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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0대, 30대 한번씩은 여행 가야 하는 이유

푸껫 10일 워케이션을 다녀와서

by 프리케터 진

줄곧 동경해 왔다.

여행을 다니며 자유를 누리는 사람들과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구독자에게 간접경험을 선사하는 사람들을.

그들은 어디서나 일하는 것처럼 보였고 어디서나 즐거워 보였다.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에서 야근하며 새벽까지 일하는 모습보다는 분명 더 나은 삶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항상 '더 많이'만 외쳐왔던 나는 그간의 내 경험이 몹시도 적어 보이기만 했다.

지금에 와서야 프리랜서나 디지털노마드 생활 역시 힘든 점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불안정한 수익에서 기인하는 생활은 언제든 나를 다시 회사로 돌아가게 만들 수 있었기에, 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하나씩 부숴나갈 필요가 있었다.


해외로의 워케이션은 프리랜서 친구가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면서 계획되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여행이라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만족하길 바랐던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할지 가끔 걱정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냥 단순히 나를 알아갈 기회라고 생각해서 꼭 함께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서 힘들어도 재미있어도 나에게는 모두 값진 경험일 것이라고.

해외여행도 익숙하지 않고 워케이션은 더더욱 국내에서 몇 번 다니면서 불안했던 나였기에 이번 여행은 '나갈 수 있을까?'를 증빙하는 챌린지였다.


내가 정말 그래도 될까?

프리랜서지만 한없이 불안한 내가? 별거 아닌 내가? 내 브랜드도 없는 내가? 갔다 와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더 일에 집중해야 하는 거 아닐까?


비행기는 내 걱정이 무색하게 정말 간단히 이륙했다.




― 태국 푸껫으로


20대 때 여행을 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시력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다가오는 느낌도 다 다르다.

대학생 때 해외에 나갔을 때는 모든게 다 궁금했던 것 같고, 해외에서 사는 사람들이 신기하고, 노을이 지거나 동물들을 보거나, 이동수단의 색과 모양이 한국과 다른 것 등 모든게 다 특이하게 다가오고 아름다워서 멍 때리면서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솔직히 그렇진 않았다. 그 대신에 외부에서 보다 내부에서 느껴지는 것에 더 많은 감정들을 느꼈다.


해외에서도 한국에서와 비슷하게 나의 루틴을 지킬 수 있을 때의 기쁨

제주도에서 가족과 했던 스노클링을 푸켓에서 친구들과 하면서 느낀 익숙함과 그리움

시밀란 섬에서 자유시간에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과 쓰레기들을 모아 처리하는 태국 사람들과 함께할 때 다시 생각하게 된 봉사의 즐거움

가족들을 데리고 와봐도 좋겠다고 생각되는 곳이 쌓여갈 때의 행복함

더 물가가 싼 곳의 이곳저곳을 발견하는 재미 (돈 없을 때 여기 오면 아낄 수 있겠다 싶은 가능성을 발견할 때 :D )

버킷 리스트를 하나 부쉈다는 쾌감

혼자 낯선 길을 산책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통화할 때의 생소한 감각과 소중함

트레이너 선생님과 영어로 1:1 헬스 트레이닝을 받고 요가를 할 때의 성취감과 개운함

이 경험이 정말 좋다고 같이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때의 감사함

저녁에 혼자 오롯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을 때 일기를 쓰면서 느낀 고요함

한국과 서른 초반에 해야 할 보통의 것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를 인지할 때의 또렷함

내 기억과 취향에 연관된 감각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때 나는 20대 때와는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게 내가 경험한 30대 때 여행이었다.


종종 서울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환경에서 체력이 다소 고갈되었던 적도 있었다. (레벨을 점점 높여가면 언젠가 더 척박한 곳도 괜찮을 것 같음)
예전이었다면 우악! 힘들당!! 하면서 엉덩이 깔고 앉아서 모래 묻히고 누워있었을 텐데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혼자 해외에서 동떨어져서 미아가 되면 어쩌나 무서웠던 것일지도!


그래서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운동하거나 잠을 자거나 조용히 할 거하거나 하면서 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런 시간들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또 하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나의 가족이나 연인, 절친들과도 같이 여행 가고 싶다."

