제주도 구좌읍 김녕에 위치한 어느 일식당이 이름이 다름 아닌 빗소리였다. 그것도 튀김이 특히 맛있기로 유명한. 


노릇노릇한 튀김을 연상시키는 가게의 노란색 지붕도, 잘 튀긴 튀김을 먹을 때 나는 소리를 빗소리라고, 낭만적으로 표현한 가게 주인의 센스도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제주 빗소리는 다음에 들리기로 하고 

여름날  제주에서 쏟아졌던 진짜 빗소리나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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