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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E SIX Jul 03. 2017

혈액형은 정말 성격과 관련있을까?

MBTI검사결과를 통한 혈액형별 성격 분석



서론


초등학교 시절, 체육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오면 아이들은 항상 물이 있는 친구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면 물을 가진 친구는 자기가 마실 만큼 마시고 남은 물을 친구에게 주며 '너 혈액형이 뭐야?' 하고 묻곤 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게 뭐라고 그렇게 물어댔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이와 비슷한 생각은 아직 남아있다. 바로 혈액형별 성격유형론이다. A형은 소심하고 꼼꼼하며, O형은 활발하고 사교적이라는 등의 내용을 주된 골자로 하는 이 담론은 수십년의 세월 속에서 새로운 글로, 그림으로, 만화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그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아마 이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재미삼아' 봤던 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공감했던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꽤 되지 않을까 싶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바넘효과'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기분탓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정말 기분탓일까?


갑작스런 궁금증에 혈액형과 성격간의 상관관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계획했다. 성격유형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로 MBTI 검사결과를 사용하고, 설문을 통해 각 개인의 혈액형과 MBTI 검사결과를 받아 분할표 분석을 진행하여 두 변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살펴보기로 했다.





데이터 수집 및 정제


먼저 구글 Docs를 사용해 설문을 만들었다. 설문을 통해서는 성별, 혈액형, MBTI검사결과를 수집했다. 설문 결과 총 80건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주로 주변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얻은 데이터이기 때문에 표본집단은 20대 대학생 집단일 것으로 추측되었다. 각각의 설문 데이터는 상호 독립이며 20대 대학생 집단에서 균일하게 추출되었을 것이라 가정했다. (이러한 가정에 대한 논의는 뒤쪽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얻은 80개의 데이터를 SAS에 입력하고 2X4X16 3차원 분할표로 출력했다.



SAS CODE

data mbti;

do sex = 'M', "F" ;

 do b_type = 'A', 'B', 'C', 'O' ;

 /*어떤 이유에서인지 AB형이 입력이 안돼서 C로 넣었다.*/

  do mbti = 'ISTJ', 'ISFJ', 'ISTP', 'ISFP', 'INFJ', 'INTJ', 'INFP', 'INTP', 'ESTP', 'ESFP', 'ESTJ', 'ESFJ', 'ENFP', 'ENTP', 'ENFJ', 'ENTJ' ;

   input count @@;

   output;

  end;

 end;

end;

cards;

0214010100100110

1001110101002021

1110010000042111

0110021100001000

2110100000310001

0101101111010200

0000102005002101

0000000120101000

;

run;



proc freq order=data;

tables sex*b_type*mbti / nopercent nocol norow;

weight count;

run;



성별, 혈액형, MBTI검사결과에 대한 3차원 분할표


위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의 숫자가 80개인데 반해, 변수의 숫자가 너무 많아 터무니없이 희박한 데이터셋이 완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분석도 진행할 수가 없기에, MBTI의 창시자인 Myers와 Briggs가 제안한 16가지 성격유형 테이블에서 영감을 얻어 16가지 성격유형을 각각 IS,IN,EN,ES 총 네 개의 유형으로 분류했다.




SAS CODE

data mbti2;

set mbti;

if mbti='ISTJ' then mbti_4='IS';

else if mbti='ISFJ' then mbti_4='IS';

else if mbti='ISTP' then mbti_4='IS';

else if mbti='ISFP' then mbti_4='IS';

if mbti='INTJ' then mbti_4='IN';

else if mbti='INFJ' then mbti_4='IN';

else if mbti='INTP' then mbti_4='IN';

else if mbti='INFP' then mbti_4='IN';

if mbti='ESTP' then mbti_4='ES';

else if mbti='ESFP' then mbti_4='ES';

else if mbti='ESTJ' then mbti_4='ES';

else if mbti='ESFJ' then mbti_4='ES';

if mbti='ENFP' then mbti_4='EN';

else if mbti='ENTP' then mbti_4='EN';

else if mbti='ENFJ' then mbti_4='EN';

else if mbti='ENTJ' then mbti_4='EN';

run;