소중한 사람들의 사진을 가득가득 찍어서 남겨주고 싶다.

그리고 셀카봉이나 거치대도 가져가서 같이 사진도 많이 찍어야지.

혼자서도 예쁜 각도로 많이 찍을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 살도 더 빼고 내가 예쁘게 보이는 각도와 표정도 연구해야겠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어서 나는 그 때 몰랐던 내 표정이나 감정들이 사진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평온한 마음 상태였었는데 얼굴이 너무 침착해서 우환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던가, 뭔가에 집중할 때 입을 앙다무는 습관이라던가, 같이 있는 사람들과 이제보니 훨씬 더 재미있게 놀았었구나 하는 생각이라던가 사람들이 나를 많이 챙겨줬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들까지 모두 사진을 정리하며 한번 더 알게된다.


조금 더 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많이 찾아가는 여행도 해보고 싶어졌다.

마사지나 액티비티, 명상, 요가 등을 통해서 나를 조금 더 찾고 먹을 것은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당히 먹으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게 나에게는 맞다는 것을 찾았다.






― 나에게 맞는 여행은 가봐야만 안다


"네 여행스타일은 어떻게 돼?"

나는 이 질문을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 여행 스타일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다른 프리랜서 친구들은 '많이 해봤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답변을 하는데 내 대답은 항상 이랬다.

"아직 잘 모르겠어"


10일간 푸켓 워케이션을 다녀온 후

그동안은 한 달 살기를 동경해 왔었지만 해외에서는 10일도 충분히 길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혼자 오면 일주일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다. 나는 목적이 여행이 되면 안 되고 일이 되었을 때 그 이상을 머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받은 것으로 충분히 일하면서 해외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비즈니스 트립을 가거나 미팅을 위해서 해외를 방문하는 워케이션이 장기전이 되는 것은 좋지만 그게 아니라 단순 '여행'을 위한 여행이라면 10일도 길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14일 정도를 한번 더 여행 나와볼까 싶기도 하다.
다음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외 클라이언트 들과 업무를 하는 비중이 생기게 되면 나는 해외를 나가는 것을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푸켓에서 한국 클라이언트 들과 미팅을 할 때 한국이 살짝 그리워졌던 것처럼

한국에서 해외 클라이언트 들과 미팅하면서 업무를 위해 나가게 된다면 그때는 좀 더 자연스럽게 해외 나가는 것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이번 워케이션에서는 work(4) + vacation(6) 정도의 비율로 업무량을 조정하고 갔다.

Vacation 이 조금 더 컸다. 휴가를 즐기고 싶었던 마음도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오랜만에 나온 해외여행인데 통신이 잘 터질 것을 걱정하면서 멀리 나가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미팅 때문에 위치 선정을 전체적으로 와이파이가 잘 되는 곳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고 하루 내내 멍 때리면서 다음날 걱정 없이 리프레시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할 때 나는 '일만 잘할 수 있는 곳이면 돼!' 라고 생각했다.

프리랜서 친구들도 일을 하기 때문에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곳으로 너무너무 잘 준비해 줬고 그게 충족된 나는 딱히 내가 가고 싶은 다른 장소나 프로그램을 찾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자기가 가고픈 곳을 찾게 되면 힘들 것 같아서 아예 나는 팔로워가 되어야지 생각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푸켓 공항에서 생각했다 '아쉽다, 푸켓을 더 많이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어서 하는 여행은 앞으로 그냥 Vacation 이어야겠다.'

휴가는 휴가로 갔을 때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체력 고갈이 빨랐던 이유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일도 일을 잘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압박감.

내일을 위해 빠르게 자야겠다는 생각.

이야기를 나눌 때도 일이 머리 한편에 있으니 몇 시에는 들어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는 나의 40% 정도를 봉인해제 하지 않았다.


일이 꼭 있어야 한다면 아예 일의 비중을 7로 하고 vacation이 3정도일 때 훌륭한 비즈니스 트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을 주된 목적으로 갔을 때 틈틈이 좋은 곳을 찾는다면 그냥 길에 있는 따뜻한 분위기의 작은 카페나 서점을 찾아 앉아서 쉬더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을 한다면 아예 머리에서 일 버튼은 OFF 하고 노는 버전으로 가야겠다고 느꼈다.


