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마구 쓰던 사람이, 물욕이 없는 사람이 되기까지
저는 원래 굉장히 소비 지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택시를 많이 타서, 말 그대로 길에 돈을 뿌리고 다녔어요. 군것질도 많이 했고, 끝도 없이 문구류와 소품을 샀어요. 저렴한 물건일수록 생각하지 않고 돈을 써서, 자잘하게 빠져나가는 돈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고 싶은 게 엄청나게 많았어요. 저렴한 물건들뿐만 아니라 비싼 물건도 사고 싶었어요.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너무 사고 싶었는데(아이패드를 어떻게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새로운 카테고리의 전자제품을 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용돈 안에서 그걸 사려면 자잘한 소비를 줄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잘한 소비를 참는 게 너무, 너무, 너무 많이 힘들었어요... 꾸준히 가계부를 쓰고 있었는데도 그저 기록을 할 뿐, 직접적으로 제 소비를 줄여주진 못했어요.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돈 쓰는 걸 참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소비를 줄이자'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가계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그 시스템 안에서는 소비를 참는 게 가능했어요. 그렇게 자잘한 소비를 줄여서 아이패드를 샀습니다.
그 뒤로 13년이 지나고... 오랜 시간 동안 '가계부 시스템' 안에서 소비를 참다 보니 놀랍게도 지금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지금은 제 취향인 물건을 봐도 그다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최근에 저를 알게 된 사람들은 제가 소비 지향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믿지 못할 정도입니다.
사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사야 한다는 계시를 받은 것처럼 불가항력에 의해 결제를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 조차 결제를 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빠르게 어떤 목적의 소비인지 정의합니다. 충동적으로 구매를 하기 전에, 충동적으로 계획을 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계획을 하니까, 시스템 안에서 수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사고 싶은 게 거의 없기도 하고, 요즘에는 계획적인 소비 생활을 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소개할 저의 '지출 관리 시스템'은 제가 실제로 돈을 아낄 수 있게 만들어 줬습니다. 심지어 소비를 참지 못하던 사람을 물욕이 없는 사람으로 변하게 했어요. 계획없이 돈을 쓰기로는 빠지지 않던 제 배우자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우자가 소비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의 가계부 시스템이 좋다는 게 증명된 것 같아 감개가 무랑합니다.
저는 이 '가계부 시스템'이 많은 사람들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요. 더 이상 소비 요정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저의 지출 관리 시스템을 소개하고 싶어, 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