/* 분명히 더 간단하게 하는 코드가 있을 것 같았지만 능력부족으로 저렇게밖에 하지 못했다.*/


proc freq order=data data=mbti2;

tables sex*b_type*mbti_4 / nopercent nocol norow;

weight count;

run;



성별, 혈액형, MBTI검사결과(4개분류)에 대한 3차원 분할표


2X4X4 분할표가 완성되었다. 아직 도수가 0인 셀도 있고, 표본 수가 충분하다고 말할 정도가 되진 않았지만 위의 데이터셋보다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정도 데이터라면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데이터 분석


 MBTI검사결과를 랜덤성분으로 하는 다항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SAS CODE

proc catmod order=data data=mbti2;

weight count;

model mbti_4=sex b_type/;

run;



변수별 검정통계량과 p-value


95% 유의수준 하에서 성별의 경우 p-value는 0.0531로 한계적으로 유의했으며, 혈액형의 경우 p-value는 0.1058로 유의하지 못했다. LR Stat.의 p-value는 0.2786으로 해당 모델이 적합하다는 귀무가설을 기각하지 못했다. 즉, MBTI로 나타난 성격유형에 성별과 혈액형 모두 유의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었다. 성별의 경우 한계적으로 유의했으나, 이 분석의 목적은 혈액형과 성격유형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성별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혈액형의 경우에도 p-value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였기에 다른 통계량들을 살펴보았다.


각 로짓모델별 변수의 계수에 대한 추정량과 그 p-value

여기서 굉장히 특이한 부분을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모델 1의 A형의 계수가 매우 유의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었다. 다른 혈액형들의 경우에는 모두 그 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오직 A형만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를 좀 더 분석해 보기 위해 성별 변수를 제외한 후 카이제곱 검정을 실시하고 수정잔차를 구해보았다.



SAS CODE

proc freq order=data data=mbti2;

tables b_type*mbti_4/ crosslist chisq stdres;

weight count;

run;



카이제곱검정 결과


카이제곱 검정 결과, p-value는 0.07로 한계적으로 유의하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셀의 기대빈도가 낮았기 때문에 이 결과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없었다.


수정잔차 테이블


수정잔차를 살펴보니 혈액형 A형, MBTI결과 IS인 셀의 수정잔차의 절댓값이 3.1804로 매우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AB형, IS인 셀의 수정잔차의 절댓값 또한 1.8104로 높은 편이었지만, 이 두 셀을 제외하고 나머지 셀들은 평범한 수준의 잔차를 보였다. 또한 통상적으로 수정잔차가 2-3이상일 경우 독립성이 깨진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AB형, IS인 셀의 경우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A형과 IS의 관계를 알아보기 앞서, A형인 사람이 MBTI검사 결과 I(내향성)의 성향을 가지는 사건과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SAS CODE

data mbti3;

set mbti2;

if mbti_4='IS' then mbti_2='I';

else if mbti_4='IN' then mbti_2='I';

else if mbti_4='ES' then mbti_2='E';

else if mbti_4='EN' then mbti_2='E';

if b_type='A' then b_type2='A';

else b_type2='N';

run;


proc freq order=data data=mbti3;

tables b_type2*mbti_2/crosslist chisq stdres;

weight count;

run;


수정잔차와 카이제곱검정 결과


예상 외로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는 않았다. 카이제곱검정 통계량의 p-value는 0.07수준이었고, 수정잔차 또한 1.7 수준이었다. A형과 IS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다시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해 보았다.



