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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철 Feb 18. 2024

말하는 것은 모두 ‘제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떻게 통신 3사와 Deal을 성공했을까?

안녕하세요. 채널톡 사업개발 매니저 문희철입니다. 작은 기업과 일할 때는 '말'로 결정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빠르게 결정해야하고, 제안에서도 속도가 생명인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다릅니다. 그들은 '문서'로 말하고 결정합니다.


개념 압축, 큰 기획을 주도하는 일잘러는 ‘일이 되게 하는 글’을 잘 쓴다.


지난 2년 동안 채널톡 사업개발로 일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SKT, LG U+ 등 여러 대기업 파트너들을 만날 일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제가 느낀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쓰지 못하면 기억될 수 없고, 대기업일 수록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 없다



카운터 파트로 만나는 각 기업, 각 부서에는 이른바 ‘일잘러’들이 있습니다. 별처럼 빛나는 그 분들께 일하는 태도와 크고 작은 스킬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미팅 중 나온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기획 문서로 압축하는 글쓰기 역량이었어요. (사실 말 못하는 분은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다 잘합니다. ^^;;)

저도 나름 논술 강사, 에세이 작가, 정부과제 등을 많이해서 자신있는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기획 라인의 ‘개념의 압축’은 정말이지 신박한 영역이었습니다.
그게 도대체 뭘까요?


'개념압축’이란, 의사결정자를 위해 내용을 재구성하는 역량

▶ 왜 해야할까?

내부든 외부든 미팅을 하다보면 정말 온갖 아이디어들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파트너사 간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록 대화를 하면서 ‘발산’된 개념들이 마치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진주들처럼 늘어지게 됩니다. 각각은 모두 빛나는 보석 같지요. 하지만 모두 ‘빛나기만 할뿐’ 꿰어지지 못한 구슬은 보배가 될 수 없죠.

이렇게 개념들이 흩어져 있으면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시간이 가장 비싼 자원인 리더십 레벨에서 컨펌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직접찍은 귀여운 고양이로 관심을 환기해봅니다.

▶ 어떻게 할까?

일잘하는 ‘선수’들은 속기록을 미팅 노트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팅 내용에서 중요한 내용만 발라내어 결정권자가 원하는 정보와 배경-제안-기대효과 등으로 재구성해서 정리합니다.


즉, ‘발산’ 된 아이디어를 ‘수렴’시키는 겁니다. 당연히 처음부터 쓰지 않고, 이 과정에서 파트너사 / 회사 내부와 대화하며 ‘중요한 관심사’, ‘가능한 제안 여부’를 탐색합니다.


잘 쓰면, Deal의 속도를 공격적으로 당길 수 있다. 

▶ 안쓰면 딜은 부러진다.

이 부분은 제 경험인데요. 채널톡 AI 전화 구현을 위해 SKB, KT, LG U+ 등 주요 통신사로부터 VOIP 회선을 공급받아야하는 우리 측 니즈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최초 접촉 후 1년안에 원하는 물량과 단가대로 공급받았죠)

그런데 B2B 엔터프라이즈 딜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항공모함이 움직이는 것처럼 하나의 시도는 오래 걸리고, 대부분 기각됩니다. 우리(실무자)끼리는 모두 뭐가 중요한지도, 왜 중요한지도 압니다.

실제로 USS Enterpirse 급 항공모함, 급선회하면 위험하니 신중하겠죠?

하지만 각 회사에게는 중요한 사정과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고, 특정 실무자나 채널톡의 필요를 근거로 무작정 ‘해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좀 더 각 파트너사의 상위 목표와 우리의 제안이 부합함을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 설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문서’로 이루어집니다.


▶ 상대 선수와 대화하고 그를 도와라.

이거는 제 강연 장표 마지막인데, 보통 이것보다 압축해서 원본으로 줍니다.

대기업 측 선수는 개념 압축도 잘하고, 이를 말로도 특히 글로도 잘 구성 합니다.(이른바 ‘기획통’이죠)

그런데 이 기획 선수도 ‘우리 쪽 사정’에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팁을 몇 개 드리자면  


-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깊고 잦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상호 결제라인(리더십)의 관심사와 중요 과제를 파악하는 겁니다.

- 그쪽 ‘선수’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으면 문서는 제대로 안나옵니다. 형식만 갖춘 이상한 문서가 됩니다.

- 저는 이때 가급적 상대 측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1) 지표를 정리, 2) 아이디어를 제안, 3) SaaS 시장 동향 등을 정리해서 줍니다.

기왕이면 보고하기 좋게 이메일에 불렛으로 찍어서 드립니다. 그렇게 하면 내부 회람이 되면서 참조 받는 중간 리더급까지는 금방 배경을 이해하게 됩니다.



마지막 리포트 압축 과정에서 상대 측 선수들에게 감탄한 적이 많습니다. (본사 기획 부서 분들의 실력은 진짜 놀랍습니다. 늘 배웁니다.)
이 ‘기획통’들은 훗날 임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약하자면,

A. 말하기만 하면 아이디어는 형해화되고, 중요하고 큰 딜일 수록 결정이 안된다.

B. 상대와 우리 측 리더십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로 격상 시키려면, ‘문서화’ 되어야 한다.

C. 문서화 과정에서 파트너와 지속 소통을 하고, 원하는 내용을 원하는 형식대로 가공해서 전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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