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지난 7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전국 매장에서 데스크톱 컴퓨터와 프린터, 멀티탭, 책상 칸막이 등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회사 측은 “최근 불편 접수가 잇따르면서 내부 검토를 거쳐 전국 매장에 조치를 공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카페를 사실상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일부 고객들의 행태가 매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른 손님들의 이용 불편을 가중시켰다는 문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두고 ‘공유 공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와, ‘고객의 다양한 활용 방식을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지만 전반적 기조는 카공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하다.
비슷한 문제는 스타벅스만이 아니라 국내 여러 커피전문점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손님이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거나, 데스크톱 본체와 프린터까지 들여와 사용하는 일이 흔하게 목격된다. 또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거나 좌석 이용 중 외부에서 식사 후 다시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카페 테이블의 회전율이 떨어지고 다른 고객들이 좌석을 찾기 어려워지면서, 매출 구조에까지 부담이 된다는 업계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도심의 번화가 매장이나 주말처럼 고객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카공족의 장시간 점유가 공간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
스타벅스가 최근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 소지품을 꼭 챙겨달라는 등 내용이 담긴 매장 안내문을 게시했다.(연합뉴스)
카공족의 이러한 행태는 다른 손님들에게 적지 않은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카공족은 전원선을 길게 뽑아 자리 주변을 복잡하게 만들고, 프린터나 모니터 같은 장비를 늘어놓으면서 공간 자체를 사실상 점령한다. 이런 행태는 자리 점유를 넘어 카페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바꿔 버린다. 소음을 유발하거나 통로 이동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결국 일반 고객들이 매장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곤 한다. 이는 곧 점주의 영업 손실로 직결되며, 더 나아가 카페라는 장소가 지닌 사회적 활용 가능성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스타벅스코리아가 자율적으로 규제에 나서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커피숍에서 특정 이용자 행태를 명시적으로 규제하는 이와 같은 사례는 과거에는 거의 없었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독서나 신문 열람 자체가 카페 방문 목적이 아니라서 카페라는 공간의 성격을 크게 해치지 않았고 따라서 제약의 대상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인터넷 연결의 일상화는 상황을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휴대용 기기를 넘어서 대형 장비까지 등장하면서, 카페는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개인 사무 공간’으로 변질되었고, 그에 따라 사업자들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직접적 규칙을 제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카페라는 공간의 성격이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에 들어서면서 근본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더 이상 커피를 마시며 잠깐 쉬는 장소가 아니라, 무선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된 업무·학습 공간이 된 것이다. 원격근무와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의 증가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다. 문제는 일부 이용자들이 카페를 다중이 이용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 사실상 자기 집의 연장선이자 사적 오피스로 여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카페는 다중이 휴식하는 본래의 역할을 침식당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공공성과 사적 점유 사이의 긴장 관계가 날카롭게 드러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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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유비쿼터스 환경은 인터넷과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업무와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물리적 공간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무디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카페의 공동체적 기능이나 공존의 규칙을 무심코 또는 의도적으로 잊어버린다. 그 결과, 개인의 디지털 활용이 자유로울수록 이를 조율하는 사회적 에티켓의 부재가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카공족 문제는 단순히 매너가 부족한 차원을 넘어, 디지털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공공 공간을 함께 써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장비 반입을 막는 차원을 넘어, 법적 규제로는 다루기 힘든 카공족 현상에 대한 일종의 사회적 경고로 볼 수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주는 편리함은 자유롭고 유연한 생활 방식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그 자유를 균형 있게 유지할 질서와 매너도 요구한다. 이제 우리는 ‘기술이 만든 자유’를 어떻게 ‘사회적 책임’과 연결할 것인가라는 숙제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번 논란은 바로 그 과제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디지털 매너라는 새로운 사회적 규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