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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ongyoon Aug 18. 2016

#13. 문명, 이런 Civilization

Posted by DONGYOON_HAN / 2015년 2월 여행 중

언제부터 호프집 안에서 금연이 익숙해졌는가. 언제부터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 당연해졌는가. 당연시 여겨졌던 문명의 이기는 배낭여행이 오래될수록 그 당연함이 소중함으로 바뀌게 된다. 하물며 좋지 않은 시설의 호스텔을 전전하면서 찔끔찔끔 나오는 물에 몸을 씻기를 반복하던 중, 새로운 여행지의 숙소에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인데.

아무리 익숙해져도 피곤함을 지울 수 없는 over-night Bus

나에게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그간 여행에서 부족했던 풍요로움을 채울 수 있었던 곳이다. 여행지를 선정하면서 굳이, 특별한 사전 지식도 없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대체 여행자들이 왜 추천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시간 버스를 타고(12 hrs) 아침에 내린 부에노스아이레스 터미널 밖 풍경은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문명화'된 장소였기 때문이다.

깔끔하고 시원시원한 도로, 고층 빌딩, 여느 유럽의 스카이라인과 비교해도 못지않은 이 곳은 마음속으로 그리워했던 '익숙한' 장소였다. 그리고 이 곳에서 그간의 피로를 마음껏 풀기로 했다.

붉은색 마네킹에 속옷 피팅이라, oh my civilization!

우선 아르헨티나는 공식 환율과 암환율의 차이가 컸다. 경제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망해버린 탓에,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환율은 USD 1당 8 Peso라고 한다면, 암환율은 50%도 더 넘는 13 Peso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USD를 보유하고 있으면 같은 값의 재화와 서비스를 3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여행자들은 암환전을 통해서 풍요로운 아르헨티나 여행을 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보다 좋지 않은 환율, 파타고니아의 암환전 거래 실황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소고기 스테이크'가 떠오른다. 세계 소고기 수출 1위 국가답게 현지 가격도 원체 저렴한 소고기를 암환전을 통해서 더욱 싸게 구매하다 보니, 과장을 조금 보태서 국내 가격의 1/10에 소고기를 사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니 매일같이 소고기 스테이크가 식탁에 올라올 수 있었고, 제대로 된 몸보신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와인 가격도 저렴하다 보니 비싼 와인을 남기기 아까워서 맥주만 마시던 이전의 여행과 다르게 와인 또한 매일같이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배낭여행이 오래될수록 음식이 부실해지기 마련인데, '문명화'된 도시에서 몸보신까지 하게 되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인민박 삼촌네, 옥상에서 즐거운 소갈비 파티

문명이 발전하는 목적은 당연히 인류에게 편안함, 행복감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물론 최빈국가의 행복 지수가 여타 선진국보다 높고, 세계 제 1의 IT 국가인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분명히 문명의 발전의 방향이나 여러 제도의 문제점이 있겠지만(필자는 신자유주의에 그 탓을 돌리고 싶다), 이미 선진화된 문명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익숙함이 주었던 편안함은 분명 소중하기 마련이다.

어디에 탓을 돌려야 할까, 선진화된 문명에서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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