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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르멘 Nov 18. 2024

이기적으로 살아라

후배와의 대화(1)

<모두가 나에게 호의적일 순 없다>

이 명제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아파트 키즈카페에서 아이의 어린이집 형들을 만났다.

둘은 7살, 5살 형제였는데 7살 형아가 아이에게 같이 놀자고 제안했다.

원래도 형, 누나들을 좋아하는 아이는 신이 났다.

1시간 내내 엄마아빠도 안 찾고 형들 뒤만 졸졸 쫓아다니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놀았다.


고맙게 보고 있자니 신기하게 형제의 기질이 보였다.  


7살 형은 관대하다.

나이차가 나서 그런지 유독 배려가 있다.


5살 형은  다음은 꼭 나여야만 하는 아이다.

다른 동생을  챙기는 형의 모습에 질투하고,

형 다음 자리는 본인이 앉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5살 형아한테 밀려나는 모양새가 종종 보였다.


그렇다고 내가 우리 아이에게

"큰 형아 하고만 자"라고 할 수 있는가?

할 수야 있지만 맞는 말인가?


아니다.

비록 4살 난 아이이지만, 세상 모두가 내 아이에게 호의적일 순 없다.

앞으로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 과정에 성장이 있다.


모두가 나에게 호의적일 필요도 없지만,

 사실을 너무 불편해할 필요도 없음을

깨닫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상처를 잘 치료할 수 있는 해독제를 스스로 길 바란다.


비호감, 비호의는 우리 인생에 필연적이니.

 



평소에 본인이 "너무 착해서 손해 보는 것 같다"는 후배가 한 명 있다.

후배는 "언제부턴가 남의 시선과 생각을 너무 의식하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혹시 나를 누가 우습게 보나,

남들은 왜 내 평화로운 마음에 상처를 주는 걸까,

반칙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득을 보는 세상이 되어버린 걸까 하고 속이 상하고 때론 분개한다.

 

후배는 생각이  많다 보니 그 생각이 독이 되어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드는 듯 보였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과하게 의존하는 경향성을 품고 있었다.


내가 답을 줄순 없겠지만, (애초에 정답도 없다)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뿐이었다.


"그냥 좌우로 왔다 갔다 거리면서 사는 거죠 뭐.

본인의 좌표를 찾으면서.

남의 시선 의식하다가, 아냐 이거 아닌 거 같아, 깨달으면 시선을 돌리잖아요.

왔다 갔다 하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문제 될 거 있나요? "


그러면서 최근 든 나의 무지한 생각도 들려줬다.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회사에 만들면서 너무 과하게 편의를 요구하는 직원이 있다.

규정집의 글자 하나 바꾸는 데에도 도움을 준 적 없이 제도의 혜택만 누리면서.

그래때론 '손 안 대고 코 풀었으면서 진짜 너무하네. 내가 남의 좋은 일까지 처리해 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근데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무의미하다.

그게 나에게 득이 되는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생각을 멈춘다.


그냥 과거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발전했고,

그 발전의 방향이 맞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남이 어떻든 상관없이.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나는 이기적이다.

착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다.

나는 철저히 내가 중요하고, 내가 먼저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득 되는 생각만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남과 하는 비교는 내가 불행해지는 지름길이고,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는 것만이 나에게 득이 되는 길이다.


그래서 후배에게 덧붙여 말했다.


"남과 비교해서, 남을 의식해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게 아니에요.

철저히 나에게 득이 되는 생각, 나에게 도움이 되는 편을 드는 게 이기적인 거죠.

그게 나쁜 건가요?

오히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거나 비교해서 생기는 부정적인 생각은 이타적인 결과물이죠.

근데 그건 착한 게 아니에요. "


또 이렇게 갑자기 오지랖을 1인치 넓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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