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모처럼 좋은 책을 만나 행복했다. 7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대략 한 달쯤 걸린 것 같다. 주중에는 일이 있어 못 읽고 주말에 주로 읽었다. 처음 한두 챕터는 별 재미 없었다. 중간 넘어서 빠져들기 시작해서 3분의 2쯤 읽었을 때는 다 읽기가 아까워 조금씩 아껴 읽었다.
오래전 월러스틴의 세계체제론, 홉스봄의 혁명 3부작,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를 읽고 나서 느낀 그 행복감과 같았다. 아, 지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인간과 역사에 대한 구조적 통찰과 휴머니즘에 기초한 진보적 메시지가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주 내용은 이렇다. 가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프랑스, 영국 등 서구 사회에서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1920년까지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192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는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 또는 개선되었고, 이후 다시 불평등이 심화되어 현재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불평등이 개선된 이유 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1917년 볼세비키혁명이 끼친 중대한 영향도 역시 강조되어야 한다. 이 혁명은 특히 유럽 자본가 엘리트들로 하여금 부의 재분배와 조세정의라는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근원적으로 재정립하도록 했다. P, 523
이 시기에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인민계급이 좌파 정당에 적극적 지지를 보냈다. 이전보다 불평등이 완화되면서 살기 좋아졌다. 저학력 노동자들은 자신을 대변하는 좌파정당에 투표 했다, 반대로 고학력 유권자들은 우파정당을 지지했다. 이는 글로벌한 현상이었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생겼다. 이유 중 하나는 소비에트의 몰락이다. 신자유주의는 이제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확산으로 물적 기반도 구축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좌파는 무능력했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의 실패는 새로운 연방 형태를 사유하지 못하는 그들의 무능력과 그들이 허울뿐인 국제주의에 그쳤다는 사실에서 기인할 것이다. 536
이런 이유와 80년대 이후 몰아친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좌파정당은 노동자 정당의 위치를 포기했다. 좌파는 커지는 불평등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불평등 흐름에 편승하기까지 했다. 이제 좌파정당은 서서히 고학력자가 지지하는 정당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좌파정당에 배신당한 저학력 노동자들의 솔루션으로 등장한 것이 우파정당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공화당이 그렇다.
지금이라도 이 불평등을 완화시켜야 한다.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이 불평등은 원래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마음먹고 실행하면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즉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이념적인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자본과 이데올로기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가 제시한 불평등 완화의 방법 중 하나다.
요컨대 사적 소유 및 경제력 집중 감소와 재화의 순환이 가능하도록 많은 재산을 사적으로 소유한 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의 일부를 매년 공동체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말이다. 551
되돌려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17장에서 피케테는 참여사회주의에 대해 말한다. 구체적으로 기업 내 권력 분유, 누진소유세, 보편적 자본지원 조세정의의 헌법 명문화, 세계적 규모로 사회연방주의 재사유하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여기까지 써놓고 다시 읽어보니 그냥 밋밋하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독후감은 심심하다. 그래도 몇 자 적어 놓아야 나중 환기된다. 탱큐, 토마 피케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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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시작하기에 앞서: 일러두기와 감사의 말
서론
제1부 역사에서의 불평등주의체제들
제1장 삼원사회: 삼기능적인 불평등
제2장 유럽 신분사회: 권력과 소유
제3장 소유자사회의 창안
제4장 소유자사회: 프랑스의 사례
제5장 소유자사회: 유럽의 궤적
제2부 노예제사회와 식민사회
제6장 노예제사회: 극단적 불평등
제7장 식민사회: 다양성과 지배
제8장 삼원사회와 식민주의: 인도의 사례
제9장 삼원사회와 식민주의: 유라시아의 궤도
제3부 20세기의 거대한 전환
제10장 소유자사회의 위기
제11장 사민주의사회들: 미완의 평등
제12장 공산주의사회와 포스트공산주의사회
제13장 하이퍼자본주의: 현대성과 의고주의 사이에서
제4부 정치적 갈등의 차원들을 다시 사유하기
제14장 경계와 소유: 평등의 건설
제15장 브라만 좌파: 미국과 유럽의 새로운 균열
제16장 사회토착주의: 포스트식민적인 정체성주의의 덫
제17장 21세기 참여사회주의를 위한 요소들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