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지 마라, 마음껏 놀랄 것이다.
방심한 틈을 타 강력하게 훅 들어왔다.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덕분에 화장실에서도 대중교통에서도 침대에서도 손가락만 까딱 거리면 어느 곳, 어떤 것이든 간접적으로 구경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정보에 놀라기도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죽기 전에는 연이 닿지 않을 법했던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이 정보의 대홍수를 타고 내게 나타났다.
짧지만 강렬하게 허전하지만 임팩트 있는 사진 한 장이 그곳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천국의 소리인가?
우연히 SNS에서 본 우유니 소금 사막의 멋진 사진들은 나뿐만 아니라 모두를 매료시켰을 것이다.
물 위를 걸어 다니는 듯한 사람들과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분위기가 절묘하게 우리를 끌어당긴다.
사실 나는 물에 비치는 모습들보다 그곳의 소리가 궁금했다.
문득 저렇게 놀라울 만큼 고요한 곳에서는 어떤 소리들이 들릴까?? 뜬금없지만 가장 먼저 그것이 궁금했다.
마음속에 오만가지 소리들을 상상하며 우유니로 들어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우유니와의 만남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먼저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기 위해서는 '볼리비아 라파즈'로 들어가야 한다.
해발고도 3800미터쯤 되는 곳인데, 아마 남미를 길게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페루를 거쳐 볼리비아로 넘어가게 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그 쯤되면 높은 고도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것인데, 그게 아니라 갑작스레 높은 고도를 만나게 되면 고산병에 꽤나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고산병의 징후로는 고열, 구토, 메스꺼움, 무기력, 두통, 배탈, 설사, 손끝 저림, 호흡곤란 등 매우 다양하다.
사실 남미 여행을 준비하다가 고산병에 무서워 포기하는 이들이 꽤 된다.
고산병을 이겨내는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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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뿐이다.
주변 지인 의사들에게 물어봐도 고산병에 드는 뚜렷한 약이 없다고 한다. (비아그라도 그렇다)
그나마 처방되는 약을 먹으면 4~5일 걸릴 적응기간이 3일 정도로 줄어들 수도 있다니 참고하자.
신기하게도 이 고산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나타나거나 혹은 멀쩡하거나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평소 허약 체질로 고생하던 이도 고산병에는 강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체력 좋은 이 가 고산병에 앓아눕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
어렵사리 고산병을 이겨내면 다시 한번 난관에 봉착한다.
라파즈에서 우유니 까지는 야간 버스로 약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물론 도로는 비포장 도로다.
밤새 버스에서 잠을 청하며 눈을 감지만, 버스가 어디서 서는지 옆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챌 수 있는 각성 상태로 10시간이 흘러간다. 꽤 고통스럽다.
그래서 지인들이 우유니를 간다고 하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꼭! 꼭! 비행기를 타라고 권한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훨씬 편하게 단 1시간 만에 라파즈- 우유니를 이동하게 해준다.
http://www.boa.bo/BoAWebsite?AspxAutoDetectCookieSupport=1 볼리비안 에어라인
https://www.amaszonas.com/es-bo/ 아마조나스 에어라인
위의 두 곳을 이용하면 스마트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렵사리 도착한 우유니에서 다시 한번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온다.
바로 여러 가지 투어의 종류 때문이다.
가장 많이 하는 투어를 꼽아보자면 '데이투어' '2박 3일 투어' '선라이즈 투어' 등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처음 도착한 우유니 타운에서 꽤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가 기억난다.
지금은 거의 모든 종류의 투어를 해봤으니, 그때의 고민이 무의미함을 알지만 처음에는 선택 장애가 왔다.
1.(선라이즈 투어 +) 데이투어 (+ 선셋 투어)
시간이 없다면 1번처럼 조합해도 된다. 단 내가 신청한 투어에 6명 이상 사람이 모여야 출발이 가능하다.
아마 여러 번 여행사 앞을 방문하게 될 것이다. 여행사 입구에 붙여진 A4 용지에 6명의 이름이 다 적혀있나를
간절히 바라보게 된다.
새벽 3시쯤 출발해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본 뒤 다시 타운으로 돌아와 잠깐의 정비를 마치고
오전 10시쯤 데이투어를 떠난다. 말 그대로 낮동안 소금사막 내에서 사진을 무한정 찍을 수 있는 투어!
그리고 해가지는 것 까지 보고 돌아오게 되는 코스가 1번 조합 코스이다.
2. 2박 3일 투어
지프 한 대당 6~7명이 탑승한다. 대부분 칠레로 국경을 넘어야 하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사진에서 많이 보던 소금사막의 모습을 첫날 하루가 전부. 나머지는 호수와 기타 온천 등 국립공원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어차피 이동해야 할 길을 투어를 하며 떠난 다고 생각하면 된다. 숙소가 열악해서 건기 시즌에는 침낭이 꼭 필요하다.
두 가지의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내 첫 우유니는 1번 조합으로 선택을 했다.
가장 먼저 우유니 타운에 숙소를 마련해야 했다.
호텔과 호스텔 등 겉으로 봐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곳에서 하루 쉴 곳을 찾는다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기에,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적당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
모든 것이 용서된다
어렵사리 숙소를 구하고, 야간 버스 덕에 씻지 못한 꼬질꼬질한 모습을 좀 벗겨내었다.
여행사가 모여있는 타운 중앙에서 별 무리 없이 투어 신청도 끝냈다.
사람들도 제법 모여들어 출발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했다.
(사실 시간이 더 중요해 모이지 않은 사람의 몫을 지불하고서 라도 갈 생각이었다.)
