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여행 네 번째 - 서울 관악구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던가. 점점 어둑해져서 밤과 낮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간. 그 시간만 되면 반대로 주위를 점점 환하게 밝혀가는 곳이 있는데, 신대방역 이나영 책방이 그렇다.
신대방역에서 나와 약 5~6분 정도 도림천을 따라 걸어 들어가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동네에 과연 책방이 있을까…?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을 무렵 ‘이나영 책방’의 환한 간판 불빛이 멀리서 온 손님을 반겨준다. 나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게 되는 한파 속을 걷다 책방 안을 들여다보니, 따뜻하고 안온해 보이는 저 불빛 속으로 당장 뛰어들어가고 싶어질 정도였다는.
이나영 책방은 ‘북한학 전문서점’을 표방하고 있기도 한데, 책방 대표인 이나영 님이 무려 북한 사회문화 분야를 전공한 박사님(!)이기 때문. 확장 이전하면서부터는 요가원, 그리고 힐데와소피 출판사와 함께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어서 이전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레 교류하게 되는 것 같다.
이나영 책방은 원래 근처 다른 건물 3층에 있었는데, 지난해 여름에 현재 위치로 확장이전했다. 새 건물로 이사한 후에는 첫 방문.
대표님과 이야길 나누다 보니, 관악구에 있는 동네책방들 중에서는 (넘사벽인 ‘그날이 오면’을 제외하고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책방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점점 더 책방 운영이 어려워지는 탓에, 최근에 관악구에 있는 다른 책방들이 문을 닫게 되면서 ‘가장 오래된’의 타이틀을 이어받게 되었다고 하는 조금은 슬픈 이야기.
북한학 외에도 사회과학 분야의 서가 큐레이션이 알찬 편이다. (요즘엔 굿즈로도 확장하시는 듯. 키치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 행사도 꾸준히 열고 있는데, 전에는 주로 북한학/여성학 분야 저자 초청행사들이 많았던 편.
평소에 많이 신경 쓰지 못하고 살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25년에는 사장님이 또 어떤 신박한 오프라인 행사를 꾸밀지 늘 기대되는 책방이다. (올해는 꼭 오프라인 이벤트 참석 하리라…)
새로 둥지 튼 곳에서 오래오래 영업을 이어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