SAS CODE

data mbti5;

set mbti2;

if mbti_4='IS' then mbti_2='IS';

else mbti_2='N';

if b_type='A' then b_type2='A';

else b_type2='N';

run;


proc freq order=data data=mbti5;

tables b_type2*mbti_2/crosslist chisq stdres measures;

weight count;

run;


수정잔차와 카이제곱검정 결과

매우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다. p-value는 0.0015로 매우 작은 값이 나왔고, 수정 잔차 또한 3.1804로 큰 값이 나타났다. 즉, 혈액형이 A형인 사건과 MBTI검사결과 IS계열일 사건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오즈비는 5.44로 혈액형이 A형일 때 IS일 오즈가 A형이 아닐 때에 비해 5.44배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MBTI검사결과를 데이빗 커시의 분류법에 따라 SP/SJ/NT/NF 로 나누고 분석을 진행해 보았으나, 어떠한 상관관계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이에 더 이상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분석을 종료했다.





결과 해석


분석을 진행한 결과, 한 가지 유의한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었다. A형인 경우와 MBTI검사 결과 IS유형인 경우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른 혈액형들의 경우 어떠한 상관관계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A형의 경우에는 나타났기 때문에 해석이 굉장히 까다로웠다. 이에 2가지 해석을 생각 해 보았다.


1. 표본 표집과정에서 나타난 오류

이 분석은 설문조사데이터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설문은 내 주변 친구들 총 80명에게 받은 것이었다. 여기서 표본이 균일하게 추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별도의 독립성 검정 없이 해당 데이터는 독립일 것이라 가정하였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오류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분석 결과를 바라보았을 때, A형과 IS유형 사이에서 나타난 상관관계는 잘못된 표본에서 비롯된 잘못된 추론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결과 보다는 뒤에 언급할 결과가 더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 우선, 표집된 데이터셋에서 성비와 혈액형 비율이 모두 한국 평균과 비슷했기 때문에 표본이 어느 한 부분에 편중되었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을 작성한 개개인의 혈액형과 MBTI검사결과는 특정한 상관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독립성 또한 만족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혈액형별 성격유형론이 성격형성과정에 영향을 줬을 경우

현대 심리학에서는 성격형성과정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20여년간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던 혈액형별 성격유형론이 현재 우리 세대의 성격형성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다른 혈액형들에 비해 A형만 MBTI검사결과와 유의한 관련이 있는걸까. 물론 현대 과학이 밝혀내지 못한 A형의 특성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타당한 추론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은 배제하기로 했다. 나는 이 결과를 혈액형 성격론에서 주장하는 A형의 특성과 관련지을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혈액형 성격론은 A형에 대해 소심하고 꼼꼼하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생각해보자. 나의 고정관념하에서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나쁜남자이며 AB형은 바보 아니면 천재, O형은 활동적인 사람이다. 아마 이러한 관념은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MBTI검사 결과를 보자. 한국 MBTI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는 각 성격유형별 설명을 보면, IS계열의 성격에는 '조용하고 신중하며...' 등의 설명이 따라붙는다. 혈액형 성격론의 A형의 특질과 어느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혈액형 성격론이 실제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것이 MBTI검사 결과에 반영되어 A형이 IS계열의 성격유형을 가지게 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혈액형의 경우, 혈액형 성격론에서 주장하는 혈액형별 성격이 MBTI분류와 정확히 대응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A형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


위의 두 가지 해석은 모두 나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이 분석이 학술적 연구가 아닌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 글을 받아들여줬으면 한다. 하지만 이 분석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혈액형별 성격유형론에 대한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터넷에서, 그리고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러한 생각을 접한다.


이 분석은 이러한 관념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려고 했던 시도이며, 또한 유의미한 분석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분석과 해석은 여기까지이다. 이 글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







ps. 과거에 이 주제로 진행된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던 중 KCI등재 논문을 하나 찾았다. 이 글의 결론과 비슷한 결론을 내고, 좀 더 심도있는 분석을 진행했다. 관심이 있다면 참고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이 분석을 진행하기 전에 한 번 검색해 봤다면 다른 글을 쓰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조소현, 서은국, 노연정. (2005). 혈액형별 성격특징에 대한 믿음과 실제 성격과의 관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19(4), 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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