새벽 3시에 맞춰 여행사 앞으로 자가 깬 눈을 꿈뻑이며 움직였다.
바람은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내가 여기서 뭐하나 싶다.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꼭두새벽부터 고산지대에 이러고 나와 서성이는지...
삼삼오오 투어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인원 확인 후 우리 지프는 요란하게 출발했다.
젊은 운전사가 한 껏 노래를 트는데 놀랍게도 '다이나믹 듀오' 노래가 나온다.
한국인들이 많이 오기는 하나보다. 약간의 흥이 올랐다. 모르는 3인과 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인사를 나눴다. 일본인 2명과 한국인 1명이 인사를 받아준다.
졸음이 쏟아졌다. 부족한 잠과 따뜻한 히터 바람에 그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한 참을 덜컹 거린 지프가 속도를 늦추는 게 느껴서 억지로 한쪽 눈을 떴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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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터져 나온 탄성에 눈을 의심했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거 같은 별들이 반짝이 풀처럼 흩어져 있다.
여기를 오기까지 고생한 기억이 싹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차에서 내려 각자가 꿈꿔오던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두 개로
고개를 돌려 여기저기 둘러봐도 모두가 두 개로 보인다.
좌우가 아닌 상하의 두 개
나름 사진을 찍을 줄 안다고 생각했다만 전혀 아니다.
눈으로 보는 것이 그대로 담기지 않아 속만 상할 뿐이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내 마음도 진정되었다.
천천히 더욱 천천히 우유니 소금 사막을 둘러보았다.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풍경들 뿐이다.
순간 그토록 궁금해하던 이곳의 소리가 듣고 싶었다.
곧게 뻗은 내 앞 직선을 바라보고 걷기 시작했다.
가끔 내가 어디까지 멀어졌나 뒤를 돌아봤지만 멀어질수록 마음은 더 평온해졌다.
바람이 불면 바람소리
내가 숨을 쉬면 숨소리
걷고자 하면 '차박차박' 장화 소리
모든 것이 두 개로 나눠진 이곳 우유니 사막의 소리는 천연 그 자체였다.
문득 그동안 내 숨소리 발자국 소리를 들었던 적이 언제였나 떠올려봤다.
애석하게도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없지 않았을까?
미치도록 평온해지는 시간에 울컥해지는 순간이었다.
본격적인 놀이의 시작
오전 선라이즈 투어가 끝나면 다시금 여행자들은 마을로 돌아온다.
재정비를 하고 본격적인 투어를 하기 위해서 이다.
일명 '데이투어'라고 불린다.
데이투어를 하게 되면 기차 무덤과 콜차니 마을을 지나서 아침에 왔다 간 소금사막으로 다시 오게 된다.
해가 내리쬐는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그곳에서 여행자들은 반영 샷, 착시 샷, 인생 샷 등을 건지게 될 것이다.
선셋 투어까지 연달아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부터는 그냥 방목된 양 떼들 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해발 4000미터의 고산도 신이난 여행객을 막을 수는 없다.
아침과는 사뭇 다른 활기참에 모두들 더욱 에너지를 뽑아내어 동참한다.
운전을 하던 여행사 가이드는 사진사가 되어 우리에게 이런저런 포즈를 강요한다.
(모든 가이드가 사진을 찍어주는 건 아니다. 요령껏 팁으로 매수하길 바란다.)
수차례 낄낄 거리며 기상천외한 사진들을 찍고 나면 사진을 찍던 가이드는 곧 엄마가 되어
점심 식사를 차려준다.
밥한 숟가락에 우유니 한 번 쳐다보고
또 밥한 술을 뜨고 이런 식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분명 이곳에 있다!
에너지가 방전되면 다시 감성 모드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슬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렇게 뜨겁던 태양이 사라지면 '사막'이라는 이유로 급격한 온도 변화가 찾아온다.
옷을 주섬주섬 꺼내 입고는 또 다른 자아를 꺼낼 시간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석양을 맞이할 시간, 그윽한 눈으로 넘어가는 태양과 물들어가는 우유니 사막을 만난다.
역시나 사진을 찍어대지만 역부족이다.
눈에 담기는 모습이 표현되지 않는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고 저 멀리서 비구름까지 다가오는 게 보인다.
이내 약간은 지겨운듯한 가이드가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며 눈치를 준다.
서둘러 한 장을 더 담고 지프차에 몸을 구겨 넣는다.
하룻밤의 꿈같은
투어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 예상하듯 녹초가 되어있다.
저녁을 챙겨 먹을 힘조차 남지 않았다.
카메라와 휴대폰을 번갈아 꺼내보며
오늘 하루 우유니 소금사막의 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하지만
하룻밤의 꿈같은 느낌.
뒤에 다른 여행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우유니 소금 사막은 매일이 다른 모습이어서
일주일간 그곳에 머물며 투어를 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이지 않았다며 상기도 된 얼굴로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지만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가는 길을 매우 험난하다.
단순히 사진에 담고 싶어서 라는 이유로는 너무 힘든 코스이다.
다시금 누군가가 우유니에 갈 거냐 라고 묻는다면 선뜻 네!라고 대답하기 힘들 정도로 험난했다.
잘 씻지 못해도 괜찮아야 하고
고산병이 와도 적응해야 하며
약속시간이 지켜지지 않아도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우유니 소금사막은 모든 것을 역전시킬 수 있다.
이 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써먹수 있는 곳이라는 거다.
당신이 우유니를 꿈꾸다 이런저런 현실적인 것에 부딪힐 때
이 단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