지금 한번 더 물어보면 이제 조금은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여행 스타일은 어떻게 돼?"

각자의 여행 스타일을 아래 적어보기를.

나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여행이 좋더라.



ps. 나의 여행 스타일
- 비즈니스트립 or 워케이션이라면 Work(7)+Vacation(3)
- 휴가라면 Vacation(100)
- 액티비티형 + 관찰형 + 힐링형 : 요가, 명상, 운동,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건축물이나 미술품 구경하기 (역사가 깃든 장소나 미술품 | 그 나라의 특색있는 문양 | 건축물 연구 ), 과일이 싸고 단 나라에서는 생과일 많이 먹기, 마사지 받기, 피부관리받기, 드라이브 or 관람차나 기차에서 풍경 구경하기 등







― 내가 살고 싶은 모습대로 일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삶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여행하는 모습은 크게 바뀐다.

어디서나 어느 때나 일해야지 생각하면서 나는 출근을 최대한 줄이는 형태로 업무 환경을 바꿨고, 이번에는 아예 미팅까지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어디를 가든 그곳의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내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싶다.

출근도 없고, 미팅도 없고, 와이파이 없어도 나 혼자 아이디어로 콘텐츠나 글을 구상하고 마감일만 맞춰서 보내면 되도록.

특히 국내든 해외든 내가 평소 있던 곳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온라인 미팅이 버벅거릴 수 있다.

와이파이 속도가 빨라도 미팅이 잘되느냐는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미팅이 주된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업무가 메인이 되도록 바꿔야겠다 생각했다.

그동안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출근을 줄였다면

이제는 프리랜서에서 정기 미팅을 줄이고 '생산자'가 되어야 할 단계다.

그리고 이 단계가 가장 힘든 것 같다.

하나를 넘으면 또 더 높은 계단이 나오는 마치 그런 그림처럼 한없이 높아 보이는 길.

그렇지만 넘고 나면 또 별거 아니겠지.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한 사람들의 계정을 찾아다녔다.

사실할 수 있다면 SNS를 아예 안 하면서 내 것만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꽤 먼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만약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나는 진짜 별거 아닌 사람인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이건 살아남으려면 해야 해' 다잡기도 했다.

내가 좋게 생각하는 계정들은 모두 자신의 업무 스타일이 명확했고 자신의 업무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있었다.

브랜딩이나, 로고 & 캐릭터 디자인 같은.

나는 내 것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새로운 계정을 또 만들어야 하나?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여행을 다녀오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가 더 명확해 지고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일이 그 방향에 맞는지 점검을 하게 된다.

때로는 탁상공론 하고있는 것보다 한번의 실행이 앞으로의 매순간을 임팩트있게 바꿔놓는다.





― 같이 떠나는 사람도 중요하다.



한국에서 출발할 당시에는 아예 혼자 떨어져서 다닌다는 생각도 못했다.

내가 그간 해왔던 여행은 단체여행이었다.

회사에서는 그룹을 이탈하면 안 되는 워케이션을 갔고, 친구와 함께 다닐 때는 현지를 더 잘 아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이드처럼 따라다니는 여행이었다. 어학연수 때는 같이 간 사람들과 돌아다니거나 현지인 친구들과 함께 돌아다녔다.

혼자 어딜 빠지려고 하면 '왜~ 같이 가자 진솔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

나는 당연히 여행은 '혼자'가 아닌 '같이'가 디폴트라고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이번 여행은 기존의 여행과는 결이 달랐다.

다들 포스팅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찍어야 할 영상이 있었고 가야 할 공간이 있었다.

개인플레이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라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찾아보았어도 되었겠다 생각했다. 단체로 왔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는 여행이라니. 프리랜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정말 달랐다.

그리고 또 좋은 점은 모두 다 사진을 잘 찍어서 사진함을 보면 나는 못봤던 것을 다른 친구들이 다 담아준다. 그래서 그사람의 시선을 한번 더 볼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 가에 따라서 같이 하는 사람도 달라질 수 있다.

프리랜서 친구들과는 따로 또 같이 하는 특색 있는 여행을.

직장을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이나 가족, 가까운 사람들과는 서로 챙기면서 꼭 붙어 다니며 추억을 쌓는 여행을.

그렇기에 내가 어떤 여행을 가고 싶은가를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어떤 여행 스타일이 맞지? 그리고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이번 여행을 함께하고 싶지?

모두 다 나를 잘 알아야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다.




― 여행이 끝난 후


여행이 끝난 후에 나는 회복이 필요하다.

한국에 귀국하고 나서 나는 다소 지쳐있었다. 100% 해야 할 일을 80% 정도로 최소화하면서 그 시간과 에너지를 여행에 사용하기도 했고, 나 혼자 집에 있는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동안 계속 서울에서부터 쌓여왔던 피로감이 폭발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가고 싶었던 집에 1주간 내려가서 가족들과 함께 보냈고 그동안 못 만났던 내 중고등학교 동네친구들을 잔뜩 만나고 왔다.

다들 임신과 출산을 이미 끝낸 친구들이라서 결혼 생활에 대해 궁금했던 것도 물어보고, 조언도 받고 애기들도 봤다(진짜 짱친 아들래미인데 5살되도록 못보다 이번에 처음 봤음). 밀렸던 이야기를 잔뜩 하고 나니 그동안 못 봤던 가족과 친구들이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짐처럼 있었던 게 사라졌다.


사회 초년생 때부터 줄곧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곳저곳 네트워크에 나가면서 에너지 넘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만 와, 이제 인정해야만 했다.

나는 확실히 에너지가 줄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리고 점점 줄어들고 있는 함께할 시간들을 내 소중한 사람들과 많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서울에 있을 동안 내 가족과 중고등학교 친구들의 시간도 너무나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부모님도 건강이 안 좋아지신 게 보였다.

더 자주 찾아뵈야겠다 생각했다.


한차례 한국을 떠났다 오면 오히려 향수병처럼 돌아왔을 때의 소중함도 더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그 때문에 가끔씩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필요하다. 나는 해외에 나가서 한국의 소중함을 더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꽉 채우지 못하고 몇 번이고 탄핵되고 또 뽑고, 이제 공약도 안 지키고, 해결되어야 하는 많은 문제들 (국민연금, 자기 방어도 폭력으로 취급된다던지, 건강보험료 문제라던지, 부동산 사기 이슈가 계속 해결되지 않고 재발된다던지, 외국인보다 자국민에게 더 많은 대출 제한이 있다던지, 제도를 안 바꾸고 무조건 국민 세금으로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던지 등)은 여전했지만 여전히 그럼에도 한국은 한국인걸.

나는 '한국이 점점 안 좋아지면 이민 가버려?'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이 청년이 살기 힘들어지면 어떡하냐는 걱정에 짝꿍은 '한국에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가족이 있는데 일으켜 봐야지.'라고 대답했다.
그때는 '그래도 나중에 잘되려면 더 부강한 국가로 이민 가는 게 낫지 않아?'라고 한번 더 물어보고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동의되지 않았었다. 내가 좋은 곳에서 자리 잡으면 한국에 있는 다른 소중한 사람들도 같이 와서 힘들 때 같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을 때 나라는 선택지를 제시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 다녀오니 단박에 한국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또 이런 밈이 뜨던데 '한국 망하려나 생각 들 땐 이성계적 마인드로 내가 한국 짱 먹어야지.'라는 마인드를 가지라고. 점점 풍자와 희극적 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적어도 한국을 떠났을 때 한국이 가장 그리웠다.

정확히는 한국보다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웠다.

이러다가 또 해외로 나가 살고 싶어질 수도 있지만 나가면 또 그리워질 한국.

나는 귀국해서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잔뜩 보내고 서울의 작은 내 방 한 칸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여행이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돌아와서도 일주일 정도 푹 쉬고 나니 다시 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여행하고 어떻게 쉬는지, 회복까지가 여행의 마침표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공간적 자유 100%, 시간적 자유 80%를 꿈꾸면서 소중한 사람과 웃기 위해 달리는 8년 차 